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이란 간 휴전 협상에 대한 기대감에도 세계 원유 시장이 과거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뉴노멀’ 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구조적으로 남으면서 전쟁 이전 수준의 원유 수송량이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CNBC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수출량이 미국·이란 합의 이후에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이란이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한 상태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시절 에너지·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낸 아모스 호크스타인은 CNBC와 인터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이란은 가까운 미래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게 될 것”이라며 “중동 지역 국가들 모두 그렇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해운업계는 휴전이 성사되더라도 선박 운항이 빠르게 정상화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영국 해운 전문지 로이즈리스트의 리처드 미드는 “향후 호르무즈 통항량은 전쟁 이전 대비 60~70%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과 연계된 선박은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하겠지만 서방 선박은 이란과 별도 협정을 맺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RBC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원자재 전략 책임자도 “이란이 해협 운영권과 영향력을 유지하는 형태로 전쟁이 끝난다면 호르무즈 물동량은 의미 있게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홍해 사태처럼 장기화 가능성”
예멘 후티 반군은 2023년 11월부터 홍해 상선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이후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항량은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로이즈리스트의 토머 라아난 해양 리스크 분석가는 “대규모 해군이 없어도 핵심 해상 요충지를 심각하게 교란할 수 있다는 점이 홍해 사태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은 홍해와 달리 대체 항로가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 기준 전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던 핵심 통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일부 송유관 우회 수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전체 물량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 “세계 경제, 이미 석유 덜 쓰기 시작”
한편, 세계 경제가 이미 ‘석유 부족 시대’에 적응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후파이낸스는 이날 JP모건 전략가들의 보고서를 인용해 최근 세계 원유 수요가 최대 9%, 하루 약 150만배럴 감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JP모건의 나타샤 카네바, 류바 사비노바, 아르템 파크레트디노프 전략가는 최근 중국 시장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놀라운 점은 원유 수요 감소 자체가 아니라, 예상보다 훨씬 큰 감소가 거의 혼란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실제 국제유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도 배럴당 100달러(약 15만원) 안팎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고유가에 따른 ‘수요 파괴’가 이미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휘발유·항공유 가격 급등에 대응해 전기버스·지하철·고속철도·전기택시 등 대체 교통수단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는 학교·직장 운영일수를 줄이고 있으며 인도 정부도 에너지 절약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수익성이 낮은 일부 노선 운항 축소에 나섰다.
JP모건은 “현재의 수요 감소가 전쟁 종료 이후 다시 회복될지, 아니면 보다 구조적인 소비 변화로 이어질지가 핵심 변수”라며 “세계 경제가 실제로 석유 9% 감소 상태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