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중력 시트’·도어 핸들 등 전기차 혁신 기술에 제동
안전성 논란에 따른 글로벌 완성차 설계 지형 변화 예고
안전성 논란에 따른 글로벌 완성차 설계 지형 변화 예고
이미지 확대보기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만큼이나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설계 표준을 뒤흔들 파격적인 규제가 중국에서 시작됐다.
그동안 전기차(EV) 기술의 실험장이자 ‘기믹(Gimmick·특수 효과)’의 본산이었던 중국이 이제는 전 세계 전기차 안전의 잣대를 세우는 ‘글로벌 파수꾼’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각) 인사이드EV(InsideEVs)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제로 중력(Zero-gravity)’ 시트와 매립형 도어 핸들 등 그간 화려한 사용자 경험(UX)을 앞세워 인기를 끌었던 기능들에 대해 강력한 안전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사고 시 탈출 막는 ‘화려한 기믹’… 중국 규제 당국 칼 빼들었다
그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화려한 기능들을 경쟁적으로 도입해 왔다. 차 문을 열 때만 튀어나오는 매립형 도어 핸들, 운전석보다 안락한 ‘제로 중력 시트’, 화려한 요크(Yoke) 형태의 스티어링 휠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능들이 실제 사고 상황에서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최근 성명을 통해 “반쯤 눕혀진 좌석(제로 중력 시트) 상태에서는 충돌 시 탑승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고 시 탑승자가 미끄러져 안전벨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에어백이 설계된 위치에서 벗어나 탑승자를 보호하지 못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매립형 도어 핸들 역시 ‘죽음의 덫’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에서 발생한 동펑(Dongfeng) 전기차 화재 사고 당시, 차량 충돌 직후 매립형 핸들이 작동하지 않아 뒷좌석 탑승객들이 탈출하지 못한 사례가 발생하며 큰 사회적 공분을 샀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사고 시 강제로 개방되지 않는 형태의 도어 핸들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스크린 중심 설계에도 제동… ‘기본 성능’ 강화 흐름
중국 당국은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단순히 기믹을 제한하는 것을 넘어, 차량의 주행 성능과 조작 환경 전반에 걸쳐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주도했던 ‘원 페달 드라이빙’에 대한 제약이다. 중국 당국은 원 페달 드라이빙을 기본 설정으로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운전자가 물리(기계식)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감각을 잃지 않게 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잘못된 페달 조작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또한 회생 제동 시 감속 수준이 브레이크를 밟은 것과 유사할 경우, 반드시 브레이크 등이 점등되도록 하는 강제 기준도 마련했다.
내부 조작 환경 또한 기계식 버튼이 부각되는 추세다. 오토모티브 뉴스(Automotive News)에 따르면, 중국 규제 당국은 화면 중심의 인터페이스가 운전자의 주의를 분산시킨다는 판단하에 핵심 주행 기능을 물리 컨트롤러로 제어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더 나아가, 성능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한 강수도 두었다. 정부는 전기차의 기본 주행 모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을 5초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을 논의 중이다.
전기차의 고성능을 활용하고 싶은 운전자는 별도로 설정을 변경해야 하지만, 차량을 처음 시작할 때의 기본값은 안전을 고려해 안정적인 가속력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혁신의 실험장’에서 ‘글로벌 안전 표준’ 리더로
전문가들은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이 향후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디자인 방향성을 완전히 뒤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단순히 기술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의 보급 단계에서 안전성을 산업 표준으로 안착시키려는 시도라며 중국이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이라는 영향력을 활용해 새로운 글로벌 설계 지침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혁신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이미 배터리 재활용과 화재 대응 기술 등에서 세계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중국이, 이번 안전 규제까지 확립한다면 ‘중국식 표준’이 세계 전기차 설계의 나침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는 이제 단순한 IT 기기를 넘어, 대중의 일상 이동 수단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화려한 미래지향적 디자인보다 ‘탑승객의 생존’이라는 기본을 강조하기 시작한 중국의 행보가, 향후 전 세계 완성차 제조사들의 설계실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