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지리·SAIC·창안·체리 5개 그룹만 생존 가능… 유럽 옥석 가리기 본격화
"2030년 전 대규모 구조조정"… 지금 중국차 사면 위험한 이유
"2030년 전 대규모 구조조정"… 지금 중국차 사면 위험한 이유
이미지 확대보기스페인 자동차 전문매체 모토르닷에스(Motor.es)는 지난 7일(현지시각) 중국 자동차 브랜드 난립 실태와 유럽 생존 가능성을 심층 분석한 기사를 내보내며, "상위 5개 그룹을 제외하면 장기 신뢰를 보장할 브랜드가 없다"고 못 박았다.
중국 본토에서 이미 '생존 게임'이 진행 중인 가운데, 유럽으로 진출한 수십 개 브랜드 가운데 상당수가 소리 없이 철수하거나 파산할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400개에서 10개로— 중국 본토서 벌어지는 학살
한때 400개를 웃돈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지금 전례 없는 도태 압력에 직면해 있다. 핵심 원인은 '내권(內捲·neijuan)', 즉 같은 시장 안에서 경쟁자들이 수익을 완전히 갉아먹는 수준의 저가 출혈 경쟁이다.
중국 자동차산업 평균 이익률은 2017년 8%대에서 2026년 현재 2~3%대로 떨어졌고, 업계에서는 현재 100개가 넘는 전기차 브랜드 가운데 2030년에는 10~15개 정도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야디(BYD) 스텔라 리 수석 부사장은 "2030년 이전에 약 100개 브랜드가 사라질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샤오펑(XPeng) 허샤오펑 최고경영자(CEO)는 "10년 안에 7개 그룹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다"는 견해를 내놨고, 메르세데스-벤츠의 올라 칼레니우스 CEO도 "중국에서는 결국 10개 브랜드만 살아남는다"고 진단했다. 이 세 명의 진단은 서로 다른 각도에서 같은 결론을 가리킨다.
문제는 이 도태 압력이 유럽까지 파장을 미친다는 점이다. 중국 본토에서 밀린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을 돌파구로 삼지만, 재무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의 해외 진출은 결국 소비자 피해로 귀결된다.
실제로 유럽에서 판매까지 한 아이웨이즈(Aiways)는 본사 파산으로 현지 소비자들을 부품·소프트웨어 지원 공백 상태에 그대로 방치했다. 이는 단순한 해외 사례가 아니다.
독일 데이터 분석기관 DAT의 자체 설문조사에서 독일 소비자의 절반 가까이가 "앞으로 5년 안에 중국 브랜드 상당수가 유럽 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설상가상으로 비야디는 2026년 1분기 해외 판매량이 급증했음에도 순이익은 전년 대비 약 55% 급감했다.
중국 정부가 2026년부터 전기차 취득세를 면제에서 5% 부과로 전환하고 노후차 교체 보조금 지급 방식도 바꾸면서 정책 수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업계 최강자인 비야디조차 이런 상황이니, 재무 체력이 더 약한 브랜드들의 위기는 훨씬 심각하다.
유럽 생존 지도— 5개 그룹은 OK, 그 아래는 도박
모토르닷에스는 유럽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중국 브랜드를 명확히 층위별로 구분했다.
가장 안정된 첫 번째 그룹은 비야디(BYD)다. 전동화 차량 글로벌 판매 1위 기업으로, 설령 일부 산하 브랜드가 정리되더라도 애프터서비스 체계를 유지할 역량이 있다는 평가다.
두 번째는 MG 브랜드를 보유한 SAIC로, BMW로부터 MG를 인수한 뒤 스페인 갈리시아 지역에 2억 유로를 투자하며 현지화를 시도하고 있다.
세 번째는 볼보·폴스타·링크앤코(Lynk&Co)·지커(Zeekr)를 아우르는 지리(Geely)로 유럽 내 제조 기반을 갖춘 점이 강점이다.
네 번째 창안(Changan)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S05·S07을 앞세워 배급망과 부품 공급에 직접 관여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쌓고 있다.
다섯 번째 체리(Chery)는 에브로(Ebro)·오모다(Omoda)·재쿠(Jaecoo) 브랜드를 운영하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생산 거점을 마련, 장기 잔류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이 5개 그룹의 바깥은 불확실성이 크다. 그레이트월(Great Wall)·둥펑(Dongfeng)·광저우자동차(GAC) 등은 규모는 있지만 유럽 내 존재감이 약하다.
리오토(Li Auto)·샤오미(Xiaomi)처럼 중국 내 판매 규모는 크지만 유럽에서 사실상 무명인 브랜드들도 중장기 리스크를 안고 있다.
스텔란티스와 손잡은 리프모터(Leapmotor)는 스페인 사라고사 공장에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B10을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현지에서 출고되는 순간 완전한 '유럽산'으로 인정받는 구조를 갖췄다.
이 브랜드는 향후 스텔란티스 생태계에 흡수되는 형태로 유럽화할 가능성이 높다.
중고차 시세가 브랜드 건강의 바로미터
소비자 입장에서 중국 브랜드 선택 시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지표는 중고차 잔존가치다. 유럽 내에서 거래되는 3년 차 중국산 전기차의 잔존가치가 신차 가격의 38% 수준까지 주저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발(Arval) 독일 법인 크리스티안 슈슬러 관계자는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 뉴스 유럽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산 차량의 낮은 잔존가치는 시장 전체의 신뢰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잔존가치가 빠르게 떨어진다는 것은 브랜드 신뢰도가 시장에서 검증받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26년이 중국 자동차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내수 성장 둔화와 정부 보조금 축소가 겹치면서 체력이 약한 브랜드들부터 차례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토르닷에스는 당장 구매를 고려한다면 장기 렌트 방식을 택하거나, 브랜드 출시 후 최소 1~2년의 시장 검증 기간을 두고 결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권고했다.
판매망 안정성, 애프터서비스 품질, 그리고 중고차 감가상각 폭, 이 세 가지를 기준으로 브랜드를 고르는 것이 핵심이다.
유럽에서 올해 중국차는 7% 증가한 230만 대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차의 유럽 공습은 숫자상으로는 거세지지만, 브랜드 생사는 갈리고 있다.
과거 영국 로버, 스웨덴 사브가 기업 문제로 사라졌을 때 소비자들이 부품·소프트웨어 지원 공백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던 전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어떤 브랜드가 이 가격 전쟁에서 살아남느냐에 따라 유럽 자동차 시장의 지형뿐 아니라 소비자의 지갑 손실 여부도 달라진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