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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애플-인텔 반도체 동맹 "트럼프 은밀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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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애플-인텔 반도체 동맹 "트럼프 은밀한 전략"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반도체 대전환기, ‘인텔-애플’ 동맹이라는 파고를 넘어서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반도체 시장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대만 TSMC가 독점해온 애플의 핵심 프로세서(SoC) 공급망에 ‘인텔’이라는 변수가 강력하게 등장했다. 이른바 ‘인텔-애플 칩 동맹’의 가시화는 단순한 기업 간의 협력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패권의 축이 다시 미국 본토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애플이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와의 협력을 모색하는 배경에는 철저한 지정학적 계산이 깔려 있다. 미·중 갈등이 상시화되고 양안 관계의 불안정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 기업인 애플에 있어 ‘공급망 안정성’은 수익성보다 상위의 가치가 되었다.

인텔은 미국 정부의 파격적인 보조금과 ‘메이드 인 USA’라는 명분을 등에 업고 1.8나노(18A) 이하 선단 공정에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만약 애플의 M시리즈나 A시리즈 칩의 일부가 인텔의 오하이오 혹은 애리조나 팹에서 양산되기 시작한다면, 이는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이러한 동맹의 흐름은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를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그동안 삼성은 TSMC의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받아 왔으나, 이제는 인텔이라는 강력한 ‘국적 우위’를 가진 경쟁자와 수주 전쟁을 벌여야 한다.
위기 속에 기회도 있다. 애플이 TSMC의 독점 체제를 깨뜨리려 한다는 사실 자체가 삼성에도 문이 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애플 경영진이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을 방문하며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은, 인텔만으로는 애플의 그 방대한 물량과 최첨단 수율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그리고 파운드리를 모두 갖춘 삼성의 ‘토탈 솔루션’ 역량은 인텔이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는 삼성만의 독보적 자산이다. 인텔과 애플의 밀월 관계가 깊어지는 이 시점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자명하다.

첫째, 기술적 우위의 절대화다. 인텔이 공정 로드맵을 앞당기며 추격해 오고 있지만, 실제 양산 수율과 전력 효율 면에서는 여전히 한국의 공정 기술이 앞서 있다. 2나노 이하 공정에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의 완성도를 극대화하여, 고객사가 ‘정치적 논리’를 넘어 ‘성능의 논리’로 삼성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야 한다. 둘째, HBM을 필두로 한 AI 생태계의 선점이다. 온디바이스 AI 시대에는 프로세서(SoC)만큼이나 데이터를 처리하는 메모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HBM4와 차세대 패키징 기술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보여주고 있는 지배력을 파운드리와 연계해야 한다. ‘칩과 메모리를 하나로 묶는’ 통합 패키징 서비스는 인텔이 제공하기 힘든 우리만의 강력한 무기다. 셋째, 민관 협력의 컨트롤타워 강화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처럼 우리 정부도 단순한 세제 혜택을 넘어 인프라(전력, 용수) 구축과 인재 양성에 있어 국가적 사활을 걸어야 한다. 반도체는 이제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이기 때문이다.

한국 반도체가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정상에 섰던 비결은 남들이 주저할 때 단행한 과감한 투자와 ‘초격차’ 정신에 있었다. 인텔과 애플의 연합은 분명 위협적인 변수지만, 이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은 우리에게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을 기회이기도 하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지능적으로 활용하고, 기술 자본주의 시대의 본질인 ‘초격차 기술력’을 유지한다면, 인텔-애플 동맹이라는 파고는 오히려 한국 반도체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발판이 될수 도 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트럼프가 국가예산을 들여 인텔 지분을 대량 매수했는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는 이제 단순한 산업의 쌀을 넘어 국가의 존망을 결정짓는 ‘전략적 핵기구’와 같은 위상을 갖게 되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 정부 예산을 투입하여 인텔 지분 약 10%를 전격 인수한 사건은 전 세계 경제학계와 산업계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주었다. 시장 경제의 상징과도 같은 미국이 민간 기업의 대주주로 나선 배경에는 철저히 계산된 ‘기술 민족주의’와 ‘팍스 아메리카나’의 재건이라는 거대한 포석이 깔려 있다.

미국이 인텔에 직접 투자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공급망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애플, 엔비디아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제조의 대부분을 대만 TSMC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양안 관계의 불안정성과 중국의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설계(Design)는 미국이 하되 제조(Foundry)는 타국에 맡기는 기존의 분업 구조는 국가 안보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부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을 단순한 기업이 아닌 ‘미국 영토 내의 요새’로 정의했다. 인텔은 설계와 제조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미국 내 유일한 수직계열화(IDM) 기업이다. 정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인텔의 파운드리 전환을 가속화하고, 애플과 같은 핵심 기업들의 물량을 강제로라도 미국 본토로 회귀시키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텔 투자는 고도의 금융 전략이 결합한 ‘비즈니스적 접근’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정부 예산을 단순히 ‘소모성 보조금’으로 뿌리는 것이 아니라, ‘지분 투자’라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기업의 성과를 국가의 이익으로 환수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실제로 2026년 이 시각 인텔의 주가 급등으로 미 정부는 투입 자산 대비 400%에 달하는 수익, 즉 약 400억 달러(한화 약 55조 원) 규모의 평가 이익을 거두고 있다. 이는 국가가 특정 전략 산업을 육성하면서 동시에 막대한 재정 수익을 창출하는 ‘국가 투자 자본주의’의 전형을 보여준다. 정부가 대주주로서 경영권을 감시하고 지원하는 구조는 인텔에 강력한 자본 동원력과 대외 신인도를 부여하며, 삼성전자나 TSMC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든든한 뒷배가 되고 있다.

미 정부의 인텔 지분 인수는 시장의 수요자인 애플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다.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에 물량을 맡기는 것은 일종의 ‘애국적 의무’이자, 각종 세제 혜택 및 규제 완화와 직결되는 ‘정치적 결단’이 된다. 최근 애플이 TSMC의 독점 체제를 깨고 인텔 파운드리와 손을 잡으려는 움직임은 이러한 정부의 지분 참여가 가져온 연쇄 반응의 결과물이다. 트럼프는 자본력을 통해 기술 생태계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이를 통해 인위적으로 인텔-애플-미 정부라는 강력한 ‘철의 삼각 동맹’을 구축한 것이다 트럼프의 인텔 투자는 자유 시장 경쟁의 시대가 저물고, 국가 간의 자본과 기술이 한 몸이 되어 싸우는 ‘전쟁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포한 것과 다름없다. 미국 정부가 직접 주주로 참여해 거둔 400%의 수익은 앞으로 다른 전략 산업에도 동일한 방식의 개입이 일어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