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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와도 안 내린다… 원자재 '구조적 상승' 체크포인트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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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와도 안 내린다… 원자재 '구조적 상승' 체크포인트 3가지

세계은행 "에너지 24% 급등"·FAO "2027년 식량 감소" 동시 경고
리튬 두 달 만에 95% 반등·알루미늄 4년 고점… 한국 정유·2차전지·음식료 직격
이란 종전이 오면 원자재 값이 내릴 것이라는 기대는 절반만 맞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종전이 오면 원자재 값이 내릴 것이라는 기대는 절반만 맞다. 이미지=제미나이3


이란 종전이 오면 원자재 값이 내릴 것이라는 기대는 절반만 맞다.

호르무즈 봉쇄는 2015년 유가 폭락 이후 10년 가까이 누적된 에너지 투자 공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방아쇠일 뿐이다. 이번 상승은 전쟁이 아니라 ‘10년 투자 공백이 만든 구조적 부족이기 때문이다. 과거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경기 사이클에 따른 순환이었다면, 이번은 '탈탄소 전환+투자 공백'이 만든 구조적 공급 제약이라는 점에서 하방이 다르다.

세계은행은 지난달 28일 보고서에서 올해 에너지 가격이 24% 급등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른다고 경고했다. 유가·알루미늄·비료·리튬이 동시에 충격을 받으면서 2027년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동시 발생) 경보가 현실화 단계에 들어섰다.

호르무즈, 에너지 넘어 원자재 전체의 병목으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이달 발표한 단기 에너지 전망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지난 4월 배럴당 최고 138달러(209600)까지 치솟았다. 4월 월평균도 배럴당 117달러(177700)였다. EIA는 올해 2분기 세계 석유 재고가 하루 850만 배럴씩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14일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성장률을 3.1%로 하향했다.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4.4%로 올렸다. 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는 "모든 길이 더 높은 물가, 더 낮은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구조적 문제는 더 깊다. 2015~2016년 유가 폭락 이후 국제 석유 메이저들은 탐사·개발 예산을 대폭 줄였고, 2020년 코로나19 충격으로 감산 기조가 굳어졌다. 탄소중립 압력까지 더해지면서 신규 유전 개발 투자는 줄곧 쪼그라들었다. IEA 2025년 전망에 따르면 기존 유전은 해마다 평균 6~8%, 성숙 유전은 최대 10%씩 자연 감산한다. 이를 메울 신규 투자가 없었던 셈이다.

국제에너지포럼(IEF)·S&P글로벌은 2025~2030년 원유·가스 상류(E&P) 부문에 연평균 6400억 달러(972조 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지난해 실제 상류 투자는 5700억 달러(865조 원)에 그쳤다. 삭소은행(Saxo Bank)은 올해 3분기 이후 비()OPEC+ 생산이 둔화하면서 2027년부터 공급 부족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완화 요인도 있다. EIA는 중동 생산이 회복되면 브렌트유가 올해 4분기 배럴당 89달러 (135100)수준으로 내려올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셰일 증산 여력과 OPEC+ 협조 감산 해제 시점이 단기 가격 완화의 핵심 변수다. 글로벌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할 경우 수요 붕괴로 가격 상승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가 함께 봐야 할 리스크다.

비료 쇼크, 2027년 밥상 물가로 전이

호르무즈 봉쇄는 식량 안보를 직접 위협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TD경제연구소는 이달 보고서에서 전 세계 해상 비료 거래의 3분의 1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올봄 파종기 비료 부족이 2027년까지 식품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취둥위 사무총장은 지난달 로마 장관급 회의에서 "비료 공급 차질로 올해 하반기부터 2027년까지 식량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플로리다 국제대학 아야 차카르 교수는 미국 비료 가격이 전쟁 발발 한 달 만에 40% 이상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알루미늄 시장도 충격권이다. 중동은 세계 알루미늄 생산의 9%를 담당한다. 이번 전쟁으로 중동 생산 능력의 약 3%가 파괴됐다. 글로벌 기준으로 전환하면 세계 공급의 약 0.3%에 해당한다(인덱스박스, 20265). 씨티그룹은 지난 3LME 알루미늄 단기 목표가를 톤당 3600달러(546만 원)로 올렸다. 골드만삭스도 중동 생산이 한 달 더 멈출 경우 톤당 3600달러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CRU그룹 로스 스트래찬 알루미늄 원자재 담당은 "현재 재고 수준과 유휴 설비 한계를 고려하면 톤당 4000달러(607만 원)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LME 알루미늄은 이달 초 톤당 3534달러(536만 원)를 기록했다.

