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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 시대 뉴노멀…'해외 자산 쇼핑'과 '외화 보관'이 만드는 원화 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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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 시대 뉴노멀…'해외 자산 쇼핑'과 '외화 보관'이 만드는 원화 약세

서학개미·NPS·수출기업 '트리플 달러 쌓아두기'…28일 금통위, 금리 인상 소수의견 나오나
오는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다. 원·달러 환율이 2026년 5월 20일 현재 1500원을 넘어섰다. 금통위 내부에서 이례적으로 금리 인상을 논의할 때라는 매파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오는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다. 원·달러 환율이 2026년 5월 20일 현재 1500원을 넘어섰다. 금통위 내부에서 이례적으로 "금리 인상을 논의할 때"라는 매파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오는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다. ·달러 환율이 2026520일 현재 1500원을 넘어섰다. 금통위 내부에서 이례적으로 "금리 인상을 논의할 때"라는 매파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핵심 배경은 하나다. 무역 흑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해도 달러가 국내로 돌아오지 않는 구조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0261월 발표한 '202511월 국제수지(잠정)' 통계에 따르면, 20251~11월 경상수지 흑자는 약 1018억 달러(153조 원)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2025년 연간으로는 약 1230억 달러(185조 원) 흑자를 달성했다. 흑자 확대의 핵심 동력은 해외 투자자산에서 벌어들인 배당·이자 소득, 즉 투자소득 수지였다. 달러가 밖으로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 해외자산에서 대거 유입된 시기였다. 그런데도 원화는 강세로 돌아서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20264'BOK 이슈노트'에서 이유를 공식 설명했다. 한국이 순대외자산국으로 전환된 이후, 환율이 수출입 물량 변화에 의한 '재화 충격'보다 자본 이동에 의한 '금융 충격'에 더 크게 반응하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내국인 해외 투자가 늘어날수록 원화 절하 압력이 커지는 구조적 변화를 중앙은행 스스로 공식화했다.

흑자를 삼키는 '해외자산 쇼핑'


가장 큰 달러 수요처는 국민연금(NPS)이다. 글로벌 기관투자자 전문 매체 탑1000펀즈(Top1000funds)는 지난달 NPS의 해외 자산 규모가 약 6000억 달러(904조 원)로 국가 외환보유고 약 4280억 달러(644조 원)를 크게 웃돈다고 보도했다. NPS는 중기 자산배분 계획에 따라 국내 주식 비중을 21.4%에서 14.9%로 낮추고, 해외 채권은 6.5%에서 8%로 높이는 재배분을 진행 중이다. 한국 최대 기관 투자자가 구조적으로 달러 수요를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NPS의 글로벌 분산투자는 장기 수익률 제고와 국민 노후 안정을 위한 기조이기도 해, 단기 환율 상방 압력과 장기 수익성 간의 이중적 평가가 공존한다.

개인 투자자의 '서학개미' 수요도 원화에 강한 상방 압력을 가한다. 한국예탁결제원(SEIBro)에 따르면, 2026514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사상 처음으로 약 2001억 달러(301조 원)를 돌파했다. 연초 1674억 달러(252조 원)에서 넉 달 새 20%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20261분기 외화증권 결제금액은 약 2000억 달러(301조 원), 연간 환산 시 6000~7000억 달러(904~1054조 원) 수준이다. 미국 주식 비중이 결제금액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살 때마다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야 하므로, 무역 흑자로 유입되는 달러를 상쇄하며 환율을 밀어 올리는 구조다.

수출 달러도 환전 안 한다


경상흑자로 번 달러마저 원화로 돌아오지 않는다. 영국 트라이엄 캐피털(Trium Capital) 전략가 안톤 토네프는 202625일 보고서에서 "한국 수출 대기업들이 달러 수취 후 환전을 극도로 꺼리면서 헤징 비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당국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 달러 매도를 유도하고, 20261월에는 세관이 수출 신고액과 실제 결제금액 사이의 이상 징후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대기업들은 환율이 1500원 돌파를 시도할 때마다 보유 달러를 차익 실현 매물로 내놓으며 폭등을 방어하고 있다.

