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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공장도 도입…AI 로봇 466만 대, 제조업 판도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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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공장도 도입…AI 로봇 466만 대, 제조업 판도 바꾸나

아시아 74% 집중 배치·한국 밀도 세계 1위…'사후 분석' 시대 끝났다
GF·인텔, AI 내재화 경쟁 본격화…"분석 도구 아닌 제조 인프라" 선언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전 세계 가동 산업용 로봇은 466만 4000대로 1년 전보다 9% 늘었다. IFR은 AI 융합과 휴머노이드 실용화에 힘입어 2028년 연간 설치량이 7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한국이 이 흐름의 정점에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전 세계 가동 산업용 로봇은 466만 4000대로 1년 전보다 9% 늘었다. IFR은 AI 융합과 휴머노이드 실용화에 힘입어 2028년 연간 설치량이 7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한국이 이 흐름의 정점에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지금 반도체 공장을 들고 있다면 이 숫자 하나만 보라.

공장 굴뚝 대신 카메라와 센서가 들어섰다. 19세기 산업혁명을 상징했던 피스톤과 기어 소리는 사라졌다. 오늘날 제조 현장의 주인은 AI가 탑재된 로봇과 실시간 데이터 흐름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전 세계 가동 산업용 로봇은 4664000대로 1년 전보다 9% 늘었다. IFRAI 융합과 휴머노이드 실용화에 힘입어 2028년 연간 설치량이 7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이 흐름의 정점에 있다. 2026년 기준 한국의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보유 대수는 1220대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세계 평균(177)의 약 7배에 달하는 수치다. 2026년 글로벌 로봇 설치 시장 규모는 167억 달러(24조 원)로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아시아, 신규 배치의 4분의 3 장악


지역별 쏠림은 뚜렷하다. 2024년 신규 배치의 74%가 아시아에 집중됐다. 유럽은 16%, 미주는 9%에 그쳤다. 한국·중국·일본·대만이 밀집한 아시아가 제조 자동화의 최전선으로 자리를 굳힌 것이다.

이 배치를 뒷받침하는 기술이 'AI 기반 임베디드 비전 시스템'이다. PC나 스마트폰처럼 범용 컴퓨터가 아니라, 특정 기계의 '두뇌'를 전담하도록 설계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결합체다. 로봇에 눈과 두뇌를 동시에 심어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결함을 가려내며 설비 고장을 미리 예측한다. 자동화 유도 차량(AGV), 협업 로봇(코봇), 휴머노이드, 자율 시스템이 생산 현장과 물류 창고에 속속 투입되는 배경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과 앱트로닉의 '아폴로' 같은 휴머노이드가 제조 라인 진입을 본격화했다. 성능, 생산 수준의 신뢰성, 현장 데이터 확보 능력이 도입 성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떠올랐다.

"AI는 분석 도구 아니다"…아키텍처 전쟁 시작


핵심 변화는 아키텍처 전환에 있다. 기존에는 공장 현장 데이터를 수집해 다른 곳에서 분석한 뒤 사후에 운영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시냅틱스(Synaptics) 마케팅 부사장 니타 셰노이는 "AI 추론이 기계에 더 가까워지고 있으며, 시각·감지·실시간 처리가 공장 현장에서 지속적이고 결정론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후 보고 체계에서 현장 즉시 판단 체계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반도체 제조에서는 글로벌파운드리스(GF)와 인텔이 대조적이면서도 점차 수렴하는 AI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GF는 고객 설계 칩을 위탁 생산하는 순수 파운드리로, AI 전략을 반복성과 복수 공장 이식성에 초점을 맞춘다. GF의 수지에스 바산은 "AI가 효과가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모델이 측정 가능한 가치를 제공하고 전 세계 공장에서 신뢰성 있게 복제되도록 하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인텔은 자체 설계·생산에서 출발한 통합 장치 제조업체(IDM)답게 생산 흐름 전반에 걸친 종단 간 데이터 가시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예측 다이 스크리닝, 페타바이트 규모 데이터 파이프라인, 조기 고장 감지에 집중한 AI 전략이 그 산물이다.

인텔은 AI 기반 실시간 공정 제어를 통해 기존 대비 수율을 10~15% 개선했다고 밝혔다. GF 역시 머신러닝 기반 불량 검출로 유지보수 비용을 20% 이상 줄였다. 인텔이 파운드리 서비스를 확대하고 GFAI를 운영 깊숙이 끌어들이면서, 두 회사는 AI를 단순 분석 보조 수단이 아닌 핵심 제조 인프라로 만드는 같은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다만 업계 전반이 마냥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레거시 설비와 AI 시스템의 통합 비용, 사이버 보안 취약성 확대, 숙련 엔지니어 수요 급증에 따른 인력난이 완충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각에서는 AI 제조 투자 과열이 단기 거품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삼성·SK도 초집중…단일 아키텍처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로봇을 통한 '무인 공정' 가속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64월 기준 반도체 핵심 공정에 AI 자율주행 로봇을 투입해 수율 최적화와 물류 자동화를 구현하며 2나노(nm) 공정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SK하이닉스도 HBM4 생산 라인에 AI 비전 로봇을 전면 배치해 불량률을 낮추며 지능형 제조 시스템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제조가 지금 '형성 단계'에 있다고 본다. 반도체 검사 분야에서는 두 가지 AI 아키텍처가 동시에 자리를 잡고 있다. 하나는 기계 학습과 첨단 센서 하드웨어를 긴밀하게 결합해 설비 자체에서 물리적 통찰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공장 전체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 스트림을 집계·연관 분석하는 방식이다.

예측 유지보수 분야에서도 산업 자동화 공급업체들은 기존 설비(브라운필드) 환경의 결정론적 제어를 중시하는 반면, 반도체·엣지 컴퓨팅 업체들은 추론 기능을 센서와 이기종 엣지 프로세서 쪽으로 밀어 넣고 있다. 단일 승리 아키텍처는 없다. 실용성과 건축적 야망 사이에서 산업 전체가 균형점을 찾는 중이다.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지표


글로벌 제조 현장의 로봇 도입은 단순 수량 확대를 넘어 '지능화' 단계로 진입했다. IFR 연간 설치 증가율(현재 9%)의 가속 여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2027'전 공정 자율화' 로드맵 달성 속도, GF·인텔의 수율·비용 개선 실적이 향후 제조 패권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다.

공장의 미래는 더 이상 기계의 힘이 아니라 데이터의 밀도로 결정된다. AI를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깊이 현장에 심느냐가 글로벌 제조 패권의 새 기준이 됐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