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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P 19.5달러 폭등의 역설…한국 정유사 '15년 열위'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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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P 19.5달러 폭등의 역설…한국 정유사 '15년 열위' 끝낸다

SK이노 1Q 영업익 7225억 어닝서프라이즈 뒤 구조 변화
UAE OPEC 탈퇴·셰일 피크가 진짜 시그널
지난 15년간 미국 셰일에 밀려 열위에 시달려온 한국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호르무즈 봉쇄를 거치며 구조적 전환점에 진입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5년간 미국 셰일에 밀려 열위에 시달려온 한국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호르무즈 봉쇄를 거치며 구조적 전환점에 진입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지난 15년간 미국 셰일에 밀려 열위에 시달려온 한국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호르무즈 봉쇄를 거치며 구조적 전환점에 진입했다. 그동안 미국은 땅에서 값싼 셰일가스(에탄)를 뽑아 플라스틱 원료를 싸게 만들었고, 한국은 비싼 중동 원유에서 뽑은 나프타로 만들다 보니 가격에서 번번이 밀렸다.

그런데 호르무즈 봉쇄로 중동 유가가 치솟자 미국 셰일도 증산이 늦어 값이 함께 올랐고, 한국은 17개국으로 원유 수입처를 넓혀 위기를 비껴갔다. 미국이 누리던 가격 우위가 흔들리면서 한국이 처음으로 동등한 출발선에 서게 된 것이다.

5월 인도분 사우디 OSP(공식판매가격)가 배럴당 19.5달러까지 폭등했고, UAE51일자로 OPEC을 탈퇴한다. 정유 41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50~70% 웃도는 가운데, 이번 사이클이 단기 재고이익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

OSP 한 달 새 17달러 급등


S&P 글로벌 플래츠와 유안타증권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 아람코 아시아향 OSP1~30달러대 디스카운트에서 42.5달러, 519.5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사우디 원유 가격(OSP)0달러대에서 19.5달러로 폭등한 것은 중동 원유를 쓰는 비용이 배럴당 약 20달러나 비싸졌다는 뜻이다. 이는 중동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정유사에 치명적이나, 발 빠르게 수입선을 다변화한 한국은 오히려 원가 경쟁력을 증명하며 체질 개선의 기회를 맞았다.

두바이 유가도 162달러에서 3129달러로 뛰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414일 보고서에서 봉쇄로 걸프 산유국이 일 평균 1000만 배럴 이상 감산해 3월 글로벌 공급이 전쟁 이전 대비 662만 배럴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한국이 의존하는 나프타·LPG·에탄 수요는 4월 전년 대비 8~9% 줄었고, 여천NCC3월 불가항력을 선언, LG화학 여수 2공장 NCC도 가동을 중단했다.

어닝서프라이즈, 본질은 '시차 효과'


에픽AI 컨센서스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7225억 원으로 한 달 전 대비 67.8%, S-Oil5659억 원으로 51.2% 상향됐다. 삼성증권은 S-Oil11800억 원으로 추정했다. 다만 증권가는 본질을 명확히 짚는다. 봉쇄 직전 들여온 원유 재고 가치가 유가 급등으로 평가이익을 발생시키고 도입·판매 시점 간 래깅 효과(원재료 도입과 제품 판매 사이의 시차로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가 더해진 결과라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도 319SK이노베이션 신용평가에서 단기 호조의 성격을 명시했다. 업계에서는 1분기는 회계상 결과일 뿐 2분기는 우려가 크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시장 전망 분화…"호르무즈 재개방이 진짜 트리거"


신영증권 신홍주 연구원은 33일 보고서에서 정제 마진 추가 강세를 근거로 S-OilSK이노베이션을 최선호주로 제시하며 한국의 비축 여력 221일분(1100만 배럴)을 강조했다. 유안타증권 황규원 연구원은 42SK이노베이션 목표가를 17만 원으로 올렸다. 5GW LNG 발전소 가치를 1.5조 원 상향한 결과다.

반면 하나증권 윤재성 연구원은 421일 추천 종목을 제시하지 않으며 "호르무즈가 정상 개방돼야 정유주가 힘을 받는다"는 신중론을 유지했다. 1분기 호실적은 결과가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결론에 세 증권사 전망이 수렴한다.

구조 변화 트리거, UAE 탈퇴와 셰일 한계


워싱턴포스트와 알자지라는 428UAE51일자 OPEC·OPEC+ 동시 탈퇴를 보도했다. UAE는 쿼터(OPEC이 정한 생산 한도, 하루 320만 배럴)에 묶여 있었으나 실제 능력은 480만 배럴, 2027년 목표는 500만 배럴이다. NPR이 인용한 리스타드에너지는 OPEC 시장 관리 핵심축이던 여유 생산능력이 결정적으로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미국 셰일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봉쇄 9주째 WTI100달러를 돌파했지만, 셰일 증산 속도는 시장 기대를 따라가지 못한다. 우드맥킨지는 정제·화학 통합 설비를 갖춘 대형 업체가 명확한 수혜자이며 비통합·노후 설비는 폐쇄 위험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비대칭 우위, 17개국 다변화·SAF 의무화


산업부 양기욱 자원산업정책관은 47일 한국이 17개국에서 4~5월 인도분 11000만 배럴 대체 원유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415일 발표한 추가분까지 합치면 연말까지 호르무즈 우회로 원유 27300만 배럴, 나프타 210t이 들어온다. 일본(중동 의존 70%)·대만(포모사 마이랴오 70% 가동) 충격과 대비된다.

정책 카드도 있다. 산업부·국토부의 ' 지속가능 항공유(SAF) 혼합의무화 로드맵'20271%, 20303~5%, 20357~10%로 단계 확대되며 정유사가 1차 이행 주체다. 글로벌 SAF 수요는 202224t에서 20301835t으로 76배 확대될 전망(IATA)이어서, 세계 1위 항공유 수출국이 시장 진입을 제도로 보장받는 셈이다.

신중론도…공급 과잉과 NCC 마진 압박


물론 구조적 업사이클로 단정하기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석유화학 공급 과잉이 2028년까지 이어진다는 전망은 다수 증권사 공통 전제이며,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는 호르무즈와 무관하게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4NCC 스프레드는 t288달러로 손익분기점 250달러를 가까스로 넘었지만, 5~6월 도입분 나프타에는 t150~200달러 프리미엄이 붙어 마진 압박이 가중된다. SAF 의무화도 양날의 칼이다. SAF 가격이 일반 항공유의 2배여서 단기 수익성에는 부담이다.

투자자 점검 포인트


첫째, OSP 인하 폭이 6~7월 이후 지속 축소되는지와 비중동 원유 수입 확대 속도다. 둘째, 정제 규모가 아닌 통합 수익성, 윤활기유·고부가 화학 비중과 자원개발·LNG 발전 등 비정유 자산이다. 셋째, 차입금 상환 시점과 2027SAF 의무화에 맞춰 바이오 원료 공급망을 선제 확보한 기업의 점유율 게임 우위다.

15년간 한국 정유·석유화학을 짓눌렀던 셰일 패권 구도가 호르무즈 충격을 매개로 균열을 드러냈다. 17개국 다변화, 정제 고도화, LNG·자원개발 자산, 2027SAF 의무화라는 네 겹 우위를 동시에 보유한 한국 업계가 재편의 주도권을 쥐는 시기, 투자자의 시선은 단기 정제 마진이 아닌 구조적 수익성 회복 궤도에 머무를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