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분기 순이익 28조 깜짝 실적·HBM 완판인데 코스피 메모리만 동반 급락
균열은 실물 아닌 '오픈AI 상장 연기'서 터졌다… 사이클 판가름할 두 조건
균열은 실물 아닌 '오픈AI 상장 연기'서 터졌다… 사이클 판가름할 두 조건
이미지 확대보기AI 투자가 마침내 돈을 벌기 시작했나. 이 질문 하나에 한국 투자자의 계좌가 달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60%를 떠받친다. AI 수익화가 늦다는 의심이 번지면 이 'K자형' 증시는 뿌리째 흔들린다. 6월 26일이 그날이었다. 종가 기준 SK하이닉스는 8.36%, 삼성전자는 5.3% 급락했다. 코스피는 5.81% 내린 8411.21에 마감했다.
지난 일주일 쏟아진 1차 자료의 결론은 명료하다. 수익화는 늦어지고 있다. 그러나 투자는 멈추지 않는다. 이 괴리가 지금의 변동성을 만든다. 진짜 균열은 실물 수요가 아니라 자본시장 심리에서 먼저 터졌다.
실적은 사상 최고, 주가는 폭락… 모순의 정체
수치가 비현실적으로 보일 만큼 가파르다. 비결은 가격이다. 매출이 1년 새 93억 100만 달러에서 414억 5600만 달러로 뛰는 동안 매출원가는 57억 9300만 달러(약 8조 8960억 원)에서 64억 달러(약 9조 8290억 원)로 거의 늘지 않았다.
그 결과 매출총이익률은 1년 전 37.7%에서 84.6%로 치솟았다. 공장은 이미 깔려 있고, 오른 가격이 고스란히 이익으로 떨어졌다.
앞날은 더 밝다. 마이크론은 4분기 매출을 500억 달러(약 76조 7900억 원) 안팎으로 제시했다. 매출총이익률은 약 86%로 더 오를 것으로 봤다. 이 가이던스는 시장 컨센서스 435억 8000만 달러(약 66조 9300억 원)를 14.7% 웃돈다.
이미 체결한 16건의 전략적 고객계약 기준 잔여 이행의무(RPO)는 약 1000억 달러(약 153조 5800억 원)에 이른다. 마이크론은 AI 수요와 구조적 공급 제약으로 빠듯한 수급이 2027년을 넘어 이어진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록적 설비투자 예산 가운데 250억 달러(약 38조 3950억 원)를 메모리 칩 가격 상승 탓으로 돌렸다. 메모리값이 비쌀수록 한국 두 회사의 곳간은 채워진다. 실물 파이프라인은 막히지 않았다.
균열은 '오픈AI 상장 연기'에서 터졌다
그렇다면 폭락의 방아쇠는 무엇인가. 실물이 아니라 자본시장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픈AI가 기업공개를 2027년까지 미루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지난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자문단은 사상 최대 규모로 상장한 스페이스X 주가의 급락이 개인 투자자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근거는 생생하다. 스페이스X는 6월 12일 나스닥 상장 뒤 주가가 225달러까지 올랐다가 6월 26일 153달러로, 2주 만에 고점 대비 32% 무너졌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1조 달러 (약 1535조 8000억 원) 몸값을 낮추는 일은 "협상 불가"라며 버티고 있다.
상장 연기는 비상장 단계에 머물며 실적 검증을 미루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AI 회수 시계가 길어진다는 의심이 여기서 싹텄다.
파장은 곧장 일본을 강타했다. 소프트뱅크 주가는 도쿄에서 12% 넘게 빠졌다. 하루 만에 약 380억 달러(약 58조 3600억 원)가 증발했다.
소프트뱅크는 2027년 3월 만기인 400억 달러(약 61조 4320억 원) 브리지론을 안고 있으나 유동성 회수 경로가 보이지 않는다. 수익화 지연이 '실적 악화'가 아니라 '빚의 취약성'으로 먼저 드러난 셈이다.
왜 하필 한국 반도체가 가장 크게 맞았나
답은 포지셔닝에 있다. AI 투자 심리에 가장 민감한 구간이 바로 HBM 공급망이다. 한국 메모리는 AI 기대를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반영한 'AI 베타' 자산이다. 따라서 기대가 되돌려질 때도 가장 먼저, 가장 깊이 빠진다. 이날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전체 하락폭(-5.81%)을 크게 웃도는 8%대 낙폭을 보인 이유다.
수급 구조가 이를 증폭했다. 6월 26일 외국인은 3조 2525억 원, 기관은 7761억 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이 3조 9259억 원을 받아냈지만, 지수 하락을 막지 못했다. 앞서 6월 19일 기준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은 연초 52.4%에서 47.6%로, SK하이닉스는 53.8%에서 51.3%로 낮아져 연중 최저를 기록했다.
글로벌 패시브 ETF의 비중 한도 초과에 따른 기계적 매도가 겹친 탓이다.
주목할 점은 외국인이 AI 자체를 던진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6월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7조 원 넘게 순매도하면서도, 올해 7배 가까이 오른 삼성전기를 1조 900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AI 서버 부품과 반도체 테스트, 전력 인프라로 자금이 옮겨갔다. 결국 이번 하락의 직접 방아쇠는 실적이 아니라 '포지션 축소', 그것도 메모리 대형주에 집중된 차익 실현이었다.
숫자가 가른 거품 논쟁, ‘돈은 먼저, 수익은 나중’
논쟁의 핵심은 한 줄로 압축된다. 돈은 먼저 쓰이고, 수익은 나중에 온다.
설비투자는 한 해 77% 늘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AI 인프라 기업의 올해 평균 주가 상승률이 44%인 데 비해, 2년 선행 순이익 전망은 9% 오르는 데 그쳤다고 짚었다.
투자는 수십 퍼센트씩 뛰는데 이익 전망은 한 자릿수에 머문다. 이 괴리가 밸류에이션을 짓누른다. 알리안츠 리서치는 투자와 매출의 성장 격차가 약 46%로, 2001년 통신 과잉투자 때의 32%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다만 거품 단정은 이르다. 2000년 시스코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친 직후 닷컴 거품이 꺼진 사례가 자주 인용되나, 실적의 무게가 그때와 다르다.
증권가에서는 달러 강세가 되면 반도체 주가가 빠질 수 있어 그 점을 염두에 둔 것이지, 단순히 시총이 바뀌었다고 고점 신호라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진단한다. 제프리스 애널리스트 브렌트 틸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AI 경제는 건강하다, 약세론은 쓰레기"라고 잘라 말했다.
사이클을 판가름할 두 조건
지금의 조정은 펀더멘털 붕괴가 아니라 심리의 재평가에 가깝다. HBM은 완판이고 단가는 견조하나, 자본시장이 회수 시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진짜 분기점은 빅테크가 지갑을 닫느냐다. 그 신호는 실적보다 두 지표에서 먼저 나타난다. 빅테크 분기 설비투자 증가율과 HBM 평균판매단가다. 판단 기준은 단순하다. 두 지표가 모두 꺾이면 사이클은 끝이다. 둘 중 하나만 흔들리면 일시 조정에 그친다. 둘 다 버티면 재상승이다.
지금 깨진 것은 '심리' 하나뿐이다. 실물은 아직 어느 것도 무너지지 않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