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차이나 없는 미국차는 환상... 공급망 '뿌리' 장악에 안보 우려 증폭
핵심 부품 의존도 심화로 미·중 갈등 속 자동차 생산 차질 위험 가중
핵심 부품 의존도 심화로 미·중 갈등 속 자동차 생산 차질 위험 가중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9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기업들은 미국 내 1만 개 자동차 부품 협력사 가운데 약 5%의 지분을 확보하며 미 자동차산업의 뿌리에 깊숙이 파고든 상태다.
미국 정치권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전기차 수입 차단에 공세를 퍼붓고 있으나, 이미 안방 공급망은 중국 자본에 상당 부분 잠식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내 60개 대형 공급사 중국 소유…조향·에어백 등 핵심 장악
글로벌 경영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의 최신 자료를 보면, 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인 자동차 부품 업체 중 60개 이상이 중국 기업 소유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단순 소모품이 아닌 에어백, 자동차 유리, 조향장치(스티어링 시스템) 등 차량 안전과 직결된 핵심 부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과거 품질 논란으로 외면받던 중국 부품사들이 자본력을 앞세운 인수합병(M&A)과 기술력 향상으로 주류 시장에 진입했다.
알릭스파트너스의 위르겐 지몬 파트너는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중국 기업은 잠재적 경쟁자 정도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글로벌 부품사들이 입찰에서 패배할 때 그 상대는 예외 없이 중국 기업"이라고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설명했다.
실제로 글로벌 100대 자동차 부품사 중 중국 기업 수는 2012년 단 1곳에서 2024년 13곳으로 급증했으며, 2030년에는 22곳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포드·GM 등 미 대표 차종도 중국 의존…공급망 실태 분석
구체적으로 포드(Ford)의 상징적인 스포츠카인 최신형 '머스탱 GT'는 주행 성능의 핵심인 6단 수동 변속기를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장착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의존도가 높다. 인기 차종인 쉐보레 '트랙스'를 비롯해 차세대 전략 모델인 전기차 '블레이저'와 '이쿼녹스' EV 모델의 경우 중국산 부품 비중이 약 2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브랜드인 토요타(Toyota)도 예외는 아니다. 북미 시장에서 판매되는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전체 부품의 15%가 중국산으로 채워져 있다.
이러한 수치는 미·중 갈등 속에서 '공급망 분리(디커플링)'를 외치는 정치권의 구호와 현장의 실태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있음을 보여준다.
완성차업체들은 비용 절감과 제조 효율성을 위해 이미 중국 자본이 투입된 글로벌 공급망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으며, 이를 단기간에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막대한 비용과 공정 수정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안보 리스크 현실화…미 정부 "배터리 등 중국 자본 차단" 압박
중국에 편중된 공급망은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 위협으로 비화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소유 반도체 기업과 관련한 정치적 갈등이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생산 중단 위기로 이어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마이클 던 던인사이츠 대표는 "중국 기업들은 이미 산업 생태계에 깊숙이 통합되어 있다"면서 단기간 내 분리가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응해 지난달 말 미 하원 공화당 의원 50여 명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배터리·자동차 기업의 미국 내 제조시설 설립을 원천 차단할 것을 촉구했다.
테슬라(Tesla)는 이미 공급망에서 중국산 부품 배제를 선언했으며, GM은 미국 생산 차량의 중국산 재료 직접 구매 비중을 3% 미만으로 낮추는 등 '공급망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뉴욕 금융권의 한 분석가는 "중국 자동차의 미국 진출은 관세 장벽으로 막을 수 있지만, 이미 실핏줄처럼 퍼진 부품 공급망을 도려내는 과정에서 미국 자동차 산업이 치러야 할 비용과 생산 차질은 상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향후 미·중 갈등이 심화될수록 자동차 공급망을 둘러싼 '경제 안보' 전쟁은 더욱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