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고용 호조가 부른 긴축 경계감에 S&P 500 급락 후 반등… 숨고르기 장세 진입
대형 IPO 대기 물량에 유동성 흡수 우려… 기술주·반도체 밸류에이션 시험대
대형 IPO 대기 물량에 유동성 흡수 우려… 기술주·반도체 밸류에이션 시험대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뉴욕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멈추고 변동성 확대 국면에 진입했다. 배런스(Barron's)가 지난 8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증시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장중 18.6을 기록하며 시장의 경계감을 반영했다. 지난 5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낙폭인 2.6% 급락하자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결과다.
비록 8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100 지수가 1.58% 반등하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5.61% 급등하는 등 충격에서 벗어나는 흐름을 보였으나, 이는 단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과 저가 매수세 유입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와 대규모 기업공개(IPO) 전망에 따른 수급 부담이 겹쳐 당분간 뚜렷한 방향성 없이 등락을 반복하는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고용 지표 호조가 촉발한 금리 상승과 밸류에이션 압박
이번 증시 조정의 일차적 원인은 역설적이게도 견고한 미국 고용 시장에 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5월 신규 고용자 수는 17만 2000명을 기록했다. 최근 3달간 강력한 고용 증가세가 이어지자, 시장에서는 자취를 감췄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크리스 터너 ING 글로벌 마켓 총괄은 "연준의 긴축 우려가 커지면서 주식과 신흥국 자산 비중을 높여온 투자자들이 타격을 입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무위험 자산인 국채 금리의 상승은 할인율을 끌어올려 고밸류에이션 성장주의 현재가치를 훼손한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차기 연준 지도부 구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앞두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시장이 금리 움직임에 한층 예민해진 이유다.
대형 IPO 줄이행 전망에 기술주 유동성 흡수 우려
정보기술(IT) 대형주 중심의 수급 불균형도 주가 하락의 변수로 작용했다. 비상장 기업가치 재평가 기대감 속에 대규모 자금을 흡수하는 초대형 공모주 청약이 연이어 예정되거나 거론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의 750억 달러 규모 IPO 가능성이 회자되는 가운데, 최근 오픈AI와 앤스로픽 등 생성형 AI 선두 주자들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알파벳 등 기존 빅테크 기업들 역시 AI 투자 확대로 현금 소요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대형 IPO는 시장에 새로운 자금이 대거 유입되기보다 기존 유동성의 재배치 성격이 강해 2차 시장(장내 시장) 유동성을 일시적으로 위축시킨다. 다만 공모 흥행 여부나 일정 지연에 따라 오히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기관 투자자들이 공모주 청약 현금을 마련하고자 패시브 자금보다 액티브 펀드를 중심으로 기존 빅테크 주식을 매도하면서 지수 전체가 압박을 받았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의 척도인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한 달간 20% 하락하며 6만 달러(약 9100만 원) 아래로 내려앉은 점도 이 같은 유동성 위축을 뒷받침한다.
단기 박스권 불가피… AI 펀더멘털 신뢰는 지속
그러나 증시의 중장기 전망까지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8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하루 만에 5.61% 반등한 것에서 보듯 기술주 중심의 매수세는 여전히 견고하다. 그동안의 반도체 랠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서버 투자 확대 기대를 선반영한 성격이 강해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일시적인 밸류에이션 조정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와 구조적 성장 트렌드가 유효한 만큼, 다만 AI 투자 사이클이 일부 빅테크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월가 일각에서는 이번 조정을 하반기 추가 상승을 위한 체질 개선 과정으로 해석한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미국 빅테크 수급 변동은 코스피 시장의 외국인 매매와 직결되므로 국내 반도체 대형주 투자자 역시 미국 유동성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 투자자들은 거시경제 지표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무조건적인 관망보다는 시장 지표와 연동된 '조건부 실전 전략'을 취해야 한다.
첫째,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둔화세를 확연히 기록할 경우다.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로 연준의 금리 인상 공포가 가라앉으므로, 그동안 조정받았던 대형 기술주 및 성장주 중심의 재진입 기회로 삼아야 한다.
둘째,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추가 상승하며 전고점을 돌파할 경우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이 가중되므로 유동성 리스크가 큰 기술주 비중을 축소하고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는 편이 안전하다.
셋째, 대형 AI 기업들의 공모 일정 이후 수급 안정화가 확인될 경우다. 시장을 짓누르던 유동성 흡수 우려가 해소되므로, 실적 가시성이 가장 높은 HBM 및 반도체 대형주 위주로 분할 매수를 재개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