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0년물 5%·日 10년물 29년 최고…글로벌 채권 변동성 폭발
환율 1560원 17년 만 붕괴·외국인 70조 매도…16~17일 FOMC가 분수령
환율 1560원 17년 만 붕괴·외국인 70조 매도…16~17일 FOMC가 분수령
이미지 확대보기한국 자산시장이 8일 '블랙먼데이'를 맞았다. 코스피지수가 개장 직후 8.37% 폭락해 7477.46(7484.41에 장 마감)까지 무너졌고, 거래가 20분간 정지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원·달러 환율은 1560원선을 깨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가장 약세를 보였다. 충격의 진원지는 두 곳이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달 5%를 돌파해 2007년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았고, 일본 10년물 금리는 29년 만의 최고치인 2.66%에 닿았다.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케빈 워시 신임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매파 행보로 금리 인하 명분을 거뒀다. 둘째, 30년 동안 글로벌 자금 공급원이던 일본이 자국 회수로 돌아섰다. 셋째, 한국은 금리·환율·증시 삼각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본질은 금리가 아니라 '소화되지 않는 국채'
문제의 본질은 금리 자체가 아니라 '소화되지 않는 국채 공급'이다.
공급이 폭증하는데 수요는 무너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보고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미 국채 매입에 균열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아폴로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이 만기 10년 이상 채권에 사상 최대 수준으로 노출돼 있어 보유 비중 조정만으로도 시장에 큰 충격이 온다"고 경고했다. TD이코노믹스는 2024년 말 보고서에서 외국인 수요 공백을 미 민간 펀드가 메우고 있으나 가격 민감도가 높아 변동성이 구조화됐다고 분석했다. 30년물 5% 진입은 단순한 금리 변동이 아니라 미 재정 신뢰의 균열 신호다.
워시의 매파 선언…금리 인하 명분 사라져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케빈 워시 신임 Fed 의장은 지난달 22일 백악관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상원 인준 표결은 54대 45로 역대 가장 분열된 결과를 보였다. 워시 의장은 지난 4월 21일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은 선택이며, 연준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NBC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인용해 시장이 오는 12월까지 추가 금리 인상 확률을 57%로 본다고 전했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8%, 생산자물가지수(PPI)는 6%로 3년 만에 가장 높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금리 인하 압박을 위해 워시를 발탁했으나 인하 명분이 빠르게 사라졌다. 당장 코앞에 닥친 6월 FOMC에서는 금리 동결 가능성이 우세하지만, 워시 의장이 첫 기자회견에서 얼마나 매파적 톤을 드러내느냐에 따라 시장은 연내 추가 인상 시나리오를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할 전망이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4월 물가 지표는 디스인플레이션이 안착하기까지 워시 앞에 놓인 거리를 보여준다"며 "매파 진영에 추가 인상 명분을 제공했다"고 진단했다.
'세계의 ATM' 일본의 변심…엔캐리 청산 시작
포춘은 일본 투자자가 미국 국채를 본격 매도에 나섰다고 전했다. 일본은 1조 2000억 달러(약 1840조 원) 규모의 미 국채를 보유한 세계 최대 외국인 보유국이다. 지난 3월 일본 국채펀드 자금 유입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본 자본이 30년 만에 자국으로 회귀하는 신호다.
폴리마켓과 인덱스박스는 일본은행이 오는 16일 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에서 1.00%로 25베이시스포인트(bp) 인상할 확률을 80%로 제시했다. 가즈오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연설에서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2차 효과로 번지면 외면할 수 없다"며 인상을 시사했다.
로이터는 "일본 채권 매도는 국경을 넘어 글로벌 자본 흐름에 영향을 준다"며 "30년 동안 세계 자금 공급원 역할을 해온 일본이 자국 회수로 돌아서는 구조 전환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환헤지 비용 폭등이 외국인 매도 자극
8일 '블랙먼데이' 직접 방아쇠는 두 가지다. 시장에서는 ▲브로드컴의 3분기 인공지능(AI) 매출 가이던스가 시장 예상치를 7% 밑돈 점 ▲지난 주말 이란의 이스라엘 미사일 공격에 따른 지정학 위험을 1차 트리거로 지목했다. 그러나 더 깊은 구조 요인은 외국인 매도 장기화다.
