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이란 합의 수시간 내 서명"… 이스라엘 베이루트 공습에 협상 벼랑 끝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이란 합의 수시간 내 서명"… 이스라엘 베이루트 공습에 협상 벼랑 끝

베이루트 기습 공습으로 서명 1시간 전 판 흔들려… 호르무즈 개방·동결자산 250억 달러 해제 촉각
트럼프, 네타냐후에 "판단력 제로" 격노… G7 향발 전 서명 강행 의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이 "수 시간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전격 공습으로 협상이 벼랑 끝으로 몰렸다.

CNBC·로이터·CBS뉴스 등 복수의 주요 외신이 14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합의 서명 예정 1시간 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지구의 헤즈볼라 지휘 시설을 폭격하면서 협상 판도가 급격히 요동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매체 악시오스와의 통화에서 "서명이 몇 시간 미뤄진 것일 뿐 협상은 지속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판단력이 전혀 없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서명 1시간 전에 베이루트를 공습하다니, 믿을 수 없었다"는 말도 전했다.

MOU 핵심 조건… 호르무즈 개방·동결자산 250억 달러 해제


로이터가 이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한 MOU 초안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란이 모든 상선에 호르무즈 해협을 즉각 개방하는 동시에 미국은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30일 이내 완전해제한다.

재정 분야에서는 미국이 이란의 동결자산 250억 달러(약 37조 원)를 현금 이체, 지역 국가 협력, 금융 신용공여 방식으로 풀어준다.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도 일정 기간 면제한다.

핵 분야에서는 이란이 핵무기를 생산하거나 구매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되, 고농축 우라늄 처리와 핵시설 해체 여부는 MOU 서명 이후 60일간의 본격 협상에서 논의한다.

미 국방장관 피트 헥세스는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이란이 합의를 원한다면 헤즈볼라를 통제해야 한다"며 "호르무즈 해협 지뢰 제거는 허용적 환경이 갖춰지면 30일 안에 완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 봉쇄 개시 이후 상선 142척을 회항시키고 9척을 강제로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변수, 협상의 발목

이번 위기의 직접 도화선은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이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먼저 드론 3기를 이스라엘 북부에 발사했다며 공습을 정당화했다.

레바논 당국은 이번 공습으로 민간인 3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란 의회 의장이자 수석 협상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깔리바프는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이스라엘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미국이 약속을 이행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협상 중단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방아쇠에 손가락이 올려져 있다"며 보복 태세를 과시했다. 서부 이란 공항들은 항공편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사무총장은 "레바논은 이란의 레드라인"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스라엘 측 반응은 엇갈렸다. 베자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공습을 공개 지지했지만,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은 트럼프의 강력한 비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적인 레바논 공격 중단' 요구는 '이스라엘 자위권 인정'을 신조로 삼아온 미국 외교의 관례를 정면으로 깨는 것이어서 파장이 컸다.

전직 이스라엘 주미 대사 알론 피카스는 알자지라에 출연해 "이란은 지정학적으로 전쟁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고,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쐐기를 박았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시장 촉각… 국제유가 관건


에너지 시장은 협상 진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 임박을 선언한 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8월물은 배럴당 87달러(약 13만 2196원) 안팎으로 하락했으며, 미국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은 85달러(약 12만 9157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전쟁 발발 직전 70달러 미만이던 점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제 자본시장협회(ICMA) 시니어 어드바이저 밥 파커는 "호르무즈가 열리더라도 개방 초기에는 부분적인 통행에 그칠 것"이라며 정상화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개막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발하면서도 이란 합의 서명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카타르 협상단이 이날 테헤란에서 막판 조율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최종재가 여부가 합의 성사의 마지막 열쇠로 꼽힌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