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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열전] 제프리 건들락...뉴욕증시 채권왕 세대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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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열전] 제프리 건들락...뉴욕증시 채권왕 세대 교체

신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신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사진=로이터
뉴욕증시 채권왕이 빌 그로스에서 제프리 건들락(Jeffrey Gundlach)으로 교체됐다. 제프리 건들락(Jeffrey Gundlach)은 글로벌 자산운용사 '더블라인 캐피털(DoubleLine Capital)'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 그리고 최고투자책임자(CIO)이다.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채권 투자자 중 한 명으로 꼽히며, 과거 핌코(PIMCO)의 빌 그로스(Bill Gross)가 쌓아 올렸던 아성을 허물고 21세기 '신(新) 채권왕(The New Bond King)'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그의 발언과 시장 전망은 전 세계 금융 시장 참여자들에게 핵심적인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건들락은 1959년 10월 30일, 미국 뉴욕주 애머스트(Amherst)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수학적 직관과 논리적 추론에 비상한 재능을 보였던 그는 아이비리그 명문인 다트머스 대학교(Dartmouth College)에 진학하여 수학과 철학을 복수 전공했다. 1981년 최우수 성적(Summa Cum Laude)으로 대학을 졸업한 후, 학문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예일 대학교(Yale University) 수학과 박사 과정에 입학했다. 고도의 추상적인 수학 이론보다는 현실 세계의 역동적이고 실증적인 문제에 더 큰 매력을 느꼈고, 결국 박사 과정을 중퇴하게 된다. 잠시 록 밴드의 드러머로 활동하는 등 기행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내 금융계라는 전혀 다른 세계로 발을 들여놓았다. 학창 시절 다져진 수학적 엄밀함과 철학적 사고방식은 훗날 복잡하게 얽힌 파생상품의 구조를 해체하고, 거시경제의 이면을 꿰뚫어 보는 그만의 독보적인 투자 철학을 형성하는 핵심 자산이 되었다.

월스트리트 경력은 1985년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투자은행 TCW 그룹(Trust Company of the West)에 입사하면서 시작되었다. 초창기 그는 고도의 수학적 계산이 요구되는 주택저당증권(MBS) 부문에서 탁월한 두각을 나타냈다. 복잡한 채권의 현금 흐름과 리스크를 정확히 계량화하는 그의 능력은 회사의 막대한 수익으로 직결되었고,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TCW의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자리에 올랐다. 그는 TCW에서 약 24년간 헌신하며 회사를 미국 굴지의 자산운용사로 성장시켰으나, 2009년 말 경영진과의 심각한 불화 및 권력 암투 끝에 전격적으로 해고당하는 큰 시련을 겪었다. 이 위기는 곧 세계 금융 역사에 남을 극적인 반전의 계기가 되었다. 해고된 지 불과 며칠 만인 2009년 12월, 건들락은 자신을 따르던 핵심 운용 인력 수십 명과 함께 더블라인 캐피털(DoubleLine Capital)을 설립했다. 시장은 그에 대한 확고한 신뢰로 화답했고, 설립 직후부터 엄청난 규모의 투자 자금이 쏟아져 들어왔다. 현재 더블라인 캐피털은 천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자산을 굴리는 세계 최정상급 자산운용사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뉴욕 증시와 글로벌 금융 시장이 그를 '채권왕'이라 부르며 경외하는 데에는 몇가지 사연이 있다. 그의 명성이 결정적으로 전 세계에 각인된 사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2007년, 월스트리트의 대다수 전문가들이 주택 시장의 끝없는 호황을 맹신하고 있을 때, 건들락은 각종 거시 지표와 MBS 구조에 내재된 치명적인 결함을 분석하여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붕괴를 정확히 경고했다. 그는 선제적으로 위험 자산을 처분하고 우량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함으로써 폭락장 속에서도 고객들의 자산을 온전히 지켜냈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다.
건들락이 이끄는 더블라인 캐피털의 간판 상품인 '토탈 리턴 본드 펀드(Total Return Bond Fund)'는 출범 이후 경쟁 펀드들과 벤치마크 지수를 지속적으로 상회하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금리 상승기와 하락기, 호황과 침체를 가리지 않고 철저한 분산 투자와 민첩한 듀레이션(Duration) 조정을 통해 안정적인 성과를 입증해 냈다.그는 단순히 개별 채권의 가격 변동만을 좇는 미시적 투자자가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정책, 인플레이션의 구조적 변화, 글로벌 환율 흐름, 그리고 지정학적 역학 관계를 종합하여 시장의 큰 줄기를 짚어낸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팬데믹 이후의 급격한 인플레이션 도래 등 굵직한 거시적 흐름을 남들보다 한발 앞서 예견했다. 그의 정기 웹캐스트 발표는 월스트리트의 모든 트레이더들이 숨죽여 지켜보는 이벤트이며, 그의 입에서 나오는 발언 한마디에 글로벌 채권 금리와 주식 시장이 크게 출렁일 만큼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오랫동안 채권 시장의 절대 군주로 군림했던 빌 그로스가 수익률 저하와 핌코 내부의 갈등으로 무너져 내릴 때, 건들락은 빈틈없는 성과로 그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2011년 미국의 저명한 경제 매체 '배런스(Barron's)'가 그를 표지 모델로 선정하며 "새로운 채권왕(The New King of Bonds)"이라고 공식 명명한 것은, 금융 시장의 권력이 완전히 교체되었음을 선언하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제프리 건들락은 철학적 사유와 수학적 엄밀함을 무기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자본 시장에서 자신만의 견고한 성을 구축한 인물이다. 대중의 탐욕과 공포에 휩쓸리지 않고 오직 데이터와 논리에 근거하여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 온 그의 지성과 통찰력이 바로 그를 21세기의 진정한 '채권왕'으로 만든 원동력이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다음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건들락 CEO는 폭스뉴스에 출연, "사람들은 올해 두차례 금리 인하를 기대했지만, 인플레이션 흐름이 기대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며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연방기금 금리(기준금리)보다 거의 50bp(0.5%포인트) 높은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just not possible)하다"고 말했다.건들락 CEO는 또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이 "어려운 시기"에 취임하게 됐다며,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건들락 CEO는 최근 계속해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주식시장과 관련해선 "연준이 인플레이션 문제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을 때, 주식시장은 폭등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난 3년간 원자재 시장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었다면서도 채권은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해 투자 매력이 떨어졌고, 투자자 자금이 결국 주식시장으로 몰렸다고 진단했다. 또 일부 투기 자금은 비트코인이나 예측시장 등으로 분산됐다고 덧붙였다.건들락 CEO는 현 주식시장에 과열 위험이 내재해 있다고 진단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