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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종전 협상 기로… 호르무즈 봉쇄·교전 장기화에 유가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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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종전 협상 기로… 호르무즈 봉쇄·교전 장기화에 유가 폭등

루비오·위트코프, 카타르 총리와 마이애미 긴급 회동… 이란 "검토 중" 답변 지연
미 전국 평균 휘발유값 갤런당 4.55달러 돌파·캘리포니아 6.1달러 육박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물동량 80% 감소.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물동량 80% 감소. 사진=연합뉴스


종전 협상 타결을 기대했던 국제사회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초안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이는 사이,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미 해군과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연이어 교전을 벌이며 한 달 전 체결된 휴전 합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폭스뉴스, 로이터, 악시오스, 월스트리트저널, 알자지라 등 주요 외신들은 9~10일(현지시각),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특사가 10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와 긴급 회동을 가졌지만, 이란의 공식 답변은 이 시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휴전 속 교전·봉쇄 '이중 전쟁' 계속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4월 13일 이후 총 58척의 상선을 이란 항구 진입 직전 돌려세웠고 4척을 무력화했다"며 "대이란 해상 봉쇄는 완전히 유지 중"이라고 밝혔다.

가장 최근에는 미 해군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함(CVN 77)에서 출격한 F/A-18 슈퍼호닛이 이란 국적 유조선 M/T 씨스타 III호와 M/T 세브다호의 연통을 정밀 타격해 두 선박이 이란 항구 진입을 포기하고 회항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은 즉각 반발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 유조선이나 상선이 추가로 공격을 받을 경우 해당 지역 내 미군 기지 1곳과 적 함정을 향해 광범위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혁명수비대 항공우주군 사르다르 무사비 장군도 이란 국영방송 IRIB를 통해 "우리 미사일과 드론은 이미 미군 목표물에 겨냥돼 발사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같은 충돌에도 "휴전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하원 군사위원회 간사인 애덤 스미스 의원(워싱턴주)은 "봉쇄는 전쟁 행위"라며 "폭격에서 봉쇄로 전략을 바꾼 것이지, 평화에 가까워진 것이 아니다"라고 MSNBC에서 비판했다.

협상 난항… 양측 모두 "우리가 이겼다" 인식

이번 회동에서 논의 중인 문서는 사실상 '1쪽짜리 종전 기본 합의문'으로, 세부 협상의 출발점이 될 양해각서 형태다. 이란은 이 합의문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복수의 수정 요구를 중재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수석 보좌관 알리 사파리는 "미국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최근 해협 내 미군 행동을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지 워싱턴대학교 중동학 프로그램 디렉터 시나 아조디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 양측 모두 '자신이 전쟁에서 이겼다'는 인식을 갖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어 양보 의지가 약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정권 생존이라는 핵심 목표를 달성했고, 미국은 이란 해군과 미사일 전력을 상당 부분 무력화했다고 자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상 타결을 압박하는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4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미국의 전 주이스라엘 대사 대니얼 샤피로는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징 방문 전에 이란 전쟁을 사실상 마무리한 상태로 가고 싶어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란 문제에서 중국의 도움을 구하는 을의 입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 폭등·원유 재고 8년 만의 최저… 글로벌 경제 비상


에너지 시장 충격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 집계 기준 5월 10일(현지시각) 현재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소매가는 갤런당 4.546달러(약 6650원)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5일 갤런당 6.114달러(약 8950원)를 돌파했고, 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은 "전문가들이 최고 7달러(약 1만 2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는 중동산 원유에 소비량의 약 3분의 1을 의존하는데, 이 지역 마지막 유조선이 4월 말 하역을 마친 뒤 추가 공급이 끊긴 상태다.

원유 재고 상황도 급박하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세계 원유 재고가 8년 만에 최저 수준에 근접하고 있으며, 재고 소진 속도가 너무 빨라 추가 충격 흡수 능력이 크게 줄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 추산에 따르면 페르시아만 원유 생산은 하루 1450만 배럴이 차질을 빚고 있으며, 4월 한 달간 재고 소진 속도는 하루 1100만~1200만 배럴에 달했다.

총에너지(TotalEnergies) 파트리크 푸야네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실적발표 회견에서 "전쟁이 5월 중 종결된다 해도 '사실상 재고 고갈' 상태로 위기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5월 1일 기준 미국 내 휘발유 재고는 2억 1980만 배럴로 5년 평균 대비 4% 낮은 2014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레바논에서는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 간 교전이 다시 격화됐다. 레바논 당국에 따르면 9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적어도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레바논 보건부는 지난 3월 2일 개전 이후 현재까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레바논 내 사망자가 2618명, 부상자가 8094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5월 1일 기준).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발사 준비를 마친 로켓 발사대 2기를 타격했다"고 밝혔으나 민간인 피해도 발생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은 이날 해상 호위 임무를 위해 타입45 방공구축함 HMS 드래곤을 중동으로 전진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역시 유일한 항공모함 샤를 드골함을 홍해 남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HMS 드래곤의 전진 배치는 영국·프랑스 공동 주도의 다국적 연합군이 호르무즈 해협 안전 항행을 보장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기 위한 사전 준비"라고 밝혔다.

걸프 국제포럼 다니아 타페르 사무국장은 알자지라에 "이란은 핵무기보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 훨씬 강력한 협상 카드라는 사실을 이번 전쟁에서 깨달았다"며 "이란은 이 카드를 최대한 활용해 전쟁 이전 상태로의 복귀, 즉 미국이 전쟁을 일으킨 명분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