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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달러 ‘美 드림’의 파산... 노스캐롤라이나, 빈패스트에 ‘8천만 달러 반환’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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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달러 ‘美 드림’의 파산... 노스캐롤라이나, 빈패스트에 ‘8천만 달러 반환’ 소송

40억 달러 규모 전기차 공장 부지, 4년째 잡초만 무성… 건축 허가 만료로 공사 전면 중단
“약속 깨졌다” 노스캐롤라이나 법무장관 격노… 일자리 창출·투자 이정표 모조리 미이행
트럼프의 7,500달러 보조금 폐지가 치명타… 빈패스트, 3년간 90억 달러 누적 적자에 부채 재조정
노스캐롤라이나 공장 개장을 2028년까지 연기하는 동안, 빈패스트는 인도에서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고 인도네시아에 2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조립 공장 착공을 시작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노스캐롤라이나 공장 개장을 2028년까지 연기하는 동안, 빈패스트는 인도에서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고 인도네시아에 2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조립 공장 착공을 시작했다. 사진=로이터
베트남의 간판 자동차 제조사이자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공격적인 해외 확장을 추진해 온 빈패스트(VinFast)의 40억 달러(한화 약 6조 원) 규모 미국 전기차 공장 설립 청사진이 사실상 완벽한 파국을 맞이했다.

약속했던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 이정표가 줄줄이 무산되자, 인내심이 바닥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는 빈패스트를 상대로 토지 강제 회수 및 투입된 수천만 달러의 납세자 자금 반환을 요구하는 전격적인 법정 소송을 제기했다.

30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 보도와 외교 통상 소식통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는 지난 28일 빈패스트를 상대로 채텀 카운티(Chatham County) 일대의 공장 부지를 전격 몰수하고, 그동안 도로 정비 및 부지 조성 등에 투입된 8,020만 달러(한화 약 1,200억 원)의 주 납세자 자금을 강제 회수하기 위한 소송을 법원에 제출했다.

당초 이 공장은 오는 2026년 7월까지 완공되어 미국 본토용 전기차를 광속으로 찍어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장에는 건물의 뼈대조차 들어서지 않았으며, 1,811에이커(약 220만 평)에 달하는 거대한 부지 입구에는 녹슨 건축 자재 더미만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어 빈패스트의 ‘미국 드림’이 사기극에 가까운 패착으로 끝났음을 증명하고 있다.

“허가 만료에 시공사 탈출까지”... 내부 직원들조차 “비현실적 사기극”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가 이처럼 서슬 퍼런 칼날을 빼 들은 이유는 빈패스트 측의 명백한 계약 위반 대차대조표 때문이다. 빈패스트는 지난 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인센티브에 이끌려 미국 진출을 선언, 6,000개 이상의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호기롭게 주정부와 합의서를 썼다.

그러나 주정부의 고소장에 따르면, 빈패스트는 2024년 1월 1일까지 건물 수직 건설(착공)을 시작해야 한다는 첫 번째 핵심 마일스톤을 무참히 깨뜨렸다. 급기야 2024년 12월 10일 자로 전기차 제조 건축 허가 자체가 최종 만료되면서 모든 공사가 물리적으로 완전히 멈춰 섰다.

앞서 2024년 6월에는 대형 건설 시공사인 클레이코(Clayco)가 빈패스트의 재정 능력을 의심해 계약을 전격 타결·종료하고 현장을 떠난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빈패스트 전직 고위 임원은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2년 전부터 이미 미국 내부 팀원들 사이에서는 이 프로젝트가 완벽히 비현실적이며, 회사가 공표한 약속들이 지켜질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인식이 팽배했다”며 “본사에서 공식 성명이 없었기 때문에 주정부와 부품 공급업체들에게 ‘사실상 공장 건설을 포기했다’는 진실을 숨긴 채 시간만 끌며 주정부를 기만해 온 셈”이라고 폭로했다.

제프 잭슨(Jeff Jackson) 노스캐롤라이나 주 법무장관은 소송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신뢰를 바탕으로 합의를 맺었으나, 빈패스트는 가혹하게 약속을 깨뜨렸다”며 격노했다.

이에 대해 빈패스트 하노이 본사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주로부터 소송 민원을 접수했으며, 법률 고문이 관련 사안을 검토해 적절한 시기에 답변할 것”이라며 다급히 진화에 나섰다.

