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경 4655조 원 금융거래 지나는 '디지털 동맥'… 이란혁명수비대 연계 매체, 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겨냥 3단계 수익화 방안 제시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속 에너지에 이어 디지털 인프라까지 전방위 압박… 글로벌 인터넷 우회로 구축 가속화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속 에너지에 이어 디지털 인프라까지 전방위 압박… 글로벌 인터넷 우회로 구축 가속화
이미지 확대보기이란 인터내셔널(Iran International), 타임스오브이스라엘(Times of Israel) 등 주요 외신들은 9~10일(현지시각),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관영 매체들이 잇따라 구체적인 수익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에너지 수송로에 이어 글로벌 디지털 인프라마저 이란의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루 1경 4655조 원 금융거래 흐르는데, 이란만 배제돼 있다"
이란혁명수비대와 관계가 깊은 반관영 타스님(Tasnim) 통신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 인터넷 케이블 수익 창출을 위한 3단계 실행 방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해협을 지나는 해저 광케이블로 매일 10조 달러(약 1경 4655조 원) 이상의 금융거래가 이뤄지지만, 이란은 이 핵심 통신 인프라에서 경제적·주권적 이익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타스님이 제시한 3단계 방안은 ▲외국 기업에 초기 라이선스 비용과 연간 갱신료를 부과하는 것 ▲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이란 법률에 따라 운영하도록 강제하는 것 ▲이란 기업에 케이블 수리·유지 보수의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타스님은 이 조치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합법적인 부의 창출을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혁명수비대 연계 매체인 파르스(Fars) 통신도 같은 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사한 주장을 폈다. 파르스는 국제 인터넷 통신의 99% 이상이 해저 인프라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네트워크는 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다국적 기업의 핵심 기간망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해당 케이블들이 이란이 완전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역 안에 있으며, 국제 통과항행권이 이란의 규제 권한을 무효화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해저에는 아시아·중동·유럽을 잇는 최소 7개의 광케이블이 매설돼 있다. 이란은 이집트 모델을 선례로 내세우고 있다. 이집트는 홍해와 지중해 사이 자국 육상 구간을 통과하는 해저 케이블에 통행료를 받으며, 국영 텔레콤이집트가 케이블 사업에 참여해 수익을 거두고 있다.
에너지 봉쇄에서 디지털 압박으로… 전방위 수익화 전략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Stimson Center)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의 드론이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UAE)의 데이터센터를 공격하고, 이란이 해저 케이블 절단과 호르무즈 해협 기뢰 부설을 위협하는 등 미국 IT 기업의 자산을 '적의 기술 인프라'로 규정하며 타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팀슨센터는 이 범주를 해저 광케이블로 확장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해운 위험 자문사 마리스크스(Marisks)의 디미트리스 마니아티스(Dimitris Maniatis)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CNN 방송에 "이란이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요구하며 사실상 허가 없이는 통과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Fatih Birol) 사무총장은 "호르무즈 해협은 깨진 꽃병과 같다. 이미 깨졌고 피해는 현실이 됐다. 이를 되돌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봉쇄 장기화… 세계는 이미 우회로를 찾고 있다
이란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국제사회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대체 경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봉쇄 이후 대체 경로를 통한 원유 이송량은 하루 420만 배럴에서 700만 배럴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라크는 바스라~하디사 간 700km 송유관 공사에 착수했다. 이라크 석유부는 이 사업에 15억 달러(약 2조 1982억 원)를 배정했다고 밝혔으며, 송유관은 시리아 바니야스·터키 제이한·요르단 아카바 등 복수의 경로를 통해 원유를 수출하게 된다.
해저 케이블 분야에서도 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사 stc 그룹은 시리아 국가 사업인 '실크링크(SilkLink)'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해 8억 달러(약 1조 1724억 원)를 투자, 시리아 전역에 4500km 광케이블망과 데이터센터·해저 케이블 육상 기지국을 구축한다.
카타르 오레두(Ooredoo)는 이라크~터키를 잇는 육상 대안 경로에 5억 달러(약 7327억 원)를 투자하는 한편, 걸프협력회의(GCC) 7개국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 '걸프 내 광케이블(FIG)' 사업도 추진 중이다.
반면 아랍에미리트·이라크 컨소시엄이 추진하던 7억 달러(약 1조 258억 원) 규모의 '월드링크(WorldLink)' 프로젝트는 전쟁으로 사업 전제가 무너지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란이 에너지·화물·디지털 트래픽에 걸쳐 호르무즈의 '관문' 역할을 자처할수록, 세계가 해협을 우회하는 송유관·탱커·상선·해저 케이블 인프라를 구축하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