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대신 스웨덴 사브 '글로벌아이' 도입 협상… 나토 핵심국 조달 다극화 신호탄
북극 안보·현지 생산 결합된 실리적 결정… 미국 일변도 구조 균열 속 틈새시장 열린다
북극 안보·현지 생산 결합된 실리적 결정… 미국 일변도 구조 균열 속 틈새시장 열린다
이미지 확대보기캐나다 정부가 북극권 감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와 차세대 조기경보기 도입 협상에 돌입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핵심축이자 나토 일원인 캐나다가 미국 보잉의 제안 대신 유럽산 플랫폼을 선택한 조치는 미국 중심의 조달 구조에서 다변화로 전환하겠다는 상징적 신호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촉발된 안보 불확실성에 더해 북극 안보 중요성 확대, 자국 산업 보호주의가 결합한 결과로, 나토 권역 내 미국산 독점 구도를 흔들며 한국 방산업계에 구조적인 진입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방송 CTV는 27일(현지시각)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오타와에서 열린 국방 방산 전시회 'CANSEC' 기조연설을 통해 스웨덴 사브의 조기경보기 '글로벌아이' 도입 협상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국방부(DND)는 총 50억 캐나다 달러(약 5조 42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글로벌아이 시스템 6기를 구매할 계획이다. 이번 협상으로 캐나다는 미국 보잉의 'E-7A 웨지테일' 도입안을 배제하며 국방 조달의 체질 개선을 공식화했다.
기술 실리와 자국 산업 보호… 조달 다변화의 배경
여기에 자국 방위산업 기반을 키우려는 '국방산업전략(DIS)'이 맞물렸다. 이번 협상에는 전체 물량의 최소 3분의 1을 15년에 걸쳐 캐나다 현지에서 생산하는 조건이 포함됐다. 계약 체결 시 캐나다 봄바디어의 몬트리올 및 토론토 공장에서 최소 40기의 항공기를 제작하게 되며, 국내 항공우주 부문에서 3000개 이상의 숙련 일자리를 창출한다.
미국 무기를 직도입하는 대신 자국 고용과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실리적 계산이다. 카니 총리는 지난 4월 자유당 전당대회에서 "군사 예산 1달러 중 70센트를 미국에 보내던 시대는 끝났다"라고 선언하며 강력한 국방 자립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무너지는 미국 독점… 나토 조달 시장의 균열
캐나다의 이 같은 행보는 오랜 북미 방산 동맹에 긴장 신호를 보내고 있다.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차관보는 이달 초 1940년 창설된 '미·캐나다 상설공동방위위원회(PJBD)'의 운영 축소 및 기능 조정 논의를 발표하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캐나다가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 도입 계획을 재검토하고 사브의 '그리펜' 전투기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양국의 국방 조달 갈등은 표면화되는 모양새다.
이러한 기류는 캐나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캐나다는 유럽연합(EU)의 군사 역량 증진 융자 프로그램인 '유럽안보조치(SAFE)'에 참여해 캐나다 국내 기업들의 유럽 조달 시장 접근권을 넓혔다. 나토 지원조달청(NSPA) 역시 노후화한 보잉 E-3A 센트리를 대체할 후보로 사브·봄바디어의 글로벌아이를 선정한 상태이며 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불거진 공급망 리스크와 유럽의 방산 자립 흐름이 미국의 독점적 지위를 흔들고 있다.
K-방산에 불어오는 기회… 직접 수주보다 '장벽 완화' 주목
캐나다발 조달 구조 다극화는 한국 방산업계에 직접적인 수주 폭증보다는 나토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이 완화되는 구조적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나토 동맹국들이 상호운용성 보장을 전제로 미국산 외의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유럽산 하이엔드 무기 체계의 틈새시장을 공략할 대안들이 주목받는다. 폴란드 등에서 성능을 입증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경공격기는 미·유럽산 전투기 도입 지연이나 예산 제약을 겪는 국가들에 최적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와 독자적 요격 체계인 L-SAM 등도 가성비와 신속한 납기 능력을 앞세워 미국산 위주였던 서방권 시장에서 추가적인 틈새 영토를 확장할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성능 인증과 국방 정치적 변수가 여전히 큰 만큼, 국내 기업들은 단순 완제품 수출을 넘어 현지 공동 생산 및 기술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서방 방산 재편 국면의 3가지 지표
첫째, 캐나다 F-35 도입 규모 축소 및 일정 지연 여부다. 록히드마틴과의 계약 조정이나 지연이 현실화할 경우, 서방권 내에서 그리펜이나 국산 FA-50 계열이 파고들 수 있는 대체 시장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둘째, 유럽 나토 회원국의 미국산 무기 이탈률 추이다. 보잉과 록히드마틴 등 미국 대형 방산기업 위주의 조달에서 벗어나는 유럽 국가들의 국방 예산 집행 추적을 통해 한국 기업의 실질적 수주 환경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셋째, 한국 방산 기업의 나토 권역 내 현지 파트너십 구축 현황이다. 현지 생산 지분 확보를 요구하는 서방 국가들의 보호주의 추세에 맞춰 국내 기업들이 현지 합작 법인 설립이나 기술 협력을 얼마나 신속하게 전개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캐나다의 국방 다변화 행보는 오랜 미국 독점 공급망에 구조적 균형 이동을 촉발하는 신호탄이며, 이는 공급 안정성과 가성비를 무기로 신뢰를 쌓아온 K-방산 기업들에 장기적인 영토 확장 국면을 열어줄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