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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부품사 탈피 선언…피지컬 AI·로봇 액추에이터로 '테크 기업'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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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부품사 탈피 선언…피지컬 AI·로봇 액추에이터로 '테크 기업' 전환

실리콘밸리 행사 참가 400명·전년比 2배… 보스턴다이나믹스·퀄컴과 잇단 동맹
1분기 매출 15.6조·R&D 사상 첫 2조 돌파… 하반기 아시아 오픈이노베이션 확전
현대모비스 본사.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현대모비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 자동차 부품사 6위인 현대모비스가 피지컬 인공지능(AI)·로봇 부품이라는 두 날개를 달고 전통 부품사에서 테크 플랫폼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공식화했다.

PRNewswire 등 복수의 외신과 현대모비스 공식 발표를 종합하면, 현대모비스는 1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써니베일에서 '제5회 모비스 모빌리티 데이'를 열고 로보틱스·피지컬 AI 중장기 전략과 연구개발(R&D) 방향을 공개했다.

글로벌 스타트업, 완성차 관계자, 투자자 등 400여 명이 참석해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CES 2026에서의 로봇 액추에이터 공급 계약, 퀄컴과의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협력, 올해 1분기 사상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어선 R&D 투자 계획까지, 현대모비스의 행보는 단순한 부품 납품사의 테두리를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스턴다이나믹스·구글 딥마인드·퀄컴… 글로벌 빅테크와 잇단 기술 동맹


이번 실리콘밸리 행사는 현대모비스가 지난 4개월간 쌓아온 굵직한 기술 동맹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 1월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현대모비스는 보스턴다이나믹스와 전략적 협력 체계를 공식 발표하고,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에 전동식 액추에이터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현대모비스가 로봇 부품 시장에서 확보한 첫 번째 글로벌 고객으로, 회사의 로봇 부품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신호탄이 됐다.

당시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 총괄 잭 재코우스키(Zack Jackowski)는 공식 발표문에서 "액추에이터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물리적 동작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부품"이라며 "현대모비스와의 협력을 통해 자동차산업의 검증된 원가 구조와 대량 생산 역량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 로보틱스사업혁신그룹 오세욱 부사장 역시 같은 날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용 액추에이터 개발 참여는 글로벌 로봇 부품 생태계를 강화하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해 1월 CES 2026에서 현대모비스는 퀄컴 테크놀로지스와 SDV 및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양사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라이드 플렉스(Snapdragon Ride Flex) 시스템 반도체(SoC)를 기반으로 차량 내 여러 기능을 하나의 칩으로 처리하는 통합 주행·주차 솔루션 개발에 착수한다.

업계에서는 이 협력이 인도 등 신흥 시장의 ADAS 수요와 SDV 전환 흐름을 겨냥한 선제적 포석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틀라스 공급망과 관련해서는 추가 수요도 확인됐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최근 현대모비스에 아틀라스용 핵심 부품 5종을 추가로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현대모비스는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인근에 로봇 부품 생산 거점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달 23~24일 홍콩에서 열린 한국투자증권 아시아 컨퍼런스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와의 협력 및 관세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 생산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1분기 매출 15.6조·R&D 2.2조… 액추에이터·차량용 반도체로 신성장 가속


현대모비스의 기술 투자는 실적 지표에도 반영되고 있다. S&P 글로벌 오토모티브 테크놀로지 인사이트, 더일렉 등 외신과 국내 공시를 종합하면, 현대모비스는 올해 1분기(1~3월) 매출 15조 5605억 원(약 103억 달러)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5.5%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은 8026억 원으로 3.3%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률은 5.2%였다.

전장 부품과 해외 고객사 확대가 성장을 이끌었다. 애프터서비스(A/S) 부문은 영업이익 9239억 원, 영업이익률 26.3%의 높은 수익성을 유지했다. 전동화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2% 증가한 1조 2870억 원으로 성장 궤도에 올랐다.

더일렉 보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올해 시설 투자에 2조 1913억 원을 배정했다. R&D 투자는 2조 1631억 원으로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어섰다. 슬로바키아 전동화 구동 부품(PE 시스템) 공장이 1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갔고, 스페인 배터리 시스템(BSA) 공장도 가동을 앞두고 있어 초기 투자 비용이 단기 수익성을 일부 눌렀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전동화 핵심 부품 생산 거점을 글로벌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로봇 부품 사업의 미래 시장성도 구체적인 수치로 뒷받침된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로봇 액추에이터 시장은 2023년 134억 달러(약 20조 2112억 원)에서 2032년 400억 달러(약 60조 3320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액추에이터가 전체 제조 원가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현대모비스가 수십 년간 축적한 자동차 구동·조향 부품 설계와 대량 양산 역량이 로봇 시장에서 차별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테슬라는 옵티머스(Optimus)용 액추에이터를 처음부터 자체 개발해야 했지만,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공급망의 검증된 원가 구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구조적 이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현대모비스는 독자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8월 공개한 중장기 전략에 따르면, 이 회사는 시스템 반도체와 전력 반도체 두 방향으로 자체 설계 역량을 단계적으로 내재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16종의 반도체를 개발 완료했으며 올해 2000만 개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차세대 반도체 11종도 개발 중이다. 주주환원 측면에서는 올해 약 5000억 원 규모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고 주당 6500원 수준의 배당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로봇 공장 미국 건설 유력"… 관세 변수 속 공급망 재편 승부수


현대모비스의 전략은 미국 관세 변수와도 맞물려 있다. 현대차그룹은 CES 2026에서 2025년부터 4년간 미국에 260억 달러(약 39조 2210억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가운데 로봇 분야에는 2028년까지 미국에 연간 3만 대 생산 체계의 로봇 공장을 짓겠다는 목표가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가 로봇 액추에이터 생산 거점을 미국에 설치할 경우, 관세 리스크를 피하면서 보스턴다이나믹스 공급망과의 거리를 좁히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CES 2026에서 2026년 아틀라스 배치 물량이 모두 확정됐으며, 현대차그룹의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와 구글 딥마인드에 순차 납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봇 전문 매체 프로그레시브로봇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보스턴다이나믹스와 고성능 액추에이터를 공동으로 설계하고 있으며,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존 액추에이터가 양산보다 연구개발 목적으로 제작된 만큼 현대모비스의 양산 역량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하반기 중 아시아 지역에서도 '모비스 모빌리티 데이'가 추가로 열린다. 그간 북미·유럽 중심으로 운영해 온 오픈이노베이션의 범위를 아시아로 넓혀 차량용 반도체와 로보틱스 분야의 현지 유망 기업을 조기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를 잇는 3각 기술 협력망을 통해 현대모비스가 글로벌 로봇 부품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