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업계, 변동성 지쳐 실물자산 토큰화(RWA)로 '대전환' 승부수
2030년 수조 달러 시장 개화 전망… 월가 거물들과 '금융 배관' 선점 경쟁
2030년 수조 달러 시장 개화 전망… 월가 거물들과 '금융 배관' 선점 경쟁
이미지 확대보기비트코인 가격이 요동칠 때마다 실적 널뛰기에 시달리던 가상자산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대전환을 시작했다. 단순한 코인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던 천수답 모델을 버리고, 주식·채권·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올리는 '토큰화(Tokenization)'를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했다. 이는 투기적 자산이라는 오명을 벗고 기존 금융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 즉 '금융 배관(Financial Plumbing)'으로 자리 잡겠다는 노림수다.
악시오스(Axios)는 지난 5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업계가 반복되는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침체기)'를 극복하기 위해 토큰화와 디지털 자산을 기반으로 한 금융 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가 거물들과 '합종연횡'… 덩치 키우는 토큰화 시장
가상자산 업계의 움직임은 이미 대규모 인수합병(M&A)과 파트너십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사장 출신 톰 팔리가 이끄는 가상자산 거래소 불리시(Bullish)는 지난 5일 주식 이전 대행 기관인 에퀴니티(Equiniti)를 42억 5000만 달러(약 5조 8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전통적인 주식 자산을 토큰화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주요 거래소들이 제도권 금융 인프라 기업을 직접 인수하거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코인 가격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안정적 매출 구조'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라고 분석했다.
"가격은 잊어라"… 금융 배관으로 거듭나는 블록체인
주목할 점은 가상자산 기업 리더들이 '비트코인 가격'과의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블라드 테네브 로빈후드 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비트코인 가격에 대해 말하는 것을 멈추고 싶다"며 "우리의 전략은 가상자산 인프라를 실물 유틸리티 자산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러한 흐름은 '금융의 거물' 래리 핑크 블랙록 CEO가 예견한 "금융의 다음 세대는 자산의 토큰화가 될 것"이라는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현재 나스닥과 미국 예탁결제원(DTCC)은 블록체인 기반의 결제 시스템과 토큰화 증권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실제로 토큰화는 거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결제 시간을 단축한다. 예컨대 부동산이나 비상장 주식처럼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쪼개어 거래할 수 있게 함으로써 투자 접근성을 높인다. 현재 체인 위에 올라온 토큰화된 실물자산(RWA) 규모는 약 270억 달러(약 39조 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험' 단계 넘어야 할 과제… 투자자가 주목할 포인트 셋
다만 토큰화 시장은 여전히 초기 단계이며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완성도보다 '규제'와 '표준화'가 시장 성장의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각국 규제 당국이 토큰화된 자산을 증권으로 볼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자산으로 볼지에 대한 법적 정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토큰화는 이론적으로 완벽해 보이지만, 실제 제도권 금융 시스템과 충돌 없이 결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 금융권의 망 분리 규제나 보안 기준을 블록체인이 어떻게 충족할지가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투자자가 향후 주목해야 할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토큰화 증권에 대한 가이드라인 확정 여부다. 둘째, 블랙록 등 대형 운용사의 RWA 펀드 유입 자금 규모를 살펴야 한다. 셋째, 국내 토큰증권(STO)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속도다. 이는 국내 가상자산 업계와 증권사의 새로운 수익원 창출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가상자산은 '돈' 그 자체에서 '돈을 나르는 고속도로'로 진화하고 있다. 비트코인 차트를 보는 시간보다 실물자산이 어떻게 디지털 코드로 변환되어 유통되는지 그 인프라의 변화를 읽는 눈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