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빈 세대 온수 액체냉각, 데이터센터 내 물 소비 최대 100% 감축
인허가 장벽 낮아지면 칩 수요 직결…NVDA 투자 포인트 부상
유엔 "AI 물 소비량 2030년 9조 3000억 리터"…전력발 물 소비는 미해결
인허가 장벽 낮아지면 칩 수요 직결…NVDA 투자 포인트 부상
유엔 "AI 물 소비량 2030년 9조 3000억 리터"…전력발 물 소비는 미해결
이미지 확대보기AI 데이터센터가 촉발한 '물 전쟁'에 엔비디아(Nvidia)가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엔비디아의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 조시 파커(Josh Parker)는 지난 22일(현지시각) 런던 기후주간 행사를 앞두고 Axios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의 물 소비 문제는 사실상 해결됐다"고 밝혔다.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이 같은 발언은 지역사회 반발과 인허가 지연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AI 인프라 구축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온수 냉각의 역설… 뜨거울수록 물은 덜 쓴다
엔비디아가 내세운 해법의 핵심은 물과 프로필렌 글리콜(propylene glycol)을 75 대 25로 혼합한 냉각액을 밀폐 순환 방식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이 냉각액은 최고 섭씨 45도(화씨 115도) 일반 자쿠지(jacuzzi) 수온보다 높은 온도에서도 정상 작동한다.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냉각 및 인프라 담당 이사 알리 헤이다리(Ali Heydari)는 "막대한 전력 소모와 물 소비를 거의 모두 없앴다"고 밝혔다. 냉각액은 폐루프(closed loop) 방식으로 순환해 외부에서 새로운 물을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
기존 칠러(chiller) 방식의 수냉 시스템은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의 최대 40%를 차지해 왔다. 냉각액이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면 열을 밖으로 내보내는 데 에너지 집약적인 칠러 가동이 필요 없어진다. 이 구조가 전기와 물을 동시에 아끼는 핵심 원리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데이터센터 엔지니어링 부사장 스티브 솔로몬(Steve Solomon)도 Axios를 통해 "모든 칩이 이 방식으로 전환된다면 업계 전체에 큰 변화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엔비디아 스스로도 지역별 기후 조건에 따른 한계를 인정했다. "스코틀랜드 고원과 애리조나 피닉스의 데이터센터가 처하는 현실은 전혀 다르다"며, 섭씨 45도에 육박하는 혹서 지역에서는 추가 냉각 장비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엔 "2030년 AI 물 소비량, 아프리카 13억 명 수요 규모"
엔비디아의 발표는 국제사회가 AI 환경 비용에 경고음을 높이는 시점에 나왔다.
유엔대학교 수·환경·보건연구소(UNU-INWEH)가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물의 양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13억 명의 연간 기본 생활용수 수요와 맞먹는 9조 3000억 리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 AI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945테라와트시(TWh)로, 파키스탄·방글라데시·나이지리아 3국 합산 연간 전력 사용량의 약 3배 수준이다.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 자료를 보면, 미국 데이터센터가 냉각 목적으로 소비한 물은 2023년 기준 약 640억 리터(170억 갤런)로, 미국 가정 16만 가구의 연간 사용량에 해당한다.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들의 간접 물 소비량은 이 수치의 약 12배에 달한다.
유엔대학교 카베 마다니(Kaveh Madani) 소장은 "기술이 효율화되면 환경 부담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것은 전체 문제의 일부만 본 것"이라며 "AI가 더 효율적이고 저렴해질수록 사용량이 늘어 전체 환경 부담은 오히려 더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호재인가, 착시인가… 투자자가 주목할 변수
엔비디아의 발표에는 냉정히 살펴봐야 할 전제 조건이 있다. 엔비디아 블로그에는 이 방식의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회사 측은 "모든 클라우드 사업자와 데이터센터 운영사가 루빈(Rubin) 세대에 맞춰 이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전문가들은 AI의 장기적인 환경 영향을 해결하려면 효율적인 하드웨어, 저(低)물 소비 냉각 시스템, 청정에너지 전환, 지속 가능한 반도체 생산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투자 관점에서는 물 소비 문제가 완화될 경우 지역사회 반발을 근거로 한 인허가 지연 리스크가 줄어들어 데이터센터 구축 속도가 빨라지고, 이는 엔비디아 칩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올해 1분기에만 미국에서 1300억 달러(약 201조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 75건 이상이 인근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는 점은 이 문제의 무게를 짐작케 한다.
데이터센터 내부 물 소비를 거의 '0'에 가깝게 줄인다는 기술적 성과 자체는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 단계에서 발생하는 물 소비는 이번 기술로도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물 문제 해결'이라는 선언과 실제 환경 영향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투자자와 규제 당국이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