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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의 역습" 엔비디아 빈자리 독점… 삼성·SK엔 '독'일까 '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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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의 역습" 엔비디아 빈자리 독점… 삼성·SK엔 '독'일까 '득'일까

화웨이 AI 칩 매출 120억 달러 '폭발적 성장'… "올해 중국 시장, 판도 뒤집힌다"
HBM 수요 15% 흡수하는 중국판 AI 생태계, 국내 반도체 '수주 전략' 다시 짜야
미국 엔비디아가 주도하던 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무게중심이 화웨이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미·중 갈등에 따른 수출 규제로 엔비디아의 신형 칩 공급이 발 묶인 사이, 화웨이가 성능을 개선한 국산 칩을 앞세워 현지 빅테크 기업들의 주문을 독식하는 형국이다. 이미지=코파일럿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엔비디아가 주도하던 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무게중심이 화웨이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미·중 갈등에 따른 수출 규제로 엔비디아의 신형 칩 공급이 발 묶인 사이, 화웨이가 성능을 개선한 국산 칩을 앞세워 현지 빅테크 기업들의 주문을 독식하는 형국이다. 이미지=코파일럿


미국 엔비디아가 주도하던 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무게중심이 화웨이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중 갈등에 따른 수출 규제로 엔비디아의 신형 칩 공급이 발 묶인 사이, 화웨이가 성능을 개선한 국산 칩을 앞세워 현지 빅테크 기업들의 주문을 독식하는 형국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1(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의 올해 AI 칩 부문 매출이 약 120억 달러(1773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 75억 달러(11조 원) 대비 60%나 급증한 수치다. 중국 정부가 현지 기업에 엔비디아 칩 사용 자제를 권고하면서 'AI 칩 국산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됐다.

이번 변화는 단순한 점유율 변동을 넘어 글로벌 AI 공급망의 분절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의 전략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엔비디아 H200 통관에 막힌 사이… 화웨이 '어센드 950PR'이 시장 접수


화웨이 실적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은 지난 3월 양산을 시작한 최신 AI 프로세서 '어센드(Ascend) 950PR'이다.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주요 IT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대체재로 이 칩을 선택해 대규모 물량을 발주했다.

화웨이의 약진은 역설적으로 미국의 강력한 수출 규제 덕분이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중국용 H200 칩의 수출 허가를 받았다고 발표했으나, 실제 공급은 규제 장벽에 막혀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미 규제당국은 중국용 칩의 중국 내 사용만을 허용하는 반면, 중국 정부는 관세 구역 내 반입을 까다롭게 다루며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현재 화웨이 칩의 성능은 엔비디아의 최첨단 제품보다 최소 두 세대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화웨이는 단일 칩의 성능 열세를 네트워킹 기술 기반의 '컴퓨팅 클러스터' 구축으로 보완하고 있다. 여러 개의 칩을 효율적으로 묶어 전체 연산 능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특히 복잡한 모델 학습(Training)보다 상대적으로 기술 장벽이 낮은 '추론(Inference)'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실질적인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장벽 넘는 중국 AI'쿠다' 대항마 '(CANN)'에 사활


중국 AI 칩 시장의 판도를 가르는 마지막 승부처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다. 엔비디아가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비결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CUDA)'에 있다. 화웨이는 이에 맞서 자체 플랫폼 '(CANN)'을 고도화하고 있지만,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사용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그럼에도 현지 협력은 구체화되고 있다. 중국의 유망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는 최근 최신 모델인 'V4'를 화웨이 950PR 기반으로 최적화해 운영 비용을 낮췄다고 밝혔다. 비록 모델 학습에는 여전히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지만, 실제 서비스 운영 단계인 추론 영역에서는 화웨이와의 결합이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오는 2030년 중국 AI 칩 시장 규모가 670억 달러(988900억 원)에 달하며, 이 중 86%를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현지 기업들이 점유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엔비디아가 지배하던 과거의 시장 구조가 완전히 해체될 것임을 시사한다.

한국 반도체, '() 엔비디아' 중국 시장 향방에 달린 수주 기회


화웨이의 부상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양날의 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중국 내 입지 약화가 단기적으로 악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자체 칩 생산을 늘릴수록 여기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특수 메모리 수요가 화웨이 생태계 내에서 새롭게 창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중국의 AI 칩 자급률 확대로 현지 특수 메모리 수요가 매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화웨이의 어센드 시리즈 등 국산 AI 프로세서 생산량 증대에 따라 올해 중국 내 HBM 수요는 글로벌 전체 물량의 약 10~15% 수준에 육박하며 한국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전략 요충지가 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관전 포인트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화웨이와 파운드리(SMIC)의 미세공정 수율이다. 7나노미터(nm) 이하 공정의 안정적 확보 여부가 중요 관건이다.

둘째, 중국 내 AI 추론 시장의 팽창 속도다. 학습용 칩 규제를 추론용 칩의 대량 투입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 여부가 판도를 결정할 수 있다.

셋째, 미국의 추가 규제 강도 여부다. 화웨이의 파운드리 공급망을 겨냥한 미국의 추가 제재 가능성에 따라 하웨이 시장 지배력이 좌우될 수 있다.

중국의 AI 칩 자급자족은 일시적인 정책 대응이 아니라 장기적인 구조적 변화로 굳어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엔비디아 공급망에 안주하기보다, 화웨이를 필두로 재편되는 중국 내 독자 AI 생태계 내에서 고부가가치 메모리 공급권을 확보하는 유연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기술 격차'가 좁혀지는 속도보다 '시장 격리'가 일어나는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