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터, 연구소를 연매출 기업으로 탈바꿈…스팟·스트레치·아틀라스 상업화 완성
현대차그룹, 기업가치 40조~60조원 나스닥 상장 추진 앞두고 새 수장 공백
현대차그룹, 기업가치 40조~60조원 나스닥 상장 추진 앞두고 새 수장 공백
이미지 확대보기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로봇 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가 30년 넘게 회사를 이끈 최고경영자(CEO)를 잃은 채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의 대규모 양산과 나스닥 기업공개(IPO)라는 최대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다.
로봇 업계 전문 매체 로봇테스터스(RobotTesters.com)는 지난 16일(현지시각)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두 번째 CEO 로버트 플레이터(Robert Playter)의 경력과 퇴임 배경을 집중 분석하며 회사가 처한 경영 공백을 조명했다.
체조 챔피언이 로봇 공학자로…플레이터는 누구인가
로버트 플레이터는 평범한 로봇공학자와 전혀 다른 이력으로 눈길을 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전미 대학 체조 챔피언으로 활약한 그는 인간의 몸으로 도약과 회전, 착지를 체득한 뒤 그 경험을 기계에 이식하겠다는 목표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 창업자 마크 레이버트(Marc Raibert) 교수의 지도 아래 박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학위 논문의 주제가 로봇의 3차원 공중제비였다. 체조 선수가 로봇에게 공중제비를 가르친 것이다.
1994년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합류한 플레이터는 기술 부문 부사장,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19년 레이버트 창업자로부터 CEO 자리를 넘겨받았다. 회사를 설립(1992년)한 레이버트 본인이 아닌 사람이 CEO 직함을 달게 된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영상 속 로봇'을 '공장 속 로봇'으로…플레이터의 7년 성과
플레이터가 취임할 당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로봇 영상을 만드는 곳이었지만 수익 구조는 취약했다. 그는 회사의 축을 연구·개발에서 상업화로 이동시키는 작업에 집중했다.
2020년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을 1대당 약 7만 4500달러(약 1억 1454만 원)에 시판하면서 첫 상업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스팟은 현재 40개국 이상의 발전소, 공장, 건설 현장, 광산 등에서 점검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2021년 현대자동차그룹이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해 지분 80%를 확보한 것도 플레이터 재임 시절의 일이다. 당시 인수 가치는 약 11억 달러(약 1조 6916억 원)였다.
올해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6'에서 공개된 양산형 아틀라스는 씨넷(CNET)으로부터 '최고 로봇상'을 받았고, 2026년 출하 물량 전량이 이미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와 현대차그룹 조지아 공장에 배정됐다.
플레이터는 지난 2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2019년 가을 CEO직을 맡았을 때 도전 과제는 명확했다. 혁신 연구소를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며 "이 과정을 잘 헤쳐나왔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측은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그는 작은 연구·개발 연구소를 글로벌 모바일 로봇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변모시켰다"고 평가했다.
새 수장 공백 속 IPO 카운트다운…현대차의 셈법
플레이터의 마지막 출근일은 지난 2월 27일이었다. 현재 최고재무책임자(CFO) 아만다 맥마스터(Amanda McMaster)가 임시 CEO를 맡아 이사회의 후임 선임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맥마스터는 2020년 2월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 CFO로 재직해 왔다.
경영 공백이 발생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회사가 가장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는 때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연간 3만 대 규모의 아틀라스 생산 체제를 미국 현지에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나스닥 상장 추진 여부도 올해 안에 결론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투자업계에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를 40조~60조 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틀라스 1대당 가격은 약 2억 원으로 예상되며, 업계에서는 24시간 연속 작동과 위험 공정 투입이 가능해 도입 2년 내 투자 대비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 증권가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22.6%)이 상장 시 9조 원 안팎의 가치로 불어날 수 있다며 그룹 지배구조 재편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창업자 레이버트는 현재 현대차그룹이 별도 설립한 로봇·인공지능(AI) 연구소 'RAI 인스티튜트(RAI Institute)'를 이끌며 전기식 아틀라스에 강화 학습을 접목하는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CEO 자리와 무관하다.
플레이터가 떠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새 수장을 찾는 동시에 전기식 아틀라스의 대량 생산, 나스닥 상장이라는 두 개의 결승선을 향해 동시에 달려야 하는 상황이다. 누가 그 바통을 넘겨받느냐가 현대차그룹의 로봇 사업 전체 속도를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