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병목에 삼성·마이크론 '역대급 실적', 완제품 업체는 비용 폭탄
"2030년까지 반도체 부족 장기화"… 공급자와 제조사 간 수익성 격차 심화
"2030년까지 반도체 부족 장기화"… 공급자와 제조사 간 수익성 격차 심화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열풍이 불러온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전 세계 주식 시장의 승자와 패자를 극명하게 가르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는 전례 없는 호황에 웃음 짓는 반면, 칩을 사서 제품을 만드는 가전·게임기 업체는 원가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수익성이 뒷걸음질 치는 양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현지시각) AI 구축을 위한 전 세계적 메모리 부족 현상이 기업 실적과 주가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해 기업 실적 발표와 보고서에서 '메모리 가격'이 언급된 횟수는 550회를 넘어섰다. 이는 데이터 집계를 시작한 1999년 이후 연간 기준 최대치다.
'슈퍼을'의 귀환, 2030년까지 이어질 메모리 장기 호황의 서막
실제로 지금 시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의 위상이 단순 부품에서 생산 병목을 결정짓는 핵심 전략 자원으로 격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제조사가 가격 결정권을 장악하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고착하면서 시장 생태계도 급변하고 있다.
'1조 달러 클럽' 입성한 삼성… "비용 감당 못 해" 고개 떨군 닌텐도
시장의 희비는 숫자로 증명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48배 급증했다는 소식과 함께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490조 원) 시대를 열었다.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역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증에 힘입어 주가가 연일 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반면 메모리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기업들은 '비용 저주'에 빠졌다. 닌텐도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게임기 마진을 잠식할 것이라는 경고에 주가가 연초 대비 30% 이상 폭락했다. 스마트폰과 전기차를 만드는 샤오미(-20%), 카메라 업체 캐논(-10%)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파비앙 입 IG 인터내셔널 시장 분석가는 "비용 구조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상승한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힘이 있는지가 기업의 생사갈림길이 됐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닌텐도는 차기작인 '스위치 2'의 가격 인상을 예고했고, 마이크로소프트(Xbox)와 소니(PS5)도 이미 백기를 들고 가격을 올렸다.
범용 칩까지 번진 불길… 샌디스크 500% 폭등의 이면
데이터 저장장치 전문 기업 샌디스크는 낸드 가격 상승에 힘입어 올해 주가 상승률 500%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파트너사인 키옥시아 역시 360% 넘게 올랐다. 지난해 9월 말과 비교하면 낸드 계약 가격은 600%, DRAM은 400% 가까이 치솟은 상태다.
영국 런던 페퍼스톤 그룹의 마이클 브라운 수석 전략가는 "메모리 부족 현상이 당초 우려보다 심각하고 길어지고 있다"며 "AI 수요가 꺾이지 않는 한 이 흐름은 2030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투자자가 챙겨야 할 '체크리스트'와 시사점
현재의 반도체 랠리가 '슈퍼사이클'인지 혹은 '거품'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투자자들은 다음의 세 가지 지표를 주시해야 한다.
첫째, HBM 장기 공급 계약 비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물량이 향후 몇 분기까지 선점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현재 JP모건 등은 2027~2028년까지 매출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둘째,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 지속 여부다.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기술 기업들이 AI 서버 투자를 줄이는 신호가 포착되는지가 관건이다.
셋째, 지정학적 리스크와 물가다. 이란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오면 소비재 가전 수요가 급락해 메모리 가격 상승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
AI가 재편하는 새로운 경제 질서 속에서 메모리는 이제 단순한 부품이 아닌 산업의 '쌀'을 넘어 '원유'와 같은 전략 자산이 됐다. 투자자로서는 공급망 최상단에 위치한 기업의 이익 독점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비용 압박을 이겨낼 '가격 결정력'을 가진 제조사가 어디인지 가려내는 선구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