리튬, 중국 정책 변수로 상승 재압박


에너지·비철금속에 이어 리튬 시장도 상승 압력이 거세다. 중국 재정부와 국가세무총국은 지난 18일 배터리 수출 부가세 환급률을 올해 4월부터 9%에서 6%로 낮추고, 오는 20271월부터 완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 리튬 탄산염 선물은 하루 만에 9% 뛰었다.

투자전문매체 인베스팅뉴스에 따르면 중국 현물 배터리급 탄산리튬 가격은 두 달 만에 95% 올라 지난 1월 말 톤당 26278달러(3991만 원)를 기록했다. IEA는 중국 정제 시설이 생산을 늦출 경우 2027년 글로벌 리튬 공급이 5% 부족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자재 사이클에서 금·은 상승 이후 15~20개월의 시차를 두고 비철금속·에너지·농산물로 순환매가 유입되는 것이 정상 흐름이다. 호르무즈 봉쇄는 원래 순차적으로 오르던 원자재 가격을 동시에 폭등하는 비정상 사이클로 만들었다.

한국 수입물가·기업 실적 직격… 산업별 온도차 뚜렷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한다. 원자재 동반 상승은 수입물가 급등과 경상수지 악화를 동시에 자극한다.

정유·화학은 단기적으로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하지만, 유가 고공 행진이 길어지면 정제 마진 압박이 불가피하다. 나프타 투입 원가가 함께 올라 석유화학 계열사의 수익성이 먼저 꺾일 수 있다.

2차전지는 단기 비용이 오르지만, 장기 밸류에이션은 높아지는 양면 구조다. 리튬·알루미늄 원가 상승으로 셀 제조사의 단기 수익성은 압박을 받는다. 반면 고유가가 전기차 전환 명분을 다시 강화하면서 배터리 수요 전망치는 올라간다.

음식료는 2027년 원가 상승이 선반영될 수 있다. 비료 부족에 따른 국제 곡물가 상승이 6~9개월의 시차를 두고 식품 원가로 전이되는 구조다. 국내 라면·밀가루·식용유 업체의 원가 압력이 오는 하반기부터 가시화할 가능성이 높다.

2027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체크포인트 3가지


IMF4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에너지 차질이 2027년까지 이어지는 심각 시나리오를 상정했다. 이 경우 세계 성장률은 2%로 추락하고 물가 상승률은 6%를 웃돌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은행도 올해 금속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의 지연 효과가 맞물리면 20272~3분기에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투자자가 지금 당장 점검해야 할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중동 알루미늄·원유 생산 시설의 복구 속도다. 이번 전쟁으로 파괴된 설비는 업계 추산 정상화에 최소 12개월이 소요된다. 인프라 복구 이전에는 공급이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단기 유가 조정이 오면 에너지·소재 업종의 구조적 매수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에너지 밸류체인에서는 '수리·서비스' 업체가 먼저 수혜를 받는 경향이 있다.

둘째, 올해 8~10월 북반구 곡물 수확량 결과다. 비료 부족이 실제 수확 감소로 이어지는 시점이 2027년 식품 인플레이션 강도를 결정한다. 질소·인산 비료 공급망이 회복된 기업과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기업 간 실적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농산물 ETF 혹은 비료주 편입은 이 수확 데이터 확인 전후가 진입 판단 시점이다.

셋째, 오는 20271월 중국 배터리 부가세 완전 폐지 전후의 리튬 수급 변화다. IEA가 경고한 5% 공급 부족이 가시화하면 리튬 소재주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빠르게 진행된다. 다만 광산·정제·배터리 소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별 영향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단계에 노출이 집중됐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지정학 위기가 물러나도 10년치 투자 공백은 하루아침에 메워지지 않는다. 이번 원자재 상승은 경기 회복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적 공급 부족이 만든 새로운 가격 바닥이다. '종전 후 조정'을 단순 하락이 아닌 구조적 저점으로 읽는 시각이 월가 일부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미 힘을 얻고 있다. 과거 사이클 기준으로는 에너지→금속→농산물 순이었지만, 현재는 세 자산군 동시 노출 전략이 유효한 국면이기 때문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