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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삼성·LG 가전주, 트럼프발 효율규제 폐지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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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가전주, 트럼프발 효율규제 폐지 수혜

美 에너지부, 프로세스룰 개정해 신규 효율표준 제정 사실상 봉쇄
소비자단체 ASAP, 20년간 최대 65조 7900억원 절약 무산 경고
미국 에너지부 건물.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에너지부 건물.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가전제품 에너지효율 기준을 새로 만드는 절차 자체를 사실상 봉쇄하는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가전업계의 손익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에너지부(DOE)는 2일(현지시각) 세탁기와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의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을 새로 제정하는 절차를 대폭 까다롭게 하는 규정개정안(NOPR)을 발표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인은 여러 번 돌려야 옷이 마르는 건조기가 아니라 한 번에 제대로 마르는 건조기를 고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가 확정되면 앞으로 행정부가 새로운 고효율 기준을 도입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관련 기술 투자에 나섰던 국내 가전업체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에너지부, 프로세스룰 되돌려 신규 표준 문턱 높였다

개정안은 2020년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 마련됐다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폐기된 '프로세스룰'을 사실상 복원하는 내용이다. 새 표준을 정할 때 요구되는 최소 에너지 절감 효과 기준을 높이고, 업계가 개발한 시험 절차를 표준 검증에 활용하도록 하는 등 절차를 늘렸다.

에너지정책보존법(EPCA)은 에너지부에 6년마다 표준을 재검토하도록 의무를 지웠지만, 이번 개정안이 확정되면 이 의무를 지키기 어려워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부는 30일간 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 15일 공청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소비자단체인 가전표준인식프로젝트(ASAP)의 앤드루 딜래스키 이사는 성명에서 "이런 장애물식 절차는 에너지부가 소비자를 보호하라는 의회의 위임 취지를 지키기 어렵게 만든다"고 밝혔다.

ASAP는 앞선 분석에서 미국 가정이 효율기준 덕분에 연간 160달러(24만 4800원)가량의 전기요금을 아꼈고, 앞으로 20년간 추가로 절감될 수 있는 금액이 최대 430억 달러(약 65조 79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국내 가전업계, 관세·환율 변수와 겹쳐 셈법 복잡

이번 조치가 국내 가전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지 않다는 게 업계 안팎에서 대체로 나오는 시각이다.

미국은 앞서 지난 4월 철강과 알루미늄, 구리 함량이 전체 중량의 15%를 넘는 세탁기·냉장고 등 완제품에 제품가격 기준 25% 관세를 일괄 적용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당시 북미 사업 영향 점검에 나섰다. 업계는 이 조치의 영향이 제품별로 엇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속 함량이 기준을 넘는 제품은 부담이 늘어나지만, 기준 이하 제품은 오히려 관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효율 규제 완화는 또 다른 변수로 얹힌다. LG전자는 컨슈머리포트 평가에서 주요 가전 부문 6년 연속 최고 순위를 기록했고, 미국 냉동공조협회 퍼포먼스 어워드도 9년 연속 받았다고 홍성민 LG전자 ESG담당은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설명했다.

고효율 기술 경쟁력을 자산으로 삼아온 국내 업체 처지에선, 미국 내 표준이 사실상 동결되면 저가 경쟁사와 견줘 기술 격차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업계에서는 신규 표준 도입이 막히면 고효율 프리미엄 제품의 가격 경쟁력 우위가 예전만 못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원화 약세도 변수다. 원/달러 환율은 4일 기준 1530원대로, 지난 1년 새 12%가량 올랐다. 이 가운데 LG전자는 미국 관세 환급 효과에 힘입어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 것이라고 하나증권은 분석했다.

하나증권 김민경 연구원은 지난 3일 보고서에서 LG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14만원에서 26만원으로 올리며 "데이터센터 쿨링 시스템과 로보틱스 등 신사업 구체화가 하반기 주가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부의 개정안은 아직 확정된 규정이 아니다. 30일간의 의견 수렴과 이달 15일 공청회를 거쳐야 한다. 민주당 성향 주(州) 정부들은 앞선 유사 규제완화 시도 때 소송을 예고한 바 있어, 이번에도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딜래스키 이사는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부담을 주는 지금이야말로 효율기술 발전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밝혔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