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멕시코 물건 필요 없다”…자동차·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 커져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와 체결한 북미 3국 무역협정의 갱신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동차와 에너지, 농산물 등 북미 통합 공급망에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며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USMCA 갱신 여부와 관련해 언급하면서 “갱신을 바라고 있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자신이 1기 행정부 때 이 협정을 만들었다면서도 당시 협정 체결의 주된 이유는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최악의 무역협정이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USMCA는 지난 2020년 발효된 북미 3국 무역협정이다. 세 나라는 7월 1일까지 협정을 16년 연장할지 확인해야 한다. 연장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협정은 매년 검토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이는 장기간의 재협상과 반복적인 정치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미국은 캐나다·멕시코 물건 필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강한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이 두 나라의 자동차, 목재, 에너지 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캐나다와 멕시코가 미국에 더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와의 교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며 미국은 이들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USMCA 갱신 협상을 앞두고 두 나라를 압박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 산업계의 이해관계는 더 복잡하다. 미국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생산 공급망을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전역에 걸쳐 구축해왔다. 자동차 부품과 완성차가 국경을 여러 차례 넘나드는 구조인 만큼 USMCA가 흔들리면 생산 비용과 공급 일정에 직접적인 영향이 생길 수 있다.
미국은 캐나다에서 원유와 전력 등 에너지도 들여온다. 농업 부문에서는 비료 등 필수 품목 수입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처럼 두 나라에서 들여오는 물품이 불필요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 멕시코와는 협상, 캐나다는 소외
미국 정부는 이미 멕시코 측과 USMCA 변경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캐나다 장관들과도 비공식 접촉은 있었지만 캐나다와의 협상은 상대적으로 정체된 상태로 알려졌다.
FT는 “캐나다가 온타리오주의 반관세 광고 캠페인 이후 협상에서 사실상 배제된 상태”라고 전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가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을 불편하게 만든 광고를 내보낸 뒤 캐나다와 미국 간 대화가 얼어붙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포드 주총리는 이번 주 워싱턴DC를 방문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타와와 조속히 합의하라고 촉구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최근 대미 전략을 강경 대응에서 ‘북미 요새’ 구상으로 옮기고 있다. 이는 캐나다가 미국의 전략적 에너지·자원·안보 파트너라는 점을 부각해 워싱턴을 설득하려는 접근이다.
◇ 셰인바움 “협정은 계속될 것” 입장 유지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USMCA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멕시코 수출의 대부분이 미국 시장으로 향하는 만큼 멕시코 정부에는 협정 유지가 핵심 경제 과제다.
다만 최근 셰인바움 대통령도 미국과의 관계에서 더 강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 당국이 집권당 모레나 소속 인사들을 기소한 데 대해 멕시코 정부가 반발하면서 양국 간 정치적 긴장도 커졌다.
USMCA가 매년 검토 절차에 들어가면 북미 기업들은 투자와 생산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멕시코에 생산 거점을 둔 자동차와 전자, 부품 기업들은 관세와 원산지 규정 변화에 민감하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식 통상 압박이 다시 북미 공급망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협정이 완전히 종료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16년 장기 연장이 불발되고 매년 재검토 국면으로 들어가면 기업들은 해마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반영해야 한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는 서로를 압박하면서도 경제적으로 깊게 얽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갱신 불가 시사는 협상용 발언일 수 있지만 다음달 1일 시한을 앞두고 북미 무역질서의 불안정성은 한층 커지게 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