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50% 관세·노벨리스 화재 '3중 충격'… 포드, 원자재 비용 2조 9000억 원 추가 부담
미 자동차 업계 알루미늄 공급망 위기… 노벨리스 오스위고 공장 재가동 지연에 여름 성수기 직격
미 자동차 업계 알루미늄 공급망 위기… 노벨리스 오스위고 공장 재가동 지연에 여름 성수기 직격
이미지 확대보기한때 자동차 업계의 '연비 혁신 소재'로 각광받던 알루미늄이 이제는 미국 자동차 산업 전체를 옥죄는 최대 리스크로 돌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일(현지시각)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페르시아만 공급 차단, 수입 알루미늄에 부과된 50% 관세, 주요 공급업체 공장 화재라는 세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미국 자동차 업계가 심각한 알루미늄 수급 위기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그 충격은 미국 최다 판매 차량 포드 F-150의 생산 감축과 재고 급감으로 직결되고 있다.
'3중 악재'로 알루미늄 가격 1년 새 90% 폭등
미국 내 1차 알루미늄 가격은 1년 전보다 90% 가까이 치솟았다. 시장조사업체 S&P 글로벌 에너지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알루미늄 t당 가격은 6100달러(약 896만 8220원)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3220달러(약 473만 2756 원)에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알루미늄 선물 가격은 5월 1일 기준 t당 3518달러(약 517만 756원) 수준이지만, 50% 관세와 운반 비용이 더해지면서 미국 내 도착 가격이 이처럼 크게 벌어졌다.
가격 급등의 직접적 원인은 이란 전쟁이다. 미국이 소비하는 알루미늄의 약 5분의 1을 공급하던 페르시아만 국가들로부터의 선적이 사실상 막혔다.
시장분석업체 CRU그룹의 알루미늄 수석 연구원 로스 스트라찬은 "전쟁이 알루미늄 가격만 올린 것이 아니라 실제 공급 부족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CRU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알루미늄 가격은 추가로 10% 더 올랐다.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의 주요 제련 시설이 이란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고, 역내 최대 생산업체인 에미리츠 글로벌 알루미늄(EGA)은 생산 완전 정상화까지 최소 1년이 걸릴 것으로 밝혔다.
여기에 미국 자동차용 알루미늄 판재 공급량의 약 40%를 담당하던 알루미늄 가공업체 노벨리스의 뉴욕주 오스위고 공장이 지난해 9월 16일과 11월 20일 두 차례 화재로 가동을 멈춘 것이 결정타가 됐다.
노벨리스는 오스위고 핫밀(열간 압연 라인) 재가동 시점을 올해 2분기 말로 공식 발표해 왔으나, 포드는 이달 중 재가동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최근 실적 발표에서 다시 확인했다.
포드 최고운영책임자(COO) 쿠마르 갈호트라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업계 분석가들과의 콜에서 "만약 차질이 생기더라도 대응 계획을 갖추고 있다"며 "공장 생산 일정이 끊기지 않도록 추가 알루미늄 공급처를 확보해 뒀다"고 말했다.
포드, 알루미늄 의존 구조가 부메랑으로
피해가 가장 집중된 곳은 포드다. 포드는 2014년 F-150의 차체 소재를 철강에서 알루미늄으로 전면 교체했다. 당시 강화되던 연방 연비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었다.
알루미늄 F-150은 이전 모델보다 연비가 5~29% 향상됐고, 포드는 자동차 업계 최대의 알루미늄 구매자가 됐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선택은 포드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 취약점이 됐다.
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 셰리 하우스는 지난달 29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알루미늄을 중심으로 한 원자재 비용 압박이 당초 예상보다 약 10억 달러(약 1조 4702억 원) 더 늘어나 연간 기준으로 20억 달러(약 2조 9404억 원)를 웃돌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노벨리스 가동 정상화 전까지 대체 알루미늄 조달에 드는 일회성 비용이 추가로 15억~20억 달러(약 2조 2053억~2조 9404억 원)에 이를 것으로 포드는 추산하고 있다.
노벨리스 화재가 지난해 조정 이익을 20억 달러(약 2조 9404억 원) 줄인 데 이어 올해도 이중 부담이 이어지는 셈이다.
재고 상황도 심각하다. 시장조사업체 캐털리스트IQ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F-150 재고는 지난해 9월 첫 화재 이후 43% 줄었다.
재고 소진 일수도 지난해 9월 107일에서 4월 중순 기준 약 57일로 크게 짧아졌다. 텍사스주 댈러스-포트워스 지역에서 포드 대리점 4곳을 운영하는 딜러 샘 팩은 "F-150 재고가 통상적인 60일치에서 42일치로 줄었다"며 "앞으로 90일이 진짜 고비"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F시리즈 판매량은 159,901대로, 전년 동기의 약 19만 대보다 16% 줄었다.
포드는 트럼프 행정부에 오스위고 공장이 완전 정상화될 때까지 수입 알루미늄 관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행정부는 아직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의 라이언 브링크만 분석가는 "포드가 노벨리스 사태에서 당초 예상보다 회복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알루미늄→철강' 되돌아가나… 업계는 회의적
알루미늄 대란이 계속되자 철강 업계에서는 반사이익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국 최대 자동차용 철강 공급업체 클리블랜드-클리프스의 최고경영자(CEO) 로렌코 곤살베스는 지난달 "알루미늄을 철강으로 대체하는 움직임에서 이처럼 강한 추진력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즉각적인 소재 전환 가능성에 대해 시장 안팎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철강업체 스틸 다이나믹스의 CEO 마크 밀렛은 "철강으로 되돌아가는 광범위한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컨설팅업체 오토포캐스트솔루션스 부사장 샘 피오라니도 "알루미늄 부품을 만들던 설비를 철강용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며 "포드의 경우 F-150 전체 구조를 알루미늄 중심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차체 구조를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포드는 올해 F시리즈 트럭을 지난해 감산분에 더해 15만 대를 추가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노벨리스 공장이 재가동되더라도 가동 속도를 단계적으로 올려야 하는 만큼 공급 정상화는 올해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