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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메탄 규제 2027 강행되나… LNG·항공유 공급망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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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메탄 규제 2027 강행되나… LNG·항공유 공급망 직격탄

독일까지 반기 든 17개국 연대… 유럽 에너지 안보 vs 기후규제 정면충돌
한국 가스공사·정유 4사·대한항공, '메탄 인증' 대응 속도가 경쟁력 가른다
EU 집행위.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EU 집행위. 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항공유 공급난이 현실화한 가운데, 유럽연합(EU)의 메탄 배출 규제를 놓고 회원국들의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유럽 최대 가스 소비국인 독일이 지난 26일(현지시각) EU 에너지 장관 회의 직전 반대 대열에 공식 합류하면서, 2027년 시행 예정인 수입산 연료 메탄 규제 제도가 근본적인 위기에 봉착했다. 로이터 통신이 지난 26일 보도했다.

독일, "LNG에서 항공유까지 수입 차단 위기"


카타리나 라이헤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26일(현지시각)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EU 에너지 장관 회의 직전 "현재 메탄 규정대로라면 2027년부터 독일로의 가스 수입, 즉 액화천연가스(LNG) 뿐 아니라 등유(항공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수입도 차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이헤 장관은 "독일이 가스 수입과 등유 같은 석유제품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메탄 규제를 최소한 유예하거나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독일의 반대 표명은 체코, 슬로바키아,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EU 17개 회원국이 이미 중동 전쟁에 따른 석유·가스 공급 제약을 이유로 규제 시행을 3년 늦춰달라고 요구한 데 이어 나온 것으로, 이번 룩셈부르크 장관 회의에서 3년 유예 요청이 공식 안건으로 다뤄졌다.

EU 메탄 규정(Regulation EU/2024/1787)은 2024년 8월 발효됐다. 2027년 1월부터는 EU로 들어오는 가스·석유·석탄에 대해 메탄 배출 모니터링·보고·검증(MRV) 의무를 충족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미국 에너지장관 크리스 라이트와 카타르, 나이지리아, 알제리 에너지 장관들은 공동서한에서 많은 수출국이 2027년 시행 기한까지 MRV 요건을 맞추기 어렵다며 '시계 중단(stop-the-clock)' 메커니즘 도입을 촉구했다.

에너지 컨설팅 기관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는 올해 3월 보고서에서 EU 메탄 규제가 2027년 시행되면 EU 가스 수입의 최대 43%, 원유 수입의 최대 87%가 비준수 판정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충격이 기름 부은 '규제 갈등'

독일의 우려는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공급망 혼란과 맞물리면서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중동발 항공유 가격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급등했고, 유럽 항공사들은 수익성이 없는 노선을 잇달아 끊어내고 있다. 유럽이 중동에서 들여오는 항공유는 전체 수요의 약 20%를 차지한다.

다만 현재 유럽 에너지 시장은 호르무즈 위기 초반보다 안정을 되찾는 흐름이다. 유럽 역내 정유사들이 항공유 생산을 늘리고, 미국과 나이지리아에서 대체 물량을 확보하면서 공급 부족을 막고 있다.

에너지 조사기관 리스타드에너지(Rystad Energy)는 최근 분석에서 "현재 시장 압박은 메탄 규정이 아니라 지정학적 변수에서 비롯됐으며, 규정을 약화하거나 유예해도 에너지 안보 개선 효과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국제석유가스생산자협회(OGMP) 5단계 인증 기준을 충족하는 가스 물량이 유럽 수입 수요의 세 배를 웃돈다는 게 근거다.

클린에어태스크포스(Clean Air Task Force)도 "LNG 화물의 아시아 전환 위험은 메탄 규정 준수 부담이 아닌 JKM-TTF 가격 차이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말 호르무즈 해협 폐쇄 직후 아시아 LNG 현물 지표인 JKM이 100만 BTU당 25.39달러(약 3만 8993원)까지 치솟았으나, 5월 말에는 TTF와의 가격 차가 100만 BTU당 2~2.5달러(약 3071~3839원)로 좁혀졌다.

