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레나르·딩겔 의원 ‘바퀴 달린 감시카메라’ 금지 법안… 2029년 하드웨어 봉쇄 시나리오
삼성·LG 전장부품 ‘안전한 대안’ 부상… 공급망 재편 속 우리 기업 실질 이익 분석
삼성·LG 전장부품 ‘안전한 대안’ 부상… 공급망 재편 속 우리 기업 실질 이익 분석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의회가 중국산 자동차를 ‘움직이는 데이터 수집 장치’로 규정하고 미 도로에서 완전히 퇴출하기 위한 초당적 법안 제정에 나섰다. 단순한 관세 장벽을 넘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차량의 수입과 판매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다.
이번 조치는 미국 자동차 시장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동시에 한국의 완성차 및 전장(전자장비) 업계에는 새로운 시장 확보의 전환 국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감시 패키지 실은 중국차 안 돼”… 미 의회 초당적 안보 공조
미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존 물레나르 의원(공화·미시간)과 데비 딩겔 의원(민주·미시간)은 지난 7일(현지시간)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의 미국 내 운행을 금지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공동 성명에서 “미국 도로 위의 모든 자동차는 위치, 이동 경로, 주변 인프라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기기”라며 “중국산 차량이나 부품이 이 시스템의 일부가 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미 보안당국의 경고도 구체적이다.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해 하원 청문회에서 ‘볼트 타이푼’ 등 중국 국가 지원 해커 조직이 미국의 교통망 등 핵심 기반 시설을 언제든 마비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결국 이번 법안은 경제적 경쟁을 넘어선 실존적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책인 셈이다.
2309억 달러 투입한 중국 ‘EV 굴기’… 미 시장 문턱서 멈추나
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이번 금지 법안에 대해 즉각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재단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 기업들이 정상적인 시장 경쟁자가 아닌,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경제 교란 기구라고 규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자국 전기차(EV) 부문에만 총 2309억 달러(약 338조 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쏟아부었다.
이러한 ‘자본 공세’로 무장한 중국차가 미국 시장에서 퇴출당할 경우, 그 빈자리는 한국과 일본 등 기존 동맹국 자동차 업체들이 채울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최근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수혜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자동차를 넘어 반도체, 센서, 통신 모듈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전장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이번 조치는 단순히 완성차 수입을 막는 것을 넘어 공급망 전체에서 중국을 도려내겠다는 뜻으로 보이며, 한국 부품사들이 미국 시장에서 ‘안전한 대안’으로서의 입지를 굳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전장·HBM 공급망 재편의 ‘실질적 손익계산서’
미국 상무부의 하드웨어 규제안은 중국산 통신 제어 장치와 카메라 시스템을 탑재한 차량의 수입을 오는 2029년 모델부터 원천 봉쇄한다. 이는 국내 기업이 강점을 가진 자율주행 지원 시스템(ADAS), 인포테인먼트, 5G 통신 모듈 분야에서 대규모 수주 기회로 이어진다. 특히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자율주행차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역시 한국 반도체 업계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국산 저가 부품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단기적 원가 상승과 공급망 재편 비용은 리스크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급격하게 공급선을 변경할 때 발생하는 물류비용과 단가 최적화 문제는 한국 부품사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결국 안보 신뢰성을 확보한 한국 전장 부품이 미국 내 점유율을 늘리는 실질적 반사이익을 누릴 전망이다.
투자자가 챙겨야 할 3가지 체크포인트
이번 법안이 발의됨에 따라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발생할 세 가지 핵심 변수를 주시해야 한다.
첫째, 미 상무부의 세부 규정 확정 시기다. 차량 내 어떤 부품(센서, 카메라, 통신 칩 등)까지 중국산을 금지할지에 따라 국내 전장 부품사의 단기 실적이 요동칠 수 있다.
둘째, 멕시코 우회 수출 차단 여부다. 중국 기업들이 멕시코 공장을 통해 미국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미 정부가 원산지 규정을 얼마나 강화할지가 관건이다.
셋째, 중국의 보복 조치다. 테슬라 등 중국 내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나 희토류 등 배터리 핵심 광물 수출 통제가 한국 배터리 업계에 미칠 영향을 점검해야 한다.
과거 냉전 시대의 안보가 핵무기와 미사일에 집중되었다면, 2026년의 안보는 도로 위를 달리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로 옮겨갔다. 미국이 쌓아 올린 ‘디지털 장벽’은 한국 경제에 위기이자 기회라는 양면의 과제를 던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이 거대한 공급망 재편의 파고를 넘어 미국 시장의 ‘퍼스트 무버’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을지 지켜볼 때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