CNBC는 골드만삭스 데이터를 인용해 외국인이 올해 들어 지난 5월 말까지 약 620억 달러(약 95조 원) 어치의 한국 주식(코스피·코스닥 합산)을 처분했다고 보도했다. 코스피 시장만 따로 보면 외국인은 지난 5월 7일 이후 21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누적 매도 규모를 70조 원으로 끌어올렸다. 사상 최장 매도 기록이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매도의 1차 본질이 자산 배분 조정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외국인 보유 비중이 지난해 11월 31%에서 38%로 7%포인트 급등해 글로벌 펀드가 비중 한도에 부딪쳤다. 다만 새로 부상한 요인은 환헤지 비용 폭등이다. 원·달러 환율이 1560원선을 17년 만에 깨면서 달러 기반 투자자의 한국 주식 보유 비용이 가파르게 올랐다. 한미 금리차가 확대된 상황에서 환헤지 비용은 5%대로 미 국채 수익률을 상회한다.
시장에서는 최근 환율은 채권 자금보다 주식 자금 흐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원화 자체의 약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외국인은 환손실을 피하려고 헤지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그 비용이 한국 주식의 기대 수익률을 잠식하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다만, 골드만은 코스피 1만 2000 본다
모든 신호가 비관 일변도는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3일 보고서에서 코스피 12개월 목표지수를 9000에서 1만 2000으로 한 달 만에 다시 올렸다. 2026년 코스피 기업 이익 증가율 전망치도 277%에서 320%로 상향 조정했다. 티모시 모 골드만삭스 아시아 수석 전략가는 "코리아는 아시아에서 가장 확신하는 시장"이라며 "메모리 슈퍼사이클 지속 기간이 시장 예상보다 길다"고 강조했다.
반면 KB금융그룹 글로벌 전략가 피터 김은 CNBC가 인용한 클라이언트 보고서에서 주가 강세가 한국 경제와 산업의 근본 취약점을 가리고 있다며, 중국 추격과 내수 부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캐나다 왕립은행(RBC)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50%를 차지해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국민연금공단(NPS)은 지난해 12월부터 전략적 환헤지 프로그램을 가동해 달러 매도·원화 매수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NPS와의 외환스왑 한도를 확대했고, 외국환 규제도 완화했다.
시나리오 분기…6월 한 달의 '방향'이 분수령
증권가 전망을 종합한 결과, 향후 한 달의 방향이 한국 자산시장의 분수령이 된다.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워시 의장이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동결과 비둘기파적 톤을 유지하고 일본은행이 인상 폭을 최소화하면 미 장기금리가 안정된다. 외국인 매도가 비중 조정 차원에서 마무리되고 코스피는 반등을 시도한다.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워시가 매파 메시지를 강화하고 일본은행이 1.00% 인상에 추가 인상 시그널을 더하면 미 30년물이 5.5% 영역을 시험한다. 엔캐리 자금 청산이 가속해 외국인 매도가 재점화되고 원·달러 환율은 추가 약세 영역으로 들어선다.
한국 투자자가 점검할 4가지 지표
한국 투자자가 앞으로 한 달 안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점검 지표는 네 가지다.
첫째, 오는 16~17일 FOMC 결정과 워시 의장의 첫 기자회견이다. 워시가 매파 메시지를 굳히면 미 30년물 금리가 5.5%선까지 추가 상승할 수 있다.
둘째, 일본은행 16일 정책회의의 인상 폭과 가이던스다. 인상이 단행되면 엔캐리 청산이 가속해 코스피 외국인 매도가 재점화된다.
셋째, 미 재무부 4분기 6710억 달러 국채 입찰 응찰률이다. 응찰이 부진하면 한국 시중금리가 동반 상승해 회사채 조달 비용이 커진다.
넷째, HBM 단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7월 분기 실적이다. AI 슈퍼사이클이 고금리 흡수력을 입증하면 외국인 매도가 자연 진정될 수 있다.
문제는 금리가 아니라 '돈의 방향'이다. 자금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 자금을 거두는 일본, 환율과 증시에 끼인 한국. 표면은 금리 충격이지만 본질은 다르다. 6월은 한국 자산시장의 방향이 결정되는 한 달이 아니라, 글로벌 자금의 주인이 바뀌는 시점일 수 있다. 문제는 금리가 아니라 돈의 방향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