집행위 "벌칙 완화는 가능, 법 재작성은 없다"


EU 집행위원회는 메탄 규정 위반 기업에 대한 패널티를 3년간 유예하는 권고안을 마련했으나, 회원국들은 이 권고안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비구속적 조치에 불과해 장기 공급 계약 체결에 필요한 법적 확실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며 규정 자체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 에너지 업계도 이에 동조해 "집행위의 권고안은 긍정적인 첫걸음이지만, 새 공급 계약 체결에 필요한 법적 확실성을 보장하지 못하며 규정 불이행 문제를 해소하지도 못한다"며 MRV 동등성과 메탄 집약도 요건을 포함한 수입업체 요건 적용 시한을 연장하는 법 개정을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댄 요르겐센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26일(현지시각) "브뤼셀은 규정 이행을 더 쉽게 만들 의향이 있지만, 이미 충분히 유연한 해당 법률을 다시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미국 천연가스공급협회(NGSA)의 찰리 리들 수석부사장은 지난달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플레임(Flame) 가스·LNG 컨퍼런스에서 "규정 준수 방법론을 집행위와 회원국이 명확히 제시할 때까지 이행을 미뤄달라"고 촉구했다.

장기 공급 계약 체결이 이미 규제 불확실성 탓에 지연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이어 지구 온난화에 두 번째로 큰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다.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9월 메탄 투명성 데이터베이스를 출범시켜 수입 에너지 공급망 전반의 배출량을 추적할 계획이다.

한국 에너지·항공 산업, 규제 향방에 직접 노출


이번 EU 메탄 규제 갈등은 멀리 있는 유럽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3위권 LNG 수입국이자 세계 1위 항공유 수출국인 한국의 에너지·항공 산업이 규제 향방에 직접 맞닿아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확보한 LNG 장기공급계약 물량 가운데 단기간 내 다수의 계약이 만료를 앞두고 있다. EU 메탄 규제가 예정대로 2027년 시행되면 글로벌 LNG 시장에서 '저메탄 인증 물량'과 '일반 물량'이 두 개의 가격 체계로 나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이 인증 물량을 선점하면 한국은 나머지를 두고 아시아 경쟁국과 더 치열하게 다퉈야 하는 구조다.

특히 미국산 LNG 수입 비중은 2024년 기준 12%에서 2028년 25%, 2032년 4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미국산 LNG는 주요 수출국 가운데 메탄 누출이 가장 심각한 편으로 평가돼 한-미 에너지 협약에 따른 도입 확대와 메탄 규제 준수 사이에서 복잡한 셈법이 생긴다.

대응 차원에서 한국가스공사와 일본 최대 전력회사 제라(JERA)는 공동 조달, 화물 교환(Cargo Swap) 등 협력을 논의 중이며, 양사가 주도해 출범한 'CLEAN 이니셔티브'는 LNG 공급망 내 메탄 배출 데이터를 수집하는 국제 협력 체계로 가동되고 있다.

항공 산업의 이중 부담도 주목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연간 637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인데, EU 메탄 규제가 유지되면 유럽 노선 항공유 조달 비용이 추가 부담으로 겹친다.

국내 정유사들은 단기적으로 유럽이 중동산 대체 물량을 찾는 과정에서 반사이익을 노릴 수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속가능항공유(SAF) 수요는 2022년 24만 톤에서 2030년 1835만 톤으로 폭증할 전망으로, SK에너지는 국내 정유사 가운데 처음으로 유럽에 SAF를 수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도 생산 체계 구축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SAF 가격이 기존 항공유보다 2~4배 비싸고, SAF 전용 생산 시설을 갖추려면 최소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해 전용 설비 투자 결단을 놓고 정유 4사 모두 속도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EU 메탄 규제가 유예되든 강행되든, '메탄 저감 인증' 체계를 조기에 내재화하지 못하면 중장기적으로 유럽 에너지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가 에너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