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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은 미국·생산은 중국… 삼성·SK, 돈은 '저장'에서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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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은 미국·생산은 중국… 삼성·SK, 돈은 '저장'에서 번다

MIT "제조 손놓은 美, 기술패권 상실" 경고… 메모리 공급망 잔혹사 판박이
대만 컨트롤러 매출 245% 폭발… 원가 경쟁 넘어 '시스템 최적화'로 진화
미국이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승기를 잡더라도 드론, 바이오, 양자컴퓨터 등 제조업 기반의 핵심 기술 전쟁에서 중국에 패배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설계와 첨단 기술 발명에만 치중하고 대량 생산을 외주화한 '미국식 제조업 공동화'가 부른 뼈아픈 결과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승기를 잡더라도 드론, 바이오, 양자컴퓨터 등 제조업 기반의 핵심 기술 전쟁에서 중국에 패배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설계와 첨단 기술 발명에만 치중하고 대량 생산을 외주화한 '미국식 제조업 공동화'가 부른 뼈아픈 결과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이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승기를 잡더라도 드론, 바이오, 양자컴퓨터 등 제조업 기반의 핵심 기술 전쟁에서 중국에 패배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설계와 첨단 기술 발명에만 치중하고 대량 생산을 외주화한 '미국식 제조업 공동화'가 부른 뼈아픈 결과다.

이 기술 안보의 공급망 취약성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재현된다. 설계 중심의 자산 라이트(Asset-light) 모델은 결국 제조 생태계 붕괴 시 핵심 주도권을 잃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한국 반도체 업계가 미국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제조 리더십 기반의 강력한 '저장 독점' 전략을 확립해야 하는 이유다.

범용 낸드플래시(NAND) 가격 경쟁은 원가 이하 공급까지 불사하는 중국이 주도하더라도, 고성능 AI 데이터센터용 고부가가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은 한국이 독점하는 판 짜기가 핵심이다. 즉 연산이 아니라 저장에서 수익을 확실히 회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한국 반도체의 치명적인 무기다. 거시적인 기술 안보 위기 속에서 실물 시장은 이미 AI 추론 수요 확산에 힘입어 낸드 구조의 세대교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제조 생태계 잃은 미국, 드론·바이오 공급망 '중국 종속'의 부메랑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8(현지시각) 미국 마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진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이 데이터센터 확충과 규제 완화 등 AI 경쟁에만 매몰되어 다른 핵심 기술 영토를 중국에 빼앗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전략정책연구소(ASPI)가 진행한 첨단 기술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20년 전 64개 첨단 기술 중 61개 분야에서 중국을 앞섰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57개 분야의 선두 자리를 중국에 내줬다.

MIT 사이먼 존슨 교수와 엘리자베스 레이놀즈 교수가 주도해 발간한 신간 '우선순위 기술: 미국의 안보와 공동 번역 확보'에 따르면 미국은 드론과 바이오제조 분야에서 심각한 공급망 취약성을 노출했다. 현대전의 핵심인 드론의 경우 핵심 부품은 미국과 유럽이 발명했으나, 대량 생산 기반을 선점한 중국이 현재 전 세계 물량의 70%에서 80%를 공급한다.

실제로 중국이 2024년 미국 드론 스타트업 스카이디오에 부품 공급을 중단하자 공급망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바이오 제조 분야 역시 기술을 선도하면서도 향후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4조 달러(6132조 원) 규모의 가치를 창출할 대량 생산 능력이 부족해 중국 종속이 심화되는 실정이다.

