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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수정헌법 2조와 백악관의 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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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수정헌법 2조와 백악관의 총성

백악관 /사진= 백악관  김대호 글로벌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백악관 /사진= 백악관 김대호 글로벌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김대호 글로벌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미국에서는 총기 소유가 헌법상의 권리이다. 헌법을 바꾸지 않는 한 총기 소유를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총기 소유의 헌법상 권리의 핵심조항은 미국 연방 수정헌법 제2조(Second Amendment to the United States Constitution)이다.이 이 수정헌법 2조는 1791년 미국 권리장전(Bill of Rights)의 형태로 비준되었다. 그 법 조항은 의외로 간단하다. 영어 원문은 "A well regulated Militia, being necessary to the security of a free State,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

로 되어있다. 번역하자면 "규율을 갖춘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수정헌법 제2조의 탄생은 초기 미국의 시대적 특수성과 식민지 시대의 경험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그 철학적 기원은 1689년 영국의 권리장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영국은 가톨릭 왕조의 억압에 대항하여 프로테스탄트 신자들이 방어를 목적으로 무기를 소지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였다. 이 것이 훗날 미국 건국 주역들의 사상적 토대가 되었다. 독립전쟁 이전 미국에 살던 식민지 주민들은 영국이 주둔시킨 강력한 상비군 즉 Standing Army에 의해 자유를 억압당한 경험이 있다. 건국 초기 미국인들은 통치자의 명령에만 복종하는 거대한 직업 군대를 '자유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자 잠재적 독재의 도구로 간주하였다.그 과정에서 시민 민병대(Militia)대 출현했다. 상비군을 대신하여 스스로 무장한 시민들로 구성된 민병대가 국가 방위와 지역 치안 유지의 핵심을 담당하였다. 건국의 주역들은 시민이 스스로를 방어하고, 억압적인 정부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자가 무장이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1787년 미국 헌법을 제정 할때 강력한 중앙 정부를 지지하는 연방주의자와 각 주의 권리를 중시하는 반연방주의자 간의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반연방주의자들은 새로 탄생할 강력한 연방 정부가 상비군을 동원해 주 단위의 민병대를 무장 해제시키고 독재를 펼칠 것을 극도로 경계하였다. 연방주의자였던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은 타협안으로 개인과 주의 권리를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10개의 헌법 수정안 즉 권리장전(Bill of Rights)을 기초하게 된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연방 정부가 시민의 무기 소지 권한을 박탈하지 못하도록 못 박은 수정헌법 제2조가 1791년 공식적으로 비준되었다.

수정헌법 제2조는 오랜 기간 동안 "민병대를 유지하기 위한 집단적 권리인가, 아니면 개인의 호신용 무기를 소지할 개별적 권리인가"를 두고 격렬한 법적,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미국 연방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역사적인 전환점을 제시하였다. 대법원은 수정헌법 제2조가 민병대 복무 여부와 무관하게 자기방어와 같은 전통적으로 합법적인 목적을 위해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할 '개인의 권리'를 보장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로 인해 개인의 총기 소지 권리가 헌법적으로 더욱 강력한 보호를 받게 되었다. 이 판례는 현재까지도 미국 내 총기 규제 논쟁의 핵심적인 법적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총기가 금지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미국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문화적 문법이자 자유의 토템이기 때문이다. 유럽을 비롯한 대다수의 현대 문명국가에서 치안과 폭력의 독점권은 오직 국가와 경찰에게 있다. 시민이 스스로 무장하는 것은 국가의 공권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불온한 행위로 간주된다. 미국의 역사는 동부 해안에서 시작해 끝없는 서부로 나아간 개척의 역사다. 법과 치안이라는 국가의 행정력이 도달하기 훨씬 전에, 황야로 뛰어든 개척자들은 맹수와 원주민, 그리고 무법자들로부터 자신과 가족, 재산을 스스로 지켜야 했다. 이 자력구제(Self-reliance)의 전통 속에서 총기는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었다. 독립적인 인간이자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증명하는 징표였다. 공권력이 나를 온전히 지켜줄 수 없다는 불신, 따라서 내 생명은 내 손으로 지킨다는 서부 개척 시대의 DNA는 오늘날까지 미국인들의 무의식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한걸음 더 더 나아가 보수적 미국인들에게 총기 소유는 정부의 과도한 간섭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로 통한다. 그들에게 총기를 규제하겠다는 정부의 시도는 시민을 보호하려는 선의가 아니라, 시민의 무장을 해제시킨 뒤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전체주의적 징후로 받아들여진다.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규제론자들은 총이문제라고 말하지만, 옹호론자들은 오히려 더 많은 선량한 시민이 총을 가져야 악당을 막을 수 있다는 이른바총기 무장 평화론으로 응수한다. 총기가 범죄의 수단이 아니라 자유의 상징으로 추앙받는 문화적 토양 위에서는 그 어떤 합리적인 규제 담론도 자유에 대한 공격으로 치환되어 생명력을 잃고 만다.

사법과 문화의 벽 위에 마지막으로 견고한 콘크리트를 붓는 것은 미국의 정치 구조와 막강한 이익집단의 로비 메커니즘이다. 전미총기협회(NRA)로 대변되는 총기 옹호 진영의 정치적 영향력은 단순히 돈의 힘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그들의 진짜 힘은 높은 결집력을 가진 단일 의제 투표자(Single-issue voter) 집단에서 나온다. 미국의 총기 소유자들은 자신들의 총기 권리를 제한하려는 정치인에게 표를 주지 않는 확고한 투표 성향을 보인다. 특히 공화당의 당내 경선(Primary)에서 총기 규제에 찬성하는 후보는 보수층 유권자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아 낙선하기 일쑤다. 정치인들에게 총기 규제는 선의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생존의 문제인 셈이다.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아무리 강력한 총기 규제를 외쳐도, 상원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돌파할 수 있는 60표를 확보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렵다. 인구가 적은 보수적인 농촌 지역의 주들도 인구가 많은 대도시 지역의 주와 동일하게 두 명의 상원의원을 배정받는 미국의 상원 제도는 소수의 총기 옹호 여론이 다수의 규제 여론을 합법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완벽한 제도적 환경을 제공한다.
미국에서 총기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기 위해서는 수정헌법 제2조 자체를 폐기하거나 개정해야 한다. 미국 헌법 개정은 연방 상·하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은 후, 전체 50개 주 중 4분의 3(38개 주) 이상의 비준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현재 미국 정치의 극단적인 양극화 상태와 보수 성향 주들의 분포를 고려할 때, 이는 수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한 영역에 가깝다. 한쪽에서는 더이상의 무고한 피를 막자며 제도의 변화를 부르짖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피 흘림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무장할 권리를 더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울부짖는다. 문명사회의 시각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광기와 비극의 순환이다. 그 모순이 미국의 헌법과 ·역사적 맥락 안에서는 각자의 논리가 완결성을 갖춘 평행선이다. 수정헌법 제2조라는 위대한 건국의 유산은 역설적이게도 현대 미국이 스스로를 파괴하는 총성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가장 영속적인 저주가 되어 미국인들의 삶과 숙명을 지배하고 있다. 미국에서 총기 소유 금지는 없다. 비극의 일상화와 그것을 견뎌내는 무뎌진 감각만이 남을 뿐이다. 오늘도 백악관에서는 총성이 울이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