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회귀 움직임… 배터리·소프트웨어 자회사 500명 해고 단행
실적 부진 속 '기술 개방형' 전환… ‘전기차 올인’에서 속도 조절로
실적 부진 속 '기술 개방형' 전환… ‘전기차 올인’에서 속도 조절로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럭셔리 완성차 브랜드 포르쉐가 전기차(EV) 전환의 핵심축이었던 배터리 및 소프트웨어 자회사 3곳을 전격 폐쇄하며 대대적인 사업 재편에 나섰다.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포르쉐는 실적 악화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 감축을 포함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마이클 라이터스(Michael Leiters) 포르쉐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하는 이번 조치는 수익성 회복을 목적으로 독일 본사 등 글로벌 사업 전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자체 배터리 포기하고 '외부 협력' 선회… 핵심 동력 잃은 EV 로드맵
하지만 지난해 8월 자체 생산 계획을 철회하고 연구개발(R&D) 조직으로 축소한 데 이어, 결국 법인 폐쇄라는 최후의 성적표를 받았다.
포르쉐는 이에 대해 "기술 개방형 파워트레인 전략을 추구한다"라고 밝혔다. 이는 배터리 내재화 대신 외부 전문 기업으로부터 공급받는 방식으로 전환해 비용 부담을 덜겠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전기 자전거 구동 시스템을 담당하던 '포르쉐 e바이크 퍼포먼스(Porsche eBike Performance)'와 폭스바겐 그룹 전체의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던 '세티텍(Cetitec)'도 문을 닫는다. 이번 조치로 해당 자회사 소속 직원 5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중국·북미 등 핵심 시장 판매 급감… 내연기관 플랫폼 '부활' 조짐
포르쉐가 이처럼 가혹한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처참한 판매 실적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포르쉐의 글로벌 판매량은 주요 시장에서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인도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급감했으며, 북미 시장에서도 11%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유럽 전체 판매량 역시 18% 줄어들며 경영 위기론이 고조된 상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포르쉐의 부진이 단순한 경기 침체 때문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지연이 치명타가 됐다"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마칸 일렉트릭(Macan Electric)은 폭스바겐 소프트웨어 부문인 카리아드(Cariad)의 개발 차질로 출시가 2년 가까이 늦어졌다. 2030년까지 판매량의 8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당초 목표와 달리, 최근 포르쉐는 단종 예정이던 내연기관 플랫폼의 수명을 연장하는 등 전략적 후퇴를 시도하고 있다.
"몸집 줄여야 산다"… 자산 매각 가속화 및 향후 전망
올해 초 취임한 마이클 라이터스 CEO는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고통스러운 절단이 불가피하다"라며 "회사를 더 가볍고 빠르게 만들어 제품의 매력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르쉐는 이미 지난달 뉴욕 소재 투자사인 HOF 캐피털이 이끄는 컨소시엄에 부가티 리막(Bugatti Rimac)과 리막 그룹(Rimac Group)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합의하며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포르쉐의 이번 행보가 전기차 시장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견디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고 풀이한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포르쉐가 올해 안에 출시할 카이엔(Cayenne) 전기차 버전 등 신모델의 성공 여부가 향후 브랜드 신뢰도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만 내연기관으로의 회귀와 전기차 전략 수정이 반복되면서, 과거 올리버 블루메(Oliver Blume) 전 회장이 선언했던 "배터리는 미래의 연소실"이라는 비전은 동력을 잃었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