한은이 빠진 '금리 외통수'


한국은행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52·3분기 외환당국의 달러 순매도 개입액은 약 254200만 달러(38200억 원)였다. 4분기에는 개입 규모가 약 2246700만 달러(338400억 원)로 급팽창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외환시장 개입을 기록했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2026410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만장일치 동결했다. 이창용 총재는 중동 전쟁發 지정학적 리스크,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 당초 전망치(2%)를 밑도는 성장 하방 위험을 동시에 언급했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약 1.00~1.25%포인트다. 금리를 내리면 서학개미·NPS의 달러 매수가 가속되고 환율이 추가로 뛴다. 반대로 고금리를 유지하면 자영업자 부채와 가계 이자 부담이 한계에 다다라 내수 회복이 더 지연된다.

20265월 들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20조 원 넘게 30조 원 육박하는 규모를 순매도하면서, 외국인 매도→원화 약세→환차손 우려→추가 매도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WGBI 유입이 구원투수 될까


단기 완충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은 202511월 시작됐다. 202410월 편입 확정 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결과로, 8개월간의 단계적 편입 일정을 감안하면 2026년 중반 프로세스가 완료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WGBI 추종 자금 약 25000억 달러(3766조 원) 중 한국 비중(2.0~2.2%)을 기계적으로 산출해 500~600억달러(75~903800억 원) 유입을 기대한다.

도이체방크 아시아·태평양 거시 리서치 대표 사미르 고엘은 "패시브 자금 유입이 연간 600억달러 이상의 자본 유출을 상당 부분 상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장기 액티브 자본이 한국 국채를 추가 매집하려면 하루 10~20원씩 요동치는 원·달러 환율 변동성 안정이 무조건 선행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스탠다드차타드는 20261"16개 주요 통화 가운데 원화가 가장 취약한 포지션"이라고 경고했다. 12개 글로벌 투자은행의 3개월 원·달러 평균 전망치는 달러당 약 1440원으로, 1400원대가 '뉴노멀'로 자리잡고 있다. 바클리즈는 20261분기 1430원에서 4분기 1490원까지 분기마다 20원씩 추가 약세를 예상했다. 하지만 520일 기준 1500원 선을 넘고 있다.

지금 봐야 할 지표 3가지


첫째, 28일 금통위 결정과 이창용 총재 발언 수위다. 유상대 부총재 등 내부 매파 기류가 공식 의결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등장하는지가 단기 환율 방향의 핵심 변수다. "금리 인상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구두 개입 수위에 따라 원·달러 환율 1500원 방어 여부가 갈린다.

둘째, 외국인 투자자의 증시 이탈 규모다. 5월 들어 외국인 매도세가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만큼, 외국인이 다시 '바이 코리아'로 돌아설지 여부가 환율 안정의 선행 지표다.

셋째, WGBI 월별 실질 유입액 달성률이다. 정부 목표치 500~600억 달러가 채워지는 속도가 원화 안정의 중기 열쇠다. 패시브 자금은 기계적으로 들어오지만, 환율 변동성이 잡히지 않으면 액티브 장기 자본은 관망으로 돌아선다.

넷째, 수출기업 달러 환전 비율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달러 매도 규모가 사실상 1500원 방어선의 실질적 브레이크다. 정부의 헤징 비율 모니터링과 세관 조사 결과가 기업 행동을 바꾸는지 지켜봐야 한다.

원화 약세는 내수 부진·성장 둔화 같은 경기·펀더멘털 요인 위에, 국민연금·서학개미·수출 대기업의 포트폴리오 행동이 더해진 복합 결과에 가깝다. 달러 유출의 방향과 속도를 바꾸지 않는 한, 무역 흑자만으로는 원화 강세를 되찾기 어렵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