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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원유 공동비축 전격 합의…이란 전쟁 속 에너지 동맹 격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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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원유 공동비축 전격 합의…이란 전쟁 속 에너지 동맹 격상

이재명-다카이치, 안동 정상회담서 중동 위기 공동 대응·공급망 협력 강화 선언
셔틀외교 4개월 만에 재가동…희토류·핵심 광물 확보까지 경제안보 공조 전방위 확대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원유 수입의 중동 의존도가 70%를 웃도는 한국과 일본이 에너지 안보를 고리로 전례 없는 수준의 경제 공조에 나섰다.

블룸버그 통신은 19일(한국시각)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날 경상북도 안동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원유 공동비축 체계 구축과 공급망 강화, 인도 태평양 안보 협력 등 현안을 집중논의 한다고 보도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양 정상은 이날 소인수 및 확대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 만찬 등 일정을 갖는다"며 "중동 정세를 포함한 지역 및 글로벌 현안도 폭넓게 다룬다"고 밝혔다.

'나라→안동' 고향 맞교환…셔틀 외교 제도화 단계 진입


이 대통령이 지난 1월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일본 나라현을 방문한 데 이어, 이번에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안동을 찾음으로써 한일 두 나라는 처음으로 정상 간 상호 고향 방문을 실현하게 됐다.

다카이치 총리의 이번 방한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섯 번째 한일 정상회담이자 다카이치 총리와는 세 번째 만남이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회담의 형식 자체가 양국 관계의 질적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최근 이슈 브리프에서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가 '예외적 이벤트'가 아니라 '예정된 외교 대화'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짚었다.

서울-도쿄 중심의 중앙정부 외교에서 벗어나 지방 도시 순번 개최라는 새로운 패턴이 정착되면서, 협력의 저변이 지자체·기업·청년층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유 공동비축·희토류…에너지·자원 안보 전방위 협력

이번 회담의 핵심 경제 의제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 공동 대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양 정상은 원유 조달과 공동비축을 포함한 에너지 협력 체계 구축에 합의할 전망이다.

일본 주도의 '파워 아시아' 구상을 통해 동남아 국가의 원유 확보를 지원하고 공동 비축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 대상에 포함됐다.

한일 양국은 특히 호르무즈 해협 긴장으로 국제 원유 공급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원유와 석유제품 확보 협력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수출 규제와 경제적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을 고려해 희토류를 포함한 전략 물자 공급망 강화 문제도 핵심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의료물자 원료로 사용되는 나프타의 글로벌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일 양국은 동남아 국가들의 원유 확보를 지원함으로써 의료·산업 공급망 안정에도 기여하겠다는 구상도 담겼다.

한일 모두 자원 빈국으로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동남아 국가와의 에너지 협력을 강화해 아시아 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실질적 국익 중심의 외교 성과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담판 여파·북한 변수…인도 태평양 안보도 테이블 위로


경제 의제 못지않게 안보 대화도 무게감이 실린다. 이번 회담에서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회담 결과를 두고 의견 교환도 이뤄질 전망이다.

양국 정상은 각각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미중 정상회담 관련 설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북한의 밀착, 중국의 팽창주의와 대만 문제 등 엄중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두 나라의 연대를 공고히 하는 것이 이번 회담의 주된 목적 중 하나다.

회담 직전 사상 첫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의 군사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실무자 회담 자리도 마련되는 등 이례적인 움직임도 있었다.

외교 안보 연구계에서는 이번 안동 회담이 에너지·공급망·안보를 아우르는 포괄적 한일 협력 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다만 원유 공동비축 합의가 실제로 구속력 있는 체계로 이어지려면 양국 정부 간 세부 이행 협의가 뒤따라야 하고, 역사 인식 등 고질적 갈등 요인이 언제든 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셔틀 외교의 성과를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금융권 안팎에서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