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부담에 가압경수로 극도로 신중… SMR 제조망 협력 타진"
자국산 중수로 체제 사수 배수진… 2035년 준공 목표 한국형 소형 원자로엔 기회 국면
자국산 중수로 체제 사수 배수진… 2035년 준공 목표 한국형 소형 원자로엔 기회 국면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고위급 원전 대표단이 세계 최대 에너지 시장 가운데 하나인 인도를 방문했으나 대형 가압경수로(LWR) 도입에 선을 긋는 인도 측의 냉정한 현실론에 직면했다. 인도는 막대한 건설 비용이 들어가는 서방의 경수로 대신 자국 기술 중심의 중수로를 확대하고, 해외 협력은 소형 모듈 원자로(SMR)에만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신규 수주 시장에서 SMR 비중이 빠르게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형 경수로 사업 '정체'… 인도의 깐깐한 계산기
인디언익스프레스가 21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원자력협회(NEI)와 미·인 전략파트너십포럼(USISPF)이 주도한 미국 원전 대표단은 뉴델리에서 마노하르 랄 전력부 장관과 니르말라 시타라만 재무부 장관을 연쇄 접촉했다. 미국 대표단은 지난해 12월 인도 의회를 통과한 '지속가능 원전에너지 진흥법(SHANTI Act)' 개정 이후 민간 참여 기회를 선점하려 했으나, 인도 측으로부터 뜻밖의 경고를 받았다.
인도는 현재 7개 원전에서 23개 원자로를 운영하며 총 8080MW(메가와트) 용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20년간 최대 3만 6900MW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갖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수요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오랜 기간 독자 기술을 축적한 가압중수로(PHWR)를 발전 체계의 중심축으로 유지하는 이유는 비용 탓이다. 발전 단가가 비싼 서방산 대형 경수로 도입에는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아레바가 추진하던 마하라슈트라주 자이타푸르 원전 사업이 수년째 표류하는 이유도 비싼 전력 요금 때문이다.
기술 아닌 '돈'이 목적… 샨티법 개정과 서방 자본의 유치
인도가 미국에 요구하는 핵심 요건은 기술 이전이 아니라 자본 조달이다. 샨티법 개정으로 원전 운영과 연료 관리 분야까지 민간에 개방한 인도는 대규모 설비투자를 감당할 서방 자본과 중동 국부펀드의 자금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인도는 220MWe~700MWe급 가압중수로(PHWR) 기술을 바탕으로 천연 우라늄과 토륨을 활용하는 독자 노선을 굳히고 있다. 이는 자국 원전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전략적 방어막이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70여 개 프로젝트가 각축을 벌이는 SMR 분야에서는 외부 기술 도입과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글로벌 공급망 선점을 노린다. 결국 인도는 대형 원자로의 원천 기술을 지키면서도, SMR 시장에서는 서방 자본과 제조 가치사슬을 흡수해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원자력에너지법 '10CFR810' 규정에 따라 일부 자국 기업에 인도 기술 이전을 허가하는 특혜를 주었으나, 인도는 대형 원전 시장을 쉽게 열어주지 않는 방식으로 자국 제조업 생태계를 방어했다. 이에 따라 미국 홀텍(Holtec) 등 SMR 기업들은 인도 구자라트주에 전용 제조공장 건설을 타진하는 등 릴라이언스, 아다니, 타타파워 같은 인도 민간 대기업과 가치사슬 진입을 위한 하위 협력을 모색할 예정이다.
K-원전 수출 전선, 대형 원전 가고 SMR 틈새시장 열린다
인도의 원전 전략 변화는 대형 경수로 수출에 집중하던 글로벌 원전 업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요구한다. 국내 원전 전문가들은 한국도 인도 시장을 공략하려면 기존의 대형 원전 수출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와 업계가 국산 혁신형 SMR(i-SMR)의 2026년 초 표준설계 인가 신청 및 2028년 인가 취득을 목표로 속도를 내는 가운데, 전력수급기본계획상 2035년까지 1기 준공 목표가 명시된 만큼 기술적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단기적으로 미국 기업의 인도 진출 속도가 조절되면서 한국 기업이 SMR 공급망에서 협력 기회를 잡을 여지가 생겼으며, 수출입은행 등을 통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정책금융 패키지 역량에 따라 수혜 규모가 갈릴 전망이다.
투자자가 당장 확인해야 할 3가지 체크포인트
앞으로 인도의 원전 지형 변화 속에서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수익 기회를 선점하려면 다음 세 가지 지표를 반드시 주시해야 한다.
첫째, 미국 SMR 설계 기업과 인도 민간 대기업 간의 지분 투자 계약 체결 여부다. 미국 홀텍 등의 구자라트 공장 건설 추이와 인도 대기업의 결합 속도는 글로벌 SMR 공급망의 단기 재편 주기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둘째, 신재생·인프라에 투자해 온 중동 국부펀드의 실제 자금 집행 영역 확장이다. 인도가 기술보다 자본 유치를 갈망하는 만큼, 중동 자본이 원전·SMR 자산으로 유입되는 흐름을 봐야 실질적인 수주 착공 시점을 가늠할 수 있다.
셋째, 한국형 i-SMR의 인허가 일정 준수와 정책금융 지원 패키지의 규모다. 2026년 표준설계 인가 신청 등 국내 로드맵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대규모 건설 자금을 주도할 정책금융의 뒷받침이 확인되어야 인도의 SMR 문을 열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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