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 마하 3.2 도달하지만 비행 후 엔진 통째로 교체해야 하는 치명적 결함
가벼운 티타늄 대신 무거운 스테인리스강 동체 채택…직선 빠르나 선회력은 둔해
미군에 'F-15 개발' 공포 심었으나 벨렌코 망명으로 투박한 아날로그 실체 드러나
가벼운 티타늄 대신 무거운 스테인리스강 동체 채택…직선 빠르나 선회력은 둔해
미군에 'F-15 개발' 공포 심었으나 벨렌코 망명으로 투박한 아날로그 실체 드러나
이미지 확대보기26일(현지시각) 과학 기술 전문매체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이 MiG-25 '폭스배트'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개발된 MiG-25는 지금까지 실전 배치된 양산형 전투기 중 가장 빠른 기종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공식 작전 속도는 마하 2.83으로 제한되었으나, 비상시에는 순간적으로 마하 3.2(시속 약 3,520km)라는 경이적인 속도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엄청난 속도 뒤에는 한 번 마하 3을 넘어서면 엔진이 영구적으로 손상되거나 완전히 파손되어 착륙 후 엔진을 통째로 교체해야 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숨어 있었다.
괴물 같은 속도의 대가, '엔진 손상'
이 괴물 같은 요격기는 1960년대 초, 소련이 미국의 초고속 고고도 위협이었던 'XB-70 발키리' 폭격기나 'SR-71 블랙버드' 전략 정찰기를 공중에서 차단하기 위해 구상했다. 1964년 첫 비행에 성공하고 1970년 정식 배치된 MiG-25는 공중전에서의 현란한 기동성을 과감히 포기하는 대신 오직 속도, 상승 고도, 가속 성능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8만 피트(약 24,000m) 이상의 성층권까지 단숨에 치솟아 비행할 수 있는 독보적인 성능을 갖추게 되었다.
압도적인 힘을 위한 스테인리스강 동체
현대 전투기들이 기동성과 스텔스, 센서의 균형을 맞추는 것과 달리 MiG-25의 설계 철학은 오직 '압도적인 힘'이었다. 투만스키 R-15 터보제트 엔진 두 기가 뿜어내는 무지막지한 추력이 이를 가능케 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기체 표면의 상당 부분이 비싸고 가벼운 티타늄이 아닌 스테인리스강으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마하 2.5 이상의 초고속 비행 시 공기 마찰로 인해 기체 표면 온도가 300°C 이상으로 치솟는데, 일반 알루미늄 합금은 이 열을 견디지 못하고 약화된다. 소련 엔지니어들은 무게가 더 나가더라도 열을 잘 견디며 가격이 저렴하고 가공하기 쉬운 스테인리스강을 선택하는 실용적인 결단을 내렸다. 대신 거대한 날개는 근접전이 아닌 고고도 직선 비행의 안정성에만 최적화되어, 직선에서는 누구보다 빨랐지만 선회 능력은 극도로 둔했다.
역사상 가장 빠른 전투기, SR-71과의 비교
오늘날 최고 수준의 전투기인 F-22가 마하 2, F-35가 마하 1.6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MiG-25의 속도는 여전히 독보적이다. 물론 역사상 이보다 빨랐던 항공기로는 마하 3.2 이상으로 장시간 순항했던 미국의 SR-71 블랙버드가 존재하지만, 블랙버드는 무장이 없는 '정찰기'였던 반면 미사일을 장착하고 적기를 격추할 수 있는 '전투기'로서는 MiG-25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베일 속에 싸여 있던 괴물의 실체, 빅토르 벨렌코 망명
그러나 베일 속에 싸여 있던 폭스배트의 실체는 허망하게 드러났다. 1976년 소련 공군 조종사 빅토르 벨렌코 중위가 MiG-25를 몰고 일본 하코다테 공항으로 망명한 것이다.
기체를 분해해 분석한 서방 엔지니어들은 첨단 컴퓨터 대신 구시대적인 진공관 전자 장치를 사용하고, 용접 자국이 그대로 남은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들어진 투박한 구조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예상보다 기술적으로 정교하진 않았지만, 오직 '고고도 초고속 요격'이라는 본래의 단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이보다 더 효과적일 수 없는 거칠고 강력한 무기였던 셈이다.
첫 비행 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MiG-25 폭스배트는 냉전 시대 극단적 공학이 낳은 경이로운 상징물로 남아 있다. 적기를 정밀하게 따돌리거나 레이더망을 피하려 하지 않고, 오직 하늘의 그 어떤 존재보다 빠르게 날아가 적을 타격하겠다는 일념으로 만들어진 이 무모한 아날로그 괴물에 필적할 만한 전투기는 이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쉽게 등장하지 못할 것이다.
이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