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중국 전용' 성공 모델에 제동
올라 칼레니우스 CEO “시장 타당성 부족”
올라 칼레니우스 CEO “시장 타당성 부족”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중국에서 폭스바겐그룹이 '중국을 위한 중국(In China, for China)'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는 이와 다른 독자적인 행보를 걷겠다고 선언했다.
뉴스위크(Newsweek)의 22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중국 전용 모델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대신, 기존의 글로벌 표준을 유지하며 시장 상황에 따른 정공법을 택한다는 방침이다고 보도했다.
폭스바겐그룹은 상하이자동차(SAIC), 제일자동차(FAW) 등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중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라비다, ID. UNYX, 피데온 등 전용 모델을 잇달아 출시하며 지난달 BYD를 제치고 중국 내 판매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글로벌 표준이 우선"… 벤츠의 전략적 거리 두기
메르세데스-벤츠의 올라 칼레니우스(Ola Källenius)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전용 브랜드를 신설하거나 현지 시장만을 위한 모델을 독자 개발하는 방안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메르세데스-벤츠가 명확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임을 강조하며, 전 세계 시장에서 일관된 브랜드 가치를 투영하는 제품군을 보유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칼레니우스 CEO는 "중국 전용 모델 개발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엄청난 자본 투자를 정당화할 만큼의 확실한 시장 타당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중국 전용 라인업을 구성하기보다, 기존 글로벌 모델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그동안 고수해온 '롱휠베이스(Long Wheelbase)' 전략 등 기존의 현지화 노선만으로도 중국 프리미엄 시장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시장 경쟁 격화 속 벤츠의 승부수는 '프리미엄 정체성'
중국 전기차 시장은 현재 BYD와 같은 현지 브랜드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지능형 연결'과 '현지화'라는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이러한 가성비 공세를 방어하기 위한 절박함이 깔려 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들과 달리 '고급 승용차'라는 본연의 정체성을 훼손하면서까지 현지화 모델을 늘리는 것은 브랜드 가치를 저해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다만, 이러한 벤츠의 전략이 장기적으로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수입차 업체들이 중국 내에서 입지를 잃고 있는 가운데, 현지 소비자들의 기호를 무시한 글로벌 전략 고수가 시장 점유율 하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향후 자율주행 기술이나 AI(인공지능) 솔루션 등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는 중국 파트너와 협력하는 '하이브리드형 현지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결정은 프리미엄 완성차 업계가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바라보는 두 가지 극명한 시각을 보여준다.
하나는 브랜드의 본질을 지키며 글로벌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벤츠식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의 문법에 맞춰 정체성까지 유연하게 바꾸는 '폭스바겐식 변신'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