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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발전선 출범… ‘기술 아닌 허가’가 상용화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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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발전선 출범… ‘기술 아닌 허가’가 상용화 가른다

미국·이스라엘 컨소시엄 'FusPoB' 공개… 2032년 목표보다 ‘입항 규제’가 더 큰 벽
연료 밀도 수백만 배 우위에도 국가별 영해 제한 시 글로벌 항로 운용 치명타
국제해사기구(IMO)가 설정한 탄소중립 시한이 25년 미만으로 좁혀진 가운데, 글로벌 해운·조선 시장의 판도를 바꿀 해상 핵융합 발전선 개발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국제해사기구(IMO)가 설정한 탄소중립 시한이 25년 미만으로 좁혀진 가운데, 글로벌 해운·조선 시장의 판도를 바꿀 해상 핵융합 발전선 개발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이미지=제미나이3

국제해사기구(IMO)가 설정한 탄소중립 시한이 25년 미만으로 좁혀진 가운데, 글로벌 해운·조선 시장의 판도를 바꿀 해상 핵융합 발전선 개발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스페인 언론 엘 콘피덴시알(El Confidencial)6(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미국선급협회(ABS)와 이스라엘 핵융합 전문기업 엔티타오(nT-Tao)가 주도하는 5개국 컨소시엄은 그리스 해사박람회 포시도니아 2026’에서 해상 핵융합 발전 바지선인 ‘FusPoB(Fusion Power Barge)’ 프로젝트를 전격 공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수소와 암모니아 같은 화학연료 대비 연료 질량당 에너지 밀도가 수백만 배에 달해 기존 친환경 연료의 치명적인 약점인 낮은 에너지 밀도와 인프라 한계를 단숨에 극복할 대안으로 지목되며 오는 2032년 시범 상용화를 목표로 설정했다. 다만 기술적 난제와 규제 변수에 따른 지연 가능성도 상존한다.

펄스형 스텔라레이터 탑재, 기술 정합성과 고유 리스크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선박 내부에 들어가는 초소형 핵융합로다. 선박 설계 전문기업 피앤피 마린 컨설턴트(P&P Marine Consultants)가 설계를 맡은 FusPoB는 길이 71.4m 크기의 보급선 형태로 제작한다. 내부에는 엔티타오가 개발한 초소형 원자로를 탑재한다. 자기장을 활용해 플라즈마를 가두는 스텔라레이터(Stellarator) 방식은 기본적으로 외부 코일로 입체적인 자기장을 형성하여 연속 운전에 유리한 구조이지만, 초기 모델은 안정성 확보를 위해 펄스형 운전을 병행하는 형태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로가 생산하는 열원은 프랑스 테미스트(TEMISTh)의 열솔루션과 지멘스 에너지의 기술력을 결합한 8000kWe급 증기발전기 2기를 구동한다. 정격 출력은 약 16MW 규모이며, 시스템 보조 출력 등을 포함한 최대 출력은 20메가와트(MW) 범위로 설계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기존 핵분열 방식과 비교해 장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발생이 없고 노심 용융 위험이 없어 방사성 부담이 크게 낮다. 그러나 진동과 염분이 가득한 해상 환경에서의 내구성, 핵융합의 핵심 조건인 순에너지 이득(Q)의 장시간 유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주된 동력이 차단되는 비상 상황에는 배터리 시스템이 가동해 8노트 속도로 최대 6시간 동안 운항할 수 있는 백업 전력을 공급한다.

전무한 규제 표준과 영해 입항 제한… 실질적 병목 우려


기술적 완성도와 별개로 상용화에 이르는 최대 걸림돌은 규제 장벽이다. 현재 상선에 탑재하는 핵융합로에 대한 국제표준이나 안전 기준은 전무한 상태다. IMO 규정에 핵융합 선박 포함 여부가 불명확하며, 삼중수소 등 핵심 핵물질의 해상 운송 규제도 정립되지 않았다. 특히 동일한 선박이라도 국가별로 입항 허용 여부가 다르게 적용될 경우, 글로벌 항로 운용 자체가 완전히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 관점에서 치명적인 리스크다.

보수적인 해상 보험·재보험 시장의 인수 거부 역시 상용화의 실질적 병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선급협회는 이번 타당성 조사를 통해 핵융합 선박의 승인 기준과 안전 규격 제정을 주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FusPoB의 초기 모델은 단순한 화물 운반선이 아닌 해상 이동식 발전소 역할을 수행한다. 전력망 인프라가 없는 도서 지역이나 해상 해양 플랜트에 전력을 공급하고 해수 담수화 설비를 가동하는 멀티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청정에너지 공급망의 지정학적 주도권이 해상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초대형 해양플랜트 건조 경험을 보유한 국내 조선 3사는 원자로 자체 기술이 아닌, 부유식 발전 플랫폼(FPSO) 구조물 건조와 원자로 모듈을 탑재하는 선체 설계 등 '플랫폼 통합 및 해양 엔지니어링' 영역에서 실질적인 주도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투자자가 당장 확인해야 할 4대 체크포인트


국내 조선업계와 친환경 에너지 투자자가 향후 시장 주도권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주시해야 할 지표는 네 가지다.

첫째, 미국선급협회의 핵융합 선박 표준안 제정 시점이다. 글로벌 상용화를 위한 제도적 관문이자 법적 규제와 항만 입항 승인의 해소 척도다.

둘째, 초소형 스텔라레이터의 플라즈마 유지 시간이다. 20MW 안팎의 출력을 해상 진동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 판가름하는 기술 지표다.

셋째, 기존 암모니아 추진선과의 1마일당 운항 비용 비교다. 초기 높은 건조비를 상쇄하고 에너지 밀도 우위가 실질적인 경제성 확보로 이어지는지 증명할 기준이다.

넷째,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 및 대형 조선사의 참여 여부도 중요하다. 기술적 가석방 상태인 핵융합 프로젝트의 상용화 속도와 자금줄을 결정하는 핵심 파트너십 지표다.

탄소 배출 제로를 향한 글로벌 규제 압박 속에서 해상 핵융합 발전선 시장은 기술적 완성도보다 '누가 먼저 국경을 넘는 규제를 통과하느냐'가 향후 패러다임의 주도권을 좌우할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