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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은퇴 자금은 안녕한가… ‘전쟁 공포’ 이기는 3가지 심리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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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은퇴 자금은 안녕한가… ‘전쟁 공포’ 이기는 3가지 심리 법칙

하락장 회복 16개월의 법칙… 단기 'V자 반등' 환상 버려야 은퇴자금 산다
‘결정 마비’가 초래하는 부작위 손실 경계… 리스크 수치화로 대응 다이얼 조정
최근 투자자들의 공포는 단순한 수익률 하락에 대한 우려를 넘어선다. 금융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이제 포트폴리오의 성과보다 '재무 설계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투자자들의 공포는 단순한 수익률 하락에 대한 우려를 넘어선다. 금융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이제 포트폴리오의 성과보다 '재무 설계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중동발() 긴장 고조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위기가 고조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투자자들의 일상을 지배하는 심리적 이정표가 됐다. 20265월 현재, 시장은 표면적으로 안정을 찾은 듯 보이나 기저에 깔린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의 공포는 단순한 수익률 하락에 대한 우려를 넘어선다. 금융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이제 포트폴리오의 성과보다 '재무 설계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퇴직이 늦어지는 것 아닌가", "가족 여행이나 경조사 지출을 줄여야 하나"와 같은 실존적인 질문이 투자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배런스(Barron's)는 지난 11(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투자자가 빠지기 쉬운 심리적 함정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행동재무학적 해법을 제시했다. 본지는 이를 바탕으로 국내 투자자가 격변기에 반드시 챙겨야 할 대응 지침을 정리했다.

'최근 편향'의 덫에서 탈출하라, "하락장은 생각보다 길다"


행동재무학에서 지적하는 가장 위험한 요소는 '최근 편향(Recency Bias)'이다. 투자자는 가장 최근에 겪은 경험을 미래의 표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조이 쿠리(Joey Khoury) 미션 웨슬(Mission Wealth) 행동재무 이사는 "최근 10여 년간의 빠른 회복 경험이 투자자들을 '단기 반등'에 길들여 놓았다"고 지석한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이나 무역 분쟁 당시 시장은 급락 후 곧바로 반등했으나, 이는 역사적 예외에 가깝다.

지난 70년간의 금융 통계를 분석하면 평균적인 시장 조정은 회복까지 약 16개월이 소요된다. 한국 시장 역시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전고점 회복까지 약 10개월, 2008년 리먼 사태 때는 약 23개월이 소요됐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지루한 박스권은 역사적 회복 과정의 중간 지점에 가깝다. 투자자들이 과거 팬데믹 당시의 'V자 반등' 환상에서 벗어나 긴 호흡의 심리적 체력을 비축해야 하는 이유다.

나다니엘 틸튼(Nathaniel Tilton) 틸튼 웰스 매니지먼트 대표는 "뉴스 헤드라인은 단기 변동성을 만들지만, 장기 성과는 결국 기업의 이익과 경제의 복원력에 수렴한다""감정과 증거를 분리하는 작업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결정 마비' 경계령,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


일부 투자자들이 공포 투매에 나선다면, 반대편에는 '결정 마비'에 빠진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은퇴를 앞둔 자산가들 사이에서 이런 현상이 뚜렷하다.
인간은 능동적으로 변화를 줬다가 실패했을 때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 손실을 봤을 때의 고통을 덜 느끼려는 심리가 있다. 결과가 같더라도 '내 탓'을 피하기 위해 방치하는 선택을 내리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마이애미의 자산 관리 전문가들은 최근 정치적 불안감 때문에 1500만 달러(224억 원) 규모의 자산을 프랑스 등으로 옮기려는 극단적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한다. 세무상 막대한 비용이 발생함에도 공포가 이성적 계획을 앞지른 결과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 탓에 자산 재배분 시기를 놓치는 것 자체가 은퇴 자산에는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막연한 불안' 수치화하기, "리스크 관리는 다이얼 조정이다"


리스크 관리는 전면적인 자산 매각이 아니라 '정교한 다이얼 조정'이어야 한다. 맥켄지 리차즈(MacKenzie Richards) SK 웰스 매니저는 현재 시장을 '안개 속 산책'에 비유하며 수치에 기반한 대응을 주문했다.

현재 일부 투자자들은 시장이 급락할 것이라는 공포에 짓눌려 있지만, 시장의 펀더멘털은 정반대의 신호를 보낸다. SK하이닉스가 2026년형 HBM 물량까지 '완판'을 기록하고 삼성전자가 2분기 영업이익 가이던스를 시장 예상치보다 10% 이상 웃도는 수준으로 발표하는 등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실질적 증거는 여전히 견고하다.

불안감을 견디기 어렵다면 포트폴리오의 공격성을 낮추는 것이 방법이다. 다만 이는 전량 현금화가 아니라 채권이나 방어주 비중을 높여 변동성 폭을 줄이는 '측정된 조정'이어야 한다. 리차즈 매니저는 "불안하다고 해서 결혼식, 여행, 주거 개선 등 인생의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는 것은 변동성보다 더 큰 삶의 손실을 초래한다"고 제언했다.

투자자 체크리스트, 지금 당장 점검할 3가지


단순히 뉴스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다음 세 가지 지표를 통해 자신의 계획을 재정비해야 한다.

첫째, 변동성 허용 범위 재설정이다. 포트폴리오가 고점 대비 -15%에서 +30% 사이로 움직이는 것이 '정상 범위'라는 사실을 뇌에 각인하는 것이 심리적 방어선을 구축하는 첫걸음이다

둘째, 스트레스 테스트다. 인플레이션 가속화와 중동 전쟁 심화 시 내 자산군 간의 상관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시나리오별로 점검하면서 자신의 자산을 보존해야 한다.

셋째, 우선순위 보호다. 시장 불안 때문에 은퇴 시점을 늦추거나 필수적인 삶의 이벤트를 포기하고 있지는 않는지 계속 되물어야 한다.

투자의 가장 큰 위험은 시장의 변동성이 아니라, 그 변동성에 압도당해 장기적인 삶의 계획을 스스로 찢어버리는 '심리적 굴복'이다. 시장은 언제나 전쟁과 갈등을 딛고 우상향해 왔으며, 지금의 소음 역시 시간이 흐르면 데이터의 일부로 기록될 뿐이다. 인내라는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고 장기 수익이라는 열매를 얻을 방법은 없다. 지금은 내 포트폴리오의 기업들이 여전히 돈을 벌고 있는지, 그 증거에 집중할 때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