200단급 침투하는 중() YMTC… 저가 공세 넘어 중급 성능 격차 축소


이 같은 미국의 제조업 붕괴 시나리오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중국의 추격과 일맥상통한다.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를 필두로 한 중국 낸드 기업들은 단순한 저가 공세에 머물지 않고 자체 적층 기술(Xtacking)을 고도화하며 이미 200단급 이상 낸드 양산에 안착,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고 원가 이하의 가격 전략을 펼치는 중국 기업들의 공세는 한국 반도체의 메인스트림 시장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제조업 기반이 없는 기술 혁신은 모래성에 불과하며. 미국의 제조 생태계 파탄을 타산지석 삼아 한국은 독보적인 고단층 적층 기술과 수율을 바탕으로 고성능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중국이 가격을 깨며 추격해올 때 고성능 낸드 솔루션의 진입장벽을 높여 가격을 방어하는 고도의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만 컨트롤러 245% 폭발, '부품'에서 '시스템 최적화'로의 진화


중국의 추격과 거시적 위기 속에서 시장의 구체적인 돌파구는 AI 스토리지 폭발에서 나오고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21일 보도에서 대만 메모리 반도체 설계 업계의 2분기 합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4.8% 폭증한 18억 달러(27594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AI 서버가 고용량·고속화를 요구하면서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SSD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기 때문이다.

특히 대만 파이슨 일렉트로닉스는 지난 5월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301.2% 늘어난 2282800만 대만달러(11060억 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푸전화 파이슨 최고경영자(CEO)"AI 추론용 애플리케이션이 확산하면서 낸드 저장장치 수요가 꺾이지 않고 있다""제조사들의 보수적인 설비 증설로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모션 역시 1분기 매출 34000만 달러(5212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2분기 매출도 전년 대비 최대 107% 성장을 예고했다.

대만 낸드 제어기(컨트롤러) 업계의 이 같은 급성장은 SSD 가치 사슬(밸류체인)의 극적인 변화를 시사한다. 과거의 SSD 시장이 단순히 낸드플래시의 원가 중심 구조였다면, 현재는 '컨트롤러와 펌웨어, 그리고 최적화 기술'이 수익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즉 메모리가 단순한 단품 '부품'에서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만이 강점을 가진 컨트롤러 설계 능력과 한국이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고용량 낸드 제조 능력이 결합하는 '한국 vs 대만 역할 분업 구조'가 더욱 선명해진 셈이다.

고부가 eSSD 독점… 초고단 적층·수율·패키징 통합 장벽으로 격차 확보


대만 설계 기업들의 매출 폭증 데이터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실질적인 기회이자 강력한 추진력이다. 주요 제조사들이 저수익성 소비자용 제품 생산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고성능 기업용 SSD(eSSD)AI 서버용 고용량 스토리지 솔루션으로 공정을 빠르게 전환하면서 전체 낸드 제품의 평균판매단가(ASP)가 동반 상승하고 있어서다. 디바이스 업그레이드 수요 확산도 SLC 낸드 수급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의 해법은 명확하다. 고단층 적층 기술력과 압도적인 공정 수율, 그리고 첨단 패키징 통합 역량을 하나로 묶어 고부가 eSSD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다. 이 초고단 적층과 수율, 패키징의 수직 계열화는 후발주자가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려운 강력한 진입장벽을 형성한다. 시장조사업체 관계자는 "AI 경쟁의 축이 엔비디아 중심의 연산에서 저장과 데이터 처리 효율로 이동하면서 한국 기업이 강점을 가진 고용량 SSD의 실적 호전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대량 생산 역량과 독자적 공정 수율을 동시에 쥔 한국이 최종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 격변 속에서 투자자가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주목해야 할 실전 체크포인트는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 ASP 상승의 질적 요인 검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전체 낸드 ASP 상승이 단순 출하량 감소에 따른 착시인지, 고부가 eSSD 공급 확대에 따른 제품 믹스(Mix) 개선 때문인지 분리해 판별해야 한다.

둘째, 중국의 가격 교란 대비 고성능 방어력 구축 여부다. 중국 YMTC 등이 200단급 이상 제품군에서 가격을 깨며 치고 올라오더라도, 한국의 고용량·고성능 프리미엄 제품 단가가 굳건히 유지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셋째, 부품에서 시스템으로의 전환 속도도 중요하다. 단순 낸드 공급 비중을 줄이고 컨트롤러 및 맞춤형 펌웨어 기술이 통합된 고성능 데이터센터용 스토리지 솔루션 매출이 얼마나 빠르게 실적에 반영되는지가 핵심 지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