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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소, 로옴 인수 포기 이면의 진실… 日 파워반도체 업계 ‘각자도생’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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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소, 로옴 인수 포기 이면의 진실… 日 파워반도체 업계 ‘각자도생’의 한계

토요타의 반도체 내재화 전략에 따른 덴소의 로옴 인수 시도, 업계 특유의 탈중앙화 흐름과 경영권 방어에 부딪혀 무산
유럽 선두주자와 중국의 저가 공세 사이 일본 기업 간 ‘주도권 다툼’ 지속...글로벌 경쟁력 확보 골든타임 상실 위기
미쓰비시·도시바·로옴 3사 연합 현실성 낮아…개별 투자 진행으로 통합 시너지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 노출
덴소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덴소 로고. 사진=로이터


최근 자동차 부품 세계 최대 기업인 덴소가 반도체 대기업 로옴에 제안했던 인수안을 철회하면서 일본 파워반도체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일본 기업들이 직면한 고립된 국제 경쟁 환경과 내부적인 ‘주도권 싸움’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로옴 인수 제안의 배경과 토요타의 ‘구심력’


덴소의 이번 로옴 인수 제안 배경에는 토요타자동차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전환과 자율주행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따라 반도체 확보는 자동차 제조사의 생존과 직결된 과제가 됐다. 외부 조달에만 의존하기보다 그룹 내 기술력과 공급 능력을 내재화하려는 토요타의 전략적 판단이 덴소의 행보를 이끈 동력이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외자 의존도를 낮추려는 토요타의 성향상 국내 업체 중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으면서도 전략적 파트너 관계였던 로옴이 낙점됐으나, 로옴 측이 독자 경영을 고수하며 인수에 찬성하지 않자 덴소는 적대적 인수합병을 피하기 위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의 상반된 ‘전략적 문법’


이번 갈등은 자동차 업계의 ‘구심력’과 반도체 업계의 ‘원심력’이 충돌한 결과이기도 하다. 토요타로 대표되는 자동차 업계는 핵심 기술을 그룹 내부에 편입시켜 차별화를 꾀하는 구심력 중심의 전략을 취한다.

반면 반도체 업계는 막대한 설비 투자를 회수하기 위해 사업 규모를 극대화해야 하며, 이에 따라 종합 가전사의 한 부문에서 벗어나 전문 기업으로 독립하려는 원심력이 작용한다. 실제로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 중 종합 가전 형태를 유지하는 곳은 삼성전자뿐이다. 이러한 산업적 특성을 무시한 채 토요타 그룹이 로옴을 수직 계열화하려 한 시도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의 선점과 중국의 가격 공세라는 ‘이중고’


일본 파워반도체 업체들은 현재 유럽 기업의 실적 우위와 중국 기업의 가격 공세 사이에 낀 형국이다.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와 에스티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유럽 세력은 이미 종합 가전에서 독립해 전문 기업으로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며 시장 1, 2위를 독점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이 대량 생산 준비를 마치고 가격 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과거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보듯,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단가 하락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본 기업들이 각자 독자 생존을 고집하기에는 글로벌 시장의 장벽이 너무나도 높은 상황이다.

‘3사 연합’ 구축의 한계와 주도권 다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쓰비시전기, 도시바, 로옴의 ‘3사 연합’ 시나리오가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실제 실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사가 자사의 이익과 주도권을 최우선시하는 ‘주도권 다툼’이 걸림돌이다.

과거 엘피다메모리나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처럼 모회사가 처리하기 곤란한 사업부를 모아 만든 연합체는 있었으나, 세계 시장 제패를 목표로 자발적으로 뭉친 사례는 드물다. 특히 미쓰비시전기와 도시바는 이미 300mm 웨이퍼 양산 체제 구축을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공정 설계 최적화 시점인 골든타임을 이미 놓친 상태다. 일본 파워반도체 업계가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단일 대오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국제 경쟁력 강화는 요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