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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화된' 트럼프와 '우위 점한' 시진핑… 8년 만의 베이징 회담, 권력 저울이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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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화된' 트럼프와 '우위 점한' 시진핑… 8년 만의 베이징 회담, 권력 저울이 기운다

이란 전쟁·관세 정책 무력화·지지율 폭락… ‘정치적 상처’ 입고 방중하는 트럼프
에너지 위기 속 ‘중재자’ 자처한 중국… 시진핑, 대만·무역 협상서 강력한 ‘꽃놀이패’ 쥐어
전문가들 “실질적 돌파구보다 트럼프 체면 세워주는 ‘연극적 거래’ 그칠 가능성 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0일 한국 부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트럼프는 이달 말 베이징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0일 한국 부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트럼프는 이달 말 베이징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로이터
5월 14일 전 세계의 이목이 베이징으로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이란 전쟁과 경제 불확실성으로 뒤흔들린 글로벌 패권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6개월 전 회담이 처음 제안됐을 때와 비교해 지금 두 정상의 손에 든 카드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9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트럼프의 ‘직감’ 압도하는 시진핑의 ‘전략적 결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다. 무엇보다 ‘미국 우선주의’의 상징이었던 관세 정책이 국내외에서 사면초가에 몰렸다.

미 대법원은 최근 트럼프의 핵심 관세 정책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렸으며, 지난 7일에는 전 세계에 부과했던 10% 임시 관세마저 무효화됐다.

정치적 자산도 바닥을 치고 있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전고점 대비 10%포인트 이상 하락한 62%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11월 중간선거라는 '다모클레스의 검'이 머리 위에 걸린 상황에서, 트럼프는 실망한 유권자들에게 보여줄 '성과'가 절실하다.

브렛 브루언 전 백악관 글로벌 참여 국장은 "시진핑은 트럼프의 국내적 약점을 감지하고 이를 이용하려 할 것"이라며 "지금은 시진핑이 상대를 조종할 수 있는 절호의 순간"이라고 분석했다.

이란 전쟁이 선사한 중국의 ‘지정학적 지렛대’


이번 회담의 가장 큰 변수는 이란 전쟁이다. 트럼프가 주도한 이 분쟁은 당초 예상과 달리 장기전으로 치닫으며 미국의 군사적·경제적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이 위기를 통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중재자이자 '합리적 행위자'로서의 위상을 높였다.
특히 중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이 5%를 기록하며 기대를 웃돌고, 기술 자급자족이 탄력을 받으면서 시진핑 주석의 자신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라나 미터 하워드 케네디 스쿨 교수는 "중국은 미국이 먼저 다가오게 함으로써 자신들이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필요하다면 리튬 등 핵심 광물을 지렛대로 삼아 트럼프를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만·무역… 시진핑의 ‘희망 목록’ 관철될까


시진핑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의 절박함을 이용해 실질적인 양보를 끌어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 독립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표현을 넘어 '반대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내놓기를 원한다.

대법원 판결로 무력화된 관세 전쟁의 완전한 종식과 대규모 무역 조사 중단을 촉구할 가능성이 크다.

호르무즈 해협 등 글로벌 물류 통로의 안정을 조건으로 미국산 대두나 보잉 항공기 구매를 협상 카드로 제시할 수 있다.

'실질적 합의'보다는 '화려한 연출'에 무게


물론 중국도 부동산 침체와 청년 실업률(21.3% 기록 후 발표 중단) 등 내부적인 아킬레스건이 존재한다. 따라서 시진핑 역시 미국과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원치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미중 관계의 근본적 체질 개선보다는 '거래적 합의'와 '화려한 의전'에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앨런 칼슨 코넬대 교수는 "중국은 트럼프에게 사진 행사와 같은 '승리'의 외관을 기꺼이 제공할 것"이라며 "큰 돌파구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최소한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은 막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총평했다.

손에 든 카드가 적어진 '도박사' 트럼프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이 내민 고난도의 체스판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전 세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