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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꿈 깨라"… 연준 '무기한 동결' 공포에 현금으로 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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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꿈 깨라"… 연준 '무기한 동결' 공포에 현금으로 튄다

뱅크오브아메리카 "2027년까지 인하 없다"… 이란 전쟁·AI가 금리 발목
"예금·단기국채가 답"… MMF 167조 원 '머니무브', 개인 투자자 대응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계가 멈췄다. 시장이 기대하던 '상저하고'식 금리 인하 시나리오는 폐기 처분될 위기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3.50~3.75%)에서 사실상 영원히 묶어두는 '무기한 보류(Indefinite Hold)'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계가 멈췄다. 시장이 기대하던 '상저하고'식 금리 인하 시나리오는 폐기 처분될 위기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3.50~3.75%)에서 사실상 영원히 묶어두는 '무기한 보류(Indefinite Hold)'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계가 멈췄다. 시장이 기대하던 '상저하고'식 금리 인하 시나리오는 폐기 처분될 위기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3.50~3.75%)에서 사실상 영원히 묶어두는 '무기한 보류(Indefinite Hold)'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고금리 환경이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으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은 주식과 장기 채권을 떠나 단기 국채와 머니마켓펀드(MMF) 등 현금성 자산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배런스(Barron's)는 지난 10(현지시각) "연준의 금리 조정이 사실상 종료됐을 가능성이 크며, 이는 티빌(T-bill·단기 국채) 등 현금 자산에 유례없는 호재"라고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금리 인하 시점 전망을 기존 '올해 말'에서 '2027년 중반'으로 1년 이상 늦췄다. 이란 전쟁발 지정학적 리스크, 강력한 관세 정책, 인공지능(AI) 혁명에 따른 노동시장 재편 등이 물가를 자극하며 연준의 손발을 묶어버렸다는 진단이다.

"2027년까지 금리 인하 없다"… 월가 IB들의 서늘한 경고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전망은 갈수록 보수적이다. 도이치뱅크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현재의 금리 수준이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 '중립 금리' 상태라고 분석하며 무기한 동결 가능성을 제기했다. HSBC 역시 2027년까지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러한 '하이어 포 롱거(Higher for Longer·고금리 장기화)' 기조는 자산 시장의 대이동을 촉발했다. 금리 인하 시 차익을 노리고 장기 채권에 머물던 자금들이 4~16주 만기의 초단기 국채와 온라인 예금으로 회항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일까지 일주일간 MMF 자산은 12235000만 달러(1805000억 원) 급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4월 이후 최대치로, 시장이 느끼는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현재 4주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3.67%, 16주 만기는 3.69%에 달한다. 위험이 거의 없는 초단기 자산이 웬만한 배당주보다 높은 수익을 따박따박 보장해주니, 투자자로서는 굳이 위험한 곳에 돈을 묻어둘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역전된 금리 구조의 정상화… "추가 인상" 베팅까지 등장


더 주목할 변화는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의 움직임이다. 지난해만 해도 시장은 '곧 금리를 내릴 것'이라 확신했기에 6개월~1년 만기 단기 국채 금리가 연준 실효금리(EFFR)보다 낮게 형성됐다. 하지만 최근 인하 기대가 사라지자 단기물 금리가 실효금리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이는 시장 참여자 중 일부가 금리 인하가 아닌 '추가 인상' 시나리오까지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공포 섞인 수요는 단기물 ETF로 몰리고 있다. 'iShares 0-3 Month Treasury Bond(SGOV)' 등 초단기 국채 ETF는 지난달에만 114억 달러(168200억 원)라는 역대급 자금을 빨아들였다.

다만 케빈 워시(Kevin Warsh) 신임 연준 의장의 취임은 변수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생산성 향상이 물가를 낮출 것이라는 그의 낙관론이 금리 인하의 조기 추진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정치권의 금리 인하 압박과 의장의 정책 철학이 맞물릴 경우, 시장의 '무기한 동결' 전망을 뒤집는 깜짝 행보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반도체 자금줄 '비상'… 고금리 장벽 넘을 수 있나


미국발 고금리 고착화는 한국 경제, 특히 우리 수출의 기둥인 반도체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천문학적인 자본지출(CAPEX)이 필요한 기업들에게 외화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은 치명적이다.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차세대 AI 반도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매년 수십조 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자 비용 증가는 수익성을 갉아먹는 핵심 요인이 된다.

또한 한미 금리 차 역전 현상이 장기화하면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 국내 물가를 다시 자극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한국은행 역시 자본 유출 우려 때문에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기 힘든 '진퇴양난'에 놓였다. 국내 기업들로서는 저금리 시대의 환상을 버리고, 고금리 하에서도 견딜 수 있는 '체질 개선'과 재무 건전성 확보가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됐다.

내 자산 지키는 '3가지 숫자' 체크리스트


금리 시계가 멈춘 시대, 투자자가 매일 아침 확인해야 할 지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 국채 3개월물 금리 vs 실효금리(EFFR). 3개월물 금리가 실효금리보다 높게 유지된다면 시장은 여전히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뜻이다.

둘째, 외국인 자금 유출입 추이다. 한미 금리 격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코스피 내 외국인 이탈 여부를 주시해야 한다. 이는 곧 환율 폭등의 전조 현상이다.

셋째, 글로벌 MMF 잔액이다. 위험 자산에서 안전 자산으로의 이동 속도가 가속화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MMF 잔액 증가는 시장의 공포가 아닌 '현금의 공격 자산화'를 의미한다.

연준의 금리 시계가 멈춰버린 지금, 가장 위험한 투자는 "언젠가 내리겠지"라는 막연한 희망 고문에 빠지는 것이다. 이제 현금은 대피소가 아니라 가장 확실한 수익률을 주는 '공격형 병기'.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