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 ‘리프·아리야’ 수요 급감 직격탄…글로벌 생산 거점 재편 가속화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23일(현지시각)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닛산은 자회사인 자트코(Jatco)를 통해 영국 선덜랜드에 설립할 예정이었던 전기차 구동 장치 ‘e액슬(e-Axle)’ 생산 공장 건설 계획을 백지화했다.
당초 닛산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약 90억 엔(약 858억 원)을 투자해 연간 34만 대 규모의 생산 체제를 갖추려 했으나, 발표 1년 만에 이를 철회했다.
판매 부진이 부른 ‘투자 축소’…유럽 시장 냉각
이번 결정의 핵심 배경에는 유럽 전기차 시장의 수요 위축이 자리하고 있다. 닛산이 현지에서 판매하는 주요 전기차 모델인 ‘리프(Leaf)’와 ‘아리야(Ariya)’의 실적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유럽자동차공업회(ACEA)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 2025 회계연도 기준 리프 판매량은 모델 교체 시기와 맞물려 전년 대비 99% 감소한 87대에 그쳤으며, 아리야 역시 44% 줄어든 1만 1507대 판매에 머물렀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흐름에 대해 “과거 전기차 시장의 선구자였던 닛산이 현재 유럽 내 점유율 2.2%까지 밀려나며 고전하고 있다”며 “판매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규모 현지 투자를 유지하는 것은 경영진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닛산의 유럽 점유율은 2015년 3.9%에서 10년 만에 1.7%포인트 급락했다. 닛산은 당분간 일본에서 생산된 구동 장치를 영국으로 수출해 현지 차량 생산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Re:Nissan’ 경영 재편…공장 통폐합 불똥 우려
닛산은 이번 영국 공장 백지화를 시작으로 글로벌 생산 거점 재편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 5월 발표한 중기 경영 계획 ‘리:닛산(Re:Nissan)’에 따르면, 닛산은 차량 공장뿐 아니라 엔진과 모터 등 파워트레인(구동 장치) 부문의 공장 효율화도 강도 높게 추진 중이다.
이미 차량 부문에서는 7개 공장 폐쇄를 공식화했으나, 부품 공장의 경우 구체적인 대상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내 요코하마·이와키 공장 등 주요 거점의 가동률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닛산 측은 “장기적인 파워트레인 전략을 수립 중이며 현시점에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부품 공장 재편이 본격화할 경우 요코하마와 이와키 공장에서 근무 중인 약 3800명의 고용 불안정성 문제는 앞으로 심각한 논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 분석…전기차 전환의 ‘교훈’
이번 사태는 무리한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이 필요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자동차산업 전문가는 “단순히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는 것을 넘어, 수요 예측 기반의 유연한 공급망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닛산의 이번 결정이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유럽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기존 완성차 기업들이 고비용 구조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향후 실적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캐즘(Chasm)’ 구간에서 닛산이 택한 ‘투자 회수’ 카드가 향후 경쟁력 강화라는 결과로 이어질지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