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예산 감축 통보에 'MGCS' 재설계 국면⋯ 독·불 방산동맹 균열
독일, '레오파르트 3' 독자 노선 공식화⋯ 현대로템·한화, 중장기 '생태계 장벽' 경계해야
독일, '레오파르트 3' 독자 노선 공식화⋯ 현대로템·한화, 중장기 '생태계 장벽' 경계해야
이미지 확대보기독일과 프랑스가 지난 10년간 유럽 지상전력의 핵심 청사진으로 추진해 온 차세대 전차 공동개발사업 'MGCS(주력지상전투체계)'가 장기 표류 국면에 진입했다.
프랑스 정부가 재정 악화를 이유로 예산 부담을 종전 계획의 절반 미만으로 축소하기로 결정하면서, 양국 중심의 방산 동맹이 뿌리째 흔들리는 모양새다. 앞서 차세대 전투기 사업(FCAS)이 극심한 갈등 끝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지상군 전력의 핵심인 전차 사업마저 무기한 지연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전력 공백이 발생한 유럽 지상무기 시장에서 현대로템 K2 전차의 수주 모멘텀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뼈대만 남은 독·불 방산동맹, 2500만 유로가 말해주는 '동상이몽'
독일 일간 '벨트 암 존탁’(Welt am Sonntag)은 13일(현지시각) 유럽 최대 방산그룹 라인메탈의 아르민 파퍼거 최고경영자(CEO)와의 인터뷰를 통해 MGCS의 사업 모델 재조정 가능성을 심도 있게 보도했다. 파퍼거 CEO는 인터뷰에서 "현재 시점에서 MGCS가 정말 예정대로 완수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라며 공동전선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음을 시인했다.
이는 양국 간 방산 주도권 싸움과 우선순위 충돌로 인해 실질적인 투자 단계로 진입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정치적 의지 부족의 신호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 군사 전문매체 '메타-디펜스' 등 현지 언론들은 실제 실전 배치 시기가 당초 목표인 2035년에서 한참 늦어진 2045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을 내놓고 있다.
동유럽 전력 공백 10년, K-방산 수주 가속 페달
공동개발이 사실상 공전하자 독일은 즉각 독자 생존을 위한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독일 KNDS와 라인메탈은 130mm 활강포를 탑재한 차세대 전차 '레오파르트 3(가칭)'의 독자 개발 노선을 공식화하고, 2030년대 초반 일선 부대 배치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자주국방 전력 공백이 최소 10년 이상 이어지게 된 셈"이라며 "당장 노후 전차 교체가 시급한 동유럽 국가들에게는 신속한 납기와 성능을 검증한 한국산 무기체계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러한 유럽 방산 동맹의 균열은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지상방산 기업들에게 즉각적인 외연 확장 기회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미 폴란드와 1000대 규모의 K2 전차 총괄계약을 맺은 현대로템은 현재 약 11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루마니아 주력전차 도입 사업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경쟁하고 있다.
방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새해 신규 수주 파이프라인은 현재 최종 협상 단계에 진입한 이라크(250대)와 수주 가시권인 페루(54대) 등을 포함해 총 32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고부가가치 방산 수출 비중 확대에 힘입어 매출 5조 8390억 원, 영업이익 1조 56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생태계 락인'과 '비관세 장벽'⋯ 중장기 과제 뚜렷
다만 단기적 수혜 가시화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인 시장 변화와 리스크 요인을 입체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독일이 독자 노선을 밟기 시작한 '레오파르트 3'이 양산 체제에 돌입하는 2030년대 초반부터는 유럽 시장에서 K2 전차와 전면적인 수주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레오파르트 시리즈는 기존 유럽 내 광범위한 운용국을 기반으로 정비·부품·훈련 시스템이 결합된 '생태계 락인(Lock-in) 효과'가 강력해, 한국 방산이 정무적·인프라적 세일즈에서 밀릴 위험이 존재한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근 6조 원 규모의 루마니아 보병전투차량(IFV) 사업에서 라인메탈의 '링스 KF41'과 경합하며 막판 정무적 공세를 겪은 사례는 유럽 텃밭의 높은 진입장벽을 보여주는 대표적 경고 신호다.
유럽연합(EU)이 역내 방산 금융 프로그램인 'SAFE' 등을 통해 회원국 간 국산 무기 구매에 금융 인센티브를 부여하려는 움직임도 잠재적 암초다.
이는 가격 경쟁력과 별개로 유럽산 무기를 우선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사실상의 '정책적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방산업계 전문가들은 "유럽 자주국방 동맹의 균열이라는 기회를 살려 K방산이 단순한 '틈새시장 대체재'를 넘어 '글로벌 표준 필수재'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방산 금융 지원 체계 고도화와 현지 기술 이전을 통한 합작법인(JV) 설립 등 다각적인 현지화 전략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장기 밸류에이션 가를 3가지 변수
첫째, 독일 '레오파르트 3' 본계약 일정이다. 독일 연방군의 레오파르트 3 독자 개발 및 본계약 추진 속도는 2030년대 초 유럽 지상무기 시장 재편의 강력한 트리거 역할을 할 전망이므로, 해당 기종의 양산 타임라인을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
둘째, 루마니아 전차사업 입찰 결과도 지켜봐야 한다. 총 11조 원 규모에 달하는 루마니아 전차 수주전은 K2 전차가 폴란드를 넘어 유럽 본토 시장에 완전히 안착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험대이자 전력 다변화의 핵심 가늠자다.
셋째, 현대로템 폴란드 2차 후속계약 진행 상황도 중요하다. 잔여 물량인 640대에 대한 폴란드 2차 실행계약의 금융 지원 조건 타결 여부는 현대로템의 단기 실적 가시성은 물론 시장 밸류에이션 리레이팅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이벤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