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헝가리, 우크라이나 압류 자산 1억 달러 전격 반환

글로벌이코노믹

헝가리, 우크라이나 압류 자산 1억 달러 전격 반환

오르반 퇴진 후 양국 관계 급진전… '에너지·금융' 협력 복원 신호탄
동유럽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따른 역내 교역 정상화 기대감 증폭
헝가리 총선서 승리한 머저르 페테르 티서당 대표 당선인.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헝가리 총선서 승리한 머저르 페테르 티서당 대표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빅토르 오르반 전 총리의 실각 이후 급속도로 냉각됐던 우크라이나와 헝가리의 외교 관계가 압류 자산 반환을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 독일 언론 슈피겔(DER SPIEGEL)은 7일(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헝가리 당국이 압류했던 수천만 달러 규모의 현금과 금괴가 우크라이나로 전액 반환됐다는 내용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헝가리 내 정권 교체 이후 양국 간의 해묵은 갈등을 해소하고 경제 협력을 재개하려는 신뢰 구축의 핵심 조치로 풀이된다.

돈세탁’ 빌미로 묶였던 1억 달러 규모 자산, 2개월 만에 빗장 풀려


이번에 반환된 자산은 지난 3월 초 헝가리 보안당국이 오스트리아와 우크라이나를 오가는 정기 현금 수송 차량을 검문하는 과정에서 압류한 것이다.

당시 압류된 자산 규모는 미화 4000만 달러(약 586억 원), 3500만 유로(약 604억 원)의 현찰과 9kg에 달하는 금괴다. 해당 자산은 우크라이나 국영은행인 오스차드뱅크(Oschadbank) 소유로 확인됐다.

당시 헝가리 당국은 ‘돈세탁 혐의’를 내세워 현금 수송 요원 7명을 억류하고 자산을 몰수했으나,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유럽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자산 압류가 단순한 법적 절차가 아닌, 당시 친러시아 성향을 보였던 오르반 정권의 정치적 압박 수단이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에너지·차관’ 맞교환 카드였던 압류 자금… 정권 교체가 변곡점


사건 당시 양국 관계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헝가리는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드루즈바(Drushba) Pipeline’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 공급 재개를 강력히 요구하는 한편, 유럽연합(EU)이 추진하던 900억 유로(약 155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차관을 단독으로 저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헝가리 총선에서 빅토르 오르반이 퇴진하고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하는 페테르 머저르(Péter Magyar) 당선인이 등장하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머저르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우크라이나는 파손됐던 드루즈바 송유관의 가동 재개 의사를 밝혔으며, 헝가리는 이에 화답하듯 압류 자산을 전격 반환하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유럽 정계 전문가는 "이번 자산 반환은 머저르 정부가 오르반의 '친러·반EU' 노선과 결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며 "헝가리가 EU 내에서 고립을 탈피하고 인접국과의 경제 공급망을 복원하려는 전략적 선택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동유럽 공급망 복원… 국내기업도 ‘에너지 리스크’ 예의주시


헝가리와 우크라이나의 관계 회복은 유럽 내 에너지 안보와 물류 공급망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송유관 가동 재개는 유럽 내 에너지 가격 안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시장 참여자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페테르 머저르 당선인은 오는 10일(현지시각) 총리직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며, 오는 6월 초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경제·외교 관계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국영은행 자금의 회수는 전시 재정 운용에 숨통을 틔워줄 뿐만 아니라, 동유럽 내 금융 거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권 교체기 과도기적 상황에서 러시아의 반발 가능성 등 지정학적 변수가 여전하다는 점을 향후 리스크로 꼽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