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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케 ASML CEO, EU의 '반도체 공급망' 직접 개입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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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케 ASML CEO, EU의 '반도체 공급망' 직접 개입 경계

“살 만한 유럽 제품부터 있어야”…공급망 통제보다 챔피언 기업 육성 강조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 사진=로이터

시가총액 기준으로 유럽 최대 상장사인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CEO)가 유럽연합(EU)의 반도체 공급망 직접 개입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푸케 CEO의 이같은 입장은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추려면 공급망을 행정적으로 통제하기보다 유럽 안에서 더 강한 기술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푸케는 FT와 인터뷰에서 “자체 공급망이 없다면 공급망에 어떻게 개입하겠느냐"며 이같이 밝혔다.

ASML 매출 가운데 유럽 비중은 약 1%에 그치는 반면 아시아 비중은 약 80%에 이른다. 푸케 CEO는 이 때문에 ASML이 매우 노출돼 있다며 “자연스러운 사업은 고객과 매우 가까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EU가 새 반도체 전략을 내놓은 직후 나왔다. EU는 반도체 부족 상황에서 공급을 지시할 수 있는 긴급 권한과 유럽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기술기업과 아시아 제조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취지지만 산업계에서는 정부 개입이 실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두고 우려가 나온다.

◇ “유럽 우선 구매, 살 제품 있어야 가능”


푸케 CEO는 유럽 제품을 먼저 구매하자는 주장에 대해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실제로 구매할 만한 유럽산 기술과 제품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은 유럽 제품을 먼저 사자고 말한다”며 “좋은 생각이지만 살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EU가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서 가능한 많은 ‘챔피언 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세계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약 18%인 만큼 반도체 활동에서도 이와 가까운 비중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산업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푸케 CEO는 유망 기업을 해외로 내모는 규제도 피해야 한다고 했다. ASML은 인공지능(AI) 규제 부담 완화 등을 요구하며 브뤼셀을 상대로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유럽 기술기업 그룹에 속해 있다. 그는 긴 인허가 절차, 자본 접근성 부족, EU의 AI 규제가 기업 성장의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 “EU 집행위가 산업계 역할 하려는 유혹 커”


푸케 CEO는 EU 집행위원회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제조공장 개발 계획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산업계의 일을 하려는 유혹이 너무 강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직접 방향을 지시하기보다 민간 기업이 실제 시장 수요와 기술 현실에 맞춰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AI 데이터센터 수요는 제조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 속도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다. ASML은 세계 최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기업이다. 푸케 CEO는 ASML이 수요 급증에 대비해왔고, 장비 생산 확대와 생산성 개선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SML은 네덜란드 벨트호번 본사 인근에서 생산시설을 확장하고 있으며 올해 최신 EUV 장비 생산량을 50% 늘릴 계획이다. 다만 푸케 CEO는 유럽에서 공장을 짓는 데 여전히 약 4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계획 규제와 긴 인허가 절차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고 인력 확보와 훈련, 공급망 확장도 성장의 제약으로 언급됐다.

◇ ASML, 유럽 기술 생태계 투자 확대 시사


푸케 CEO는 ASML이 유럽 기술 생태계 투자자로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ASML은 이미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과 독일 광학기업 자이스에 투자했다. 그는 회사의 재무 여력이 커지는 만큼 전통적 공급망 안팎에서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찾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더 부유해지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수단도 더 많아진다”며 “회사는 물론 직원과 궁극적으로 유럽에도 좋은 일이기 때문에 더 많은 기회를 살펴볼 것이라고 약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EU의 기술 주권 전략이 직면한 딜레마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유럽은 미국과 아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 공급망을 지휘할 만큼 강한 자국 기업과 생산 기반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ASML의 경고는 유럽 반도체 전략의 핵심이 행정 개입보다 기업 성장 환경 조성에 있어야 한다는 산업계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