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 버리고 실용 택한 중국 연구소, '구매' 대신 '자체 구축'으로 기술 주권 완성
국내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중국발 AI 공급망 재편' 시나리오와 체크포인트
국내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중국발 AI 공급망 재편' 시나리오와 체크포인트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실리콘밸리가 소수의 '스타 과학자'와 천문학적 자본에 의존하는 사이, 중국 인공지능(AI) 산업이 '실용주의'와 '겸손한 공학'을 무기로 판도를 흔들고 있다. 서방의 제재를 기술 주권 확보의 기회로 치환한 중국은 젊은 연구 인력을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현장에 밀착 배치하며 미국과의 격차를 3~9개월 이내로 좁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기술 전문지 인터커넥츠 AI(Interconnects AI)는 8일(현지시간) 중국 연구자들이 미국식 스타 시스템 대신 철저한 실용주의를 선택했으며, 이는 단순한 추격을 넘어선 문화적 역전이라고 분석했다.
실력은 기본, '에고'는 삭제… 미국식 연구 문화의 '허점' 찔러
중국 AI 굴기의 핵심 동력은 역설적이게도 '낮은 자세'에서 나온다. 인터커넥츠 AI에서 보도한 램버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연구 문화가 개별 과학자의 명성과 자기 목소리를 강조하는 탓에 전체 모델의 최적화 과정에서 내부 갈등을 빚는 것과 달리, 중국 연구진은 조직의 목표를 위해 개인의 아이디어를 과감히 접는 '공학적 헌신'을 보여준다.
오픈AI나 앤스로픽 같은 미국 선두 기업들이 학부생 인턴십을 사실상 폐쇄한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은 학생들을 동료로 대우하며 실무에 투입한다. 이들은 실생활과 밀착한 '에이전트(Agent)' 기능 구현과 데이터 정제 등 화려하지 않지만, 필수적인 작업에 매달리며 모델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남의 기술 안 쓴다"… 자체 구축으로 다지는 기술 주권
중국 테크 기업들의 또 다른 특징은 '구매'보다 '자체 구축'을 선호하는 기술 소유권 집착이다. 메이투안(배달)이나 샤오미(제조) 같은 서비스 기업들이 직접 범용 LLM을 개발하는 현상은 미국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미국 기업들이 비용 효율성을 이유로 API를 구매해 쓰는 반면, 중국 기업들은 핵심 기술을 내재화해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고 자사 서비스에 최적화한 모델을 확보한다.
데이터 산업의 미성숙도 오히려 약이 됐다. 고품질 데이터를 구매하기 어려운 환경 탓에 바이트댄스나 알리바바는 사내에 대규모 데이터 라벨링 팀을 직접 운영하며 강화학습(RL) 환경을 구축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데이터 품질 관리 역량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도체 공급망 확장도 거세다. 중국 반도체 장비사인 창촨(CCtech)과 넥스툴(Nextool)은 최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동남아 OSAT(반도체 패키징·테스트 외주) 거점을 공략하고 있다.
7일 디지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창촨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현지 생산 기지를 확보해 AI 칩 테스트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속에서 동남아시아를 '전략 요충지'로 삼아 패키징 주권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한·미·중 AI 경쟁 지수 비교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3국지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미국, 중국, 한국은 각기 다른 전략 자산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미국은 원천 기술을 주도하며 '스타 과학자'에 힘을 싣는 반면, 중국은 물량 공세와 정부 보조금으로 응용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은 한국어 특화 모델과 제조업 융합에 집중하며 틈새시장을 노리는 실용적 노선을 택했다.
미국은 오픈AI와 앤스로픽을 필두로 원천 기술과 알고리즘 혁신을 주도하며 소수 정예의 '스타 과학자' 집단에 힘을 실어준다. 반면 중국은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처럼 대규모 학생과 엔지니어 군단을 투입해 응용 서비스 확장에 사활을 걸었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대기업의 기술 내재화가 뒷받침된 결과다.
한국은 네이버와 SK텔레콤 등을 중심으로 한국어 특화 모델과 제조업 융합에 집중하는 실용적 노선을 택했다. 학계 중심의 인재를 점진적으로 확충하며 대기업 주도의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결국 독보적 혁신의 미국과 물량 공세의 중국, 틈새를 노리는 한국 중 누가 미래 시장의 표준을 선점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중국 AI 산업의 팽창은 수치로도 입증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AI 기술 수준은 미국(100) 대비 88.8% 수준이나, 중국은 92.5%로 미국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특히 중국의 오픈소스 모델인 '첸원(Qwen)'과 '딥시크(DeepSeek)'는 특정 벤치마크에서 GPT-4급 성능을 내며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투자자가 챙겨야 할 '경제안보 체크리스트'
중국 AI의 부상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와 기업 관계자들이 주목해야 할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엔비디아 칩 우회 경로와 자국산 가속기 고도화다. 화웨이 등 중국산 칩의 성능 향상 속도와 동남아시아 생산 기지를 통한 제재 회피 실효성을 점검해야 한다. 둘째, 오픈소스 생태계의 주도권이다. 첸원(Qwen)이나 딥시크(DeepSeek) 같은 중국발 모델이 글로벌 표준을 장악할 경우 미국의 기술 통제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셋째, 소프트웨어 구매 패턴의 변화다. 중국 기업들이 서비스 이용료(SaaS) 대신 자체 인프라 투자를 지속할 경우 관련 하드웨어 주식의 향방이 달라질 것이다.
중국 AI 연구소들이 보여주는 '겸손한 공학'은 화려한 수사보다 실질적인 결과물로 시장을 설득하고 있다. 자존심을 버리고 실용을 택한 중국의 '엔지니어 대군'이 미국의 '스타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베이징과 항저우로 쏠리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