3년간 90억 달러 누적 적자 늪… 트럼프의 ‘7,500달러 보조금 폐지’가 결정타


동남아 시장의 떠오르는 권력으로 평가받던 빈패스트가 미국 영토에서 이토록 비참하게 무너진 배경에는 가혹한 재정난과 정치적 리스크의 디커플링이 자리 잡고 있다.

빈패스트는 2025년 한 해에만 38억 7,000만 달러의 사상 최대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 3년간 무려 90억 달러(한화 약 13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누적 적자를 대차대조표에 새겼다.

자금줄이 마르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추가 파이낸싱(자금 조달)이 막히자 미국 법인 인력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해고가 도미노처럼 이어졌다. 이달 초에는 무려 70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장부에서 강제로 지워내는 고육지책식 부채 재조정(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4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하면서 전기차 가치사슬의 뼈대인 7,500달러 규모의 연방 세액공제(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전격 종료해 버린 것이 사망 선고가 됐다. 보조금 방어선이 사라지자 빈패스트는 주정부에 슬그머니 공장 개장 시기를 2028년으로 연기해 달라고 읍소했으나 끝내 거절당했다.

스콧 린시컴(Scott Lincicome) 케이토 연구소 부사장은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의 청정 기술 및 전기차 정책이 180도 뒤집혔다.

시장과 정책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변한다”며 “다만 현재 빈패스트의 가혹한 재정 파탄 상태를 고려할 때,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가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이미 공중분해 된 8,000만 달러의 세금을 실제로 회수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 냉혹한 진단을 내렸다.

“속았다” 상처 입은 노스캐롤라이나… 다른 글로벌 대기업에 부지 매각 저울질


이번 빈패스트 잔혹사는 수십 년간 글로벌성 자동차 제조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치킨게임을 벌여온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뼈아픈 상처를 남겼다.

노스캐롤라이나는 지난 2018년 토요타-마쓰다 합작 공장을 앨라배마에 빼앗기고, 2022년에는 55억 달러 규모의 현대자동차 메가 공장을 이웃 조지아주에 연달아 빼앗긴 가혹한 패배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빈패스트 유치 당시 주 상무부는 하노이 주재 미국 대사관에 회사 배경 실사를 이례적으로 엄격히 요청하는 등 돌다리도 두드렸으나, 결국 해외 스타트업의 자본 지속 가시성을 검증하는 데 실패하며 정당성 비판에 직면했다.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는 빈패스트가 12개월 연속 공사를 전면 중단함에 따라, 토지 매입 계약서의 조항을 발동해 해당 부지를 세 개의 필지로 강제 분할 매수한 뒤 다른 글로벌 대기업에 통째로 넘기는 방안을 전격 실행 중이다. 이미 한 대형 기업이 토지 전체 매입 제안을 던졌으나 빈패스트가 마지막 자존심으로 거절한 상태다.

리 릴리(Lee Lilly) 노스캐롤라이나 상무장관은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가치 높은 부지에서 납세자들의 투자를 정당화할 만큼의 대규모 실물 경제 활동이 일어나기를 원한다”며 “현재 빈패스트를 배제하고 새로운 글로벌 행위자들과 대화하여 강력한 대체 가치사슬을 구축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편, 미국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빈패스트는 노스캐롤라이나 본사 이전과 R&D 센터 건립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는 대신, 규제가 느슨한 인도와 인도네시아(2억 달러 규모 전기차 조립 공장 착공) 등 동남아 및 아시아 시장으로 물류의 짐을 다급히 돌리고 있다.

자산운용사 통상 전문가는 “중국 공업정보화부의 전기차 표준 독점 청사진과 BYD의 사고 비용 보장 1,700달러 자율주행 공세, 그리고 폭스콘의 CPO 광학 기술 출하 등 아시아 테크 헤게모니가 요동치는 시점”이라며 “자체 기술력과 자본 체력이 없는 해외 스타트업이 오직 미국의 보조금 대차대조표에만 의존해 무리한 ‘알박기 투자’를 감행했을 때, 정권 교체와 캐즘이라는 가혹한 매크로 역풍 속에서 어떻게 한순간에 파산에 직면하는지 보여주는 엄격한 실리주의적 본보기”라고 평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