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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삼전·SK 38조' 회수… 지금은 팔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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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삼전·SK 38조' 회수… 지금은 팔 때인가

D램값 분기 60% 뛰는 '품귀 호황'인데 칩株 폭락… "실적은 현재, 주가는 미래"
美 10년물 4.5% 고착이 분수령… 빅테크 투자 우선순위 재편이 삼성·SK 가른다
공급은 부족한데, 주가는 무너진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 품귀로 D램·낸드 계약가가 분기마다 60% 안팎씩 뛰는데도, 정작 그 메모리를 만드는 기업들의 주가는 꺾였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공급은 부족한데, 주가는 무너진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 품귀로 D램·낸드 계약가가 분기마다 60% 안팎씩 뛰는데도, 정작 그 메모리를 만드는 기업들의 주가는 꺾였다. 이미지=제미나이3


공급은 부족한데, 주가는 무너진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 품귀로 D·낸드 계약가가 분기마다 60% 안팎씩 뛰는데도, 정작 그 메모리를 만드는 기업들의 주가는 꺾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57일부터 22일까지 12거래일 동안 SK하이닉스 195314억 원, 삼성전자 188688억 원을 순매도했다. 두 종목에서만 38조 원(274억 달러)이 빠졌다. 시장은 '산업 호황'이 아니라 '금리'를 보고 있다.

지난 5일 장 마감에서 코스피는 –5.54% 급락한 8160.59를 기록했다. 외국인 매도세는 역시 이날도 계속되었다.

컴퓨텍스 호황론과 정면충돌한 美 고용 쇼크


불과 닷새 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코스피는 5월 한 달 21% 폭등하며 사상 첫 8000선을 넘었다. 6월 첫 거래일에는 3.68%(312.23포인트) 급등한 8788.38로 종가 최고치를 새로 썼다. 대만 컴퓨텍스 2026에서 확인된 '메모리 슈퍼사이클' 낙관론이 불씨였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은 사상 처음 7000조 원을, 삼성전자 시총은 2000조 원을 각각 넘어섰다.

흐름은 지난 3(현지시각)부터 급반전했다. 브로드컴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폭락하면서다. 매출은 1년 전보다 48% 늘어난 222억 달러(346090억 원)였다. AI 반도체 매출은 143% 폭증한 108억 달러(168370억 원)였다. 그러나 연간 AI 목표 1000억 달러(1559000억 원)를 올리지 않았고, 3분기 가이던스 160억 달러(249400억 원)는 월가 최고 기대치 172억 달러(268140억 원)를 밑돌았다. 주가는 시간외에서 12% 빠졌다.

두 개의 시계는 왜 따로 도는가


첫째, 주가는 '수준'이 아니라 '기대의 변화율'에 반응한다. 브로드컴이 교과서다. AI 매출이 143% 늘어도 추가 상향이 없으면 주가는 빠진다. 결국 '좋은 실적'이 아니라 '기대 상향의 부재'가 멀티플(주가수익비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메모리값이 올라도 그 상승세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기대를 넘지 못하면 주가는 정체한다. 한마디로 실적은 현재이고, 주가는 미래다.

둘째, 고금리는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를 깎는다. 지난 5일 미국 5월 비농업 신규 고용은 172000명으로 집계됐다. 전망치 85000명을 두 배 웃돌았다. 금리 인하 기대는 사라졌고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5%를 넘었다. 작동 경로는 두 갈래다. 우선 할인율이 오르면 회수가 먼 '장기 듀레이션' 자산의 밸류에이션이 가장 크게 눌린다. 동시에 빅테크의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이 오르고 데이터센터 투자수익률(IRR)이 낮아지면 투자 우선순위가 재편된다. 모든 프로젝트가 아니라 수익성이 검증된 곳에만 돈을 넣는 '선택과 집중'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셋째, 펀더멘털은 여전히 '판매자 우위'. 트렌드포스는 일반 D2분기 계약가가 전 분기보다 58~63% 오른다고 본다. 1분기 90~95% 급등에 이은 추가 상승이다.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하단가 조항을 단 장기계약(LTA)으로 물량을 묶으면서, 공급사의 가격 하방 위험은 사실상 사라졌다. SK증권 한동희 연구원은 3~5년 장기공급 계약을 기반으로 과거보다 안정적인 실적 주기가 신뢰성 있게 다가온다고 분석했다.
이번 폭락은 산업이 나빠졌다는 신호가 아니다. 현재의 호황이 높아진 금리를 견딜 만큼 미래까지 이어질지를 묻는 밸류에이션 재산정이다.

단기 변동성, 중장기 차별화


단기로는 변동성이 불가피하다. 다만 외국인 매도의 성격은 '한국 이탈'과 거리가 멀다. 키움증권은 5월 반도체 업종이 41.6% 급등하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고, 주가 급등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내 한국·반도체 비중이 커지면서 글로벌 패시브 자금의 리밸런싱 매도가 겹쳤다고 분석했다. 일평균 시가총액 대비 순매도 비중은 50.34%30.81%보다 오히려 낮았다.

다만 수급의 성격은 국면에 따라 갈렸다. 5월 차익 실현 단계에서는 반도체에서 뺀 돈이 로봇·전력 인프라로 옮겨가는 사이클 후반 로테이션 조짐이 있었다. 그러나 63일 브로드컴 쇼크와 5일 고용 쇼크가 연달아 터진 뒤로는 양상이 달라졌다. 로테이션의 수혜로 꼽히던 두산로보틱스마저 밀렸다. 반도체와 인프라가 함께 빠진 것이다. 지금 국면은 자금이 다른 자산으로 옮겨가는 로테이션이 아니라, 고금리 고착 공포에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한국 테크·인프라 비중을 기계적으로 줄이는 '일시적 현금화(캐시아웃)' 구간으로 봐야 한다.

반면 중장기 완충판도 분명하다. LTA 하단가가 단가 협상력의 급락을 막고, 서버 DDR5·HBM 수익성이 역대급을 유지하고 있다. 신규 팹은 2027년 말 이전 양산이 어려워 단기 공급 확대도 제한된다. 한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가 길어지면 빅테크가 HBM 단가 협상에서 비용 절감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도 "공급 부족 구조 자체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거품''조정'을 가르는 3대 지표


이번 사태가 일시 조정인지, 추세 하락의 시작인지는 다음 세 가지로 가늠한다.

첫째, 10년물 국채 수익률 4.5%의 고착 여부다. 밸류에이션의 상단을 결정한다. 위에서 굳으면 빅테크 차입 비용이 늘어 AI 투자가 위축된다.

둘째, 빅테크 자본지출(CAPEX) 가이던스의 하향 여부다. 수요 방향을 좌우한다. 투자 계획이 줄면 메모리 수요의 바닥부터 흔들린다.

셋째, HBM·서버 D램 인도 단가(ASP) 추이다. 이익의 실제 반영 속도를 보여준다. 상승세가 꺾이면 국내 기업 마진이 곧바로 손상된다.

두 시계가 다시 합쳐지는 지점은 고금리가 빅테크의 투자 의지를 실제로 꺾는 순간이다. 그 전까지 가격 급등과 주가 변동은 모순이 아니라 같은 사건의 다른 단면으로 공존한다. 투자자가 볼 것은 주가 등락이 아니라, 세 지표가 보내는 '시계가 합쳐지는 신호'.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