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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세계 최대 국가채무 구조조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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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세계 최대 국가채무 구조조정 추진

2400억달러 채무 공개 전망…마두로 축출 뒤 국제 금융시장 복귀 시동
베네수엘라가 2400억달러 규모의 채무 공개를 앞두고 세계 최대 국가채무 구조조정 절차에 나서며 국제 금융시장 복귀를 모색하고 있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베네수엘라가 2400억달러 규모의 채무 공개를 앞두고 세계 최대 국가채무 구조조정 절차에 나서며 국제 금융시장 복귀를 모색하고 있다. 사진=챗GPT
베네수엘라가 2400억달러(약 371조5000억원)에 달하는 채무 규모를 공개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국가채무 구조조정에 나선다.

시장이 예상해온 규모보다 훨씬 큰 부채가 확인되면서 채권단과의 협상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앞으로 몇 주 안에 채권자들에게 국가 재정 상태를 공개할 예정이며 전체 차입 규모가 24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기존 시장 추정치인 1500억~2000억달러(약 232조2000억~309조6000억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이 미국 군사작전으로 축출된 뒤 본격화됐다. 임시 지도자인 델시 로드리게스는 올해 말까지 채권자들과 합의를 이뤄 베네수엘라가 약 10년 만에 국제 금융시장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구상이다.

◇경제 규모 1000억달러로 급감

베네수엘라 정부의 재정 청사진은 미국 투자은행 센터뷰파트너스가 자문을 맡아 작성했다. FT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이 청사진을 7월 초 공개할 예정이다. 이달 말에는 장기간 공개되지 않았던 거시경제 틀도 발표할 계획이다.

이 거시경제 틀은 베네수엘라 경제 규모를 약 1000억달러(약 154조8000억원)로 추산할 전망이라고 FT는 전했다. 이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마지막 집권 해였던 2012년 3700억달러(약 572조8000억원)에서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은 200%를 넘게 된다.
FT는 “베네수엘라의 재정 상태 평가가 대규모 채무 탕감을 요구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채권자들은 이 평가를 베네수엘라가 큰 폭의 채무 조정을 요구하려는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 구조조정은 주요 국가채무 구조조정으로는 이례적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채무 지속가능성 분석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도 있다.

일부 베네수엘라 야권 인사들은 IMF의 공식 틀 밖에서 빠르게 협상을 진행할 경우 베네수엘라가 채권자들과의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리스 넘는 사상 최대 구조조정

베네수엘라 채무 구조조정은 지난 2012년 유로존 위기 당시 그리스의 2000억달러(약 309조6000억원) 규모 디폴트를 넘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는 이미 채무 종류가 복잡하고 카라카스가 채권자들에게 지급을 중단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 역대 가장 까다로운 구조조정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베네수엘라 정부채와 국영 석유회사 PDVSA 채권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 채권은 약 600억달러(약 92조9000억원) 규모로 확인된다. 여기에다 디폴트 이후 쌓인 미지급 이자가 약 400억달러(약 61조9000억원)에 달한다. 미지급 이자는 매년 약 50억달러(약 7조7000억원)씩 늘고 있다.

이 밖에도 베네수엘라는 석유회사와 무역 채권자들에게 미지급 송장 형태로 300억~500억달러(약 46조4000억~77조4000억원)를 빚진 것으로 추정된다. 차베스 정권 당시 자산 몰수와 관련해 기업들에 지급해야 할 법적 청구권도 200억달러(약 31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중국에 대한 채무도 100억~200억달러(약 15조5000억~31조원)로 추정된다. 이 채무는 과거 원유 수출로 상환되던 구조였지만 현재는 상환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 대한 채무는 약 60억달러(약 9조3000억원), 개발은행 채무는 약 40억달러(약 6조2000억원)로 추산된다.

◇IMF 밖 협상에 채권자 우려

베네수엘라는 7년간 단절됐던 IMF와 지난 4월 다시 업무 관계를 재개했다. FT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채무 계획에 정통한 사람들은 경제 자료와 채무 청사진을 두고 IMF와 기술적 논의가 있었고, 베네수엘라의 청사진이 IMF 양식과 유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IMF는 베네수엘라가 발표한 채무 구조조정 절차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IMF 대변인은 베네수엘라 당국과 거시경제 전망 등에 관해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IMF가 공식적으로 주도하지 않는 구조조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FT와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 구조조정이 IMF가 채무 지속가능성 분석을 작성하지 않은 첫 대형 사례 가운데 하나”라며 “채무 범위가 제대로 감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채권 가격은 마두로 정권 붕괴 전 달러당 33센트 수준에서 현재 약 55센트로 올랐다. 다만 이 가격에는 수년간 지급되지 않은 이자가 반영되지 않았다.

◇원유 생산 회복이 협상 핵심

채권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변수는 베네수엘라가 얼마나 빨리 원유 생산을 회복할 수 있는지다. 미국 중재로 원유 판매가 다시 가능해진 뒤 실제 수출이 얼마나 늘었는지도 협상의 핵심 쟁점이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최근 다시 일부 경제 지표를 정기적으로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번 주 발표된 국제수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원유 수출 매출은 55억달러(약 8조5000억원)였다. 이는 마두로 정권 말기 마지막 몇 달의 44억달러(약 6조8000억원)보다 늘어난 규모지만 디폴트와 미국 제재 이전 호황기에는 크게 못 미친다.

로드리게스 정부는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달 센터뷰의 프랑스 출신 은행가 마티외 피가스를 자문역으로 선임하며 구조조정 절차를 시작했다. 피가스는 라자드 재직 시절 그리스·아르헨티나 등 대형 채무 구조조정에 관여한 인물이다.

라자드는 최근 베네수엘라 정부에 약 2500만달러(약 387억원)의 수수료로 자문을 맡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정부는 팀의 경험, 전문성, 분석의 질, 베네수엘라 상황에 대한 이해 등을 기준으로 센터뷰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협상 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프 그릴스 에이곤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2026년 안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작으며, 협상이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네수엘라의 채무 구조조정은 마두로 정권 이후 국제 금융시장 복귀를 위한 첫 관문이다. 그러나 채무 규모가 예상보다 크고 IMF의 공식 틀 밖에서 협상이 진행되는 데다 원유 생산 회복 속도도 불확실해 채권단과의 합의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