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MR 부지 발표 수, 경쟁 4개국 합친 것보다 많아… 국립연구소 중심 주도
비수냉식 원자로로 엔비디아 칩 구동 성공… 분산형·자급형 전력 인프라 시동
비수냉식 원자로로 엔비디아 칩 구동 성공… 분산형·자급형 전력 인프라 시동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증설로 특정 지역의 전력망 병목 현상과 전력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는 가운데, 연중무휴 안정적인 기저부하를 확보하기 위한 대안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가 떠올랐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차세대 원전 부지를 발표하며 글로벌 에너지 안보 패권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와 독일 정보기술(IT) 매체 하이제가 최근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액화천연가스(LNG)의 탄소 배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원전 업계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맺거나 지분 투자를 단행하는 등 원전 기반 AI 인프라 시대가 본격적으로 서막을 올렸다.
4개국 계획 합친 것보다 많은 美 SMR… '부지 확보' 단계 선점
미국 원전 생태계의 공격적인 확장은 압도적인 프로젝트 수에서 확인된다. 지난 2일(현지시각) 발표된 비주얼 캐피탈리스트와 미국국립공공유틸리티협회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내 SMR 부지 발표(siting announcements) 건수는 총 28곳에 이른다고 오일프라이스가 보도했다.
다만 이 데이터는 실제 가동이나 건설 단계가 아닌 초기 '부지 발표와 계획' 단계를 기준으로 삼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이 추적하는 글로벌 SMR 노형 중 상당수가 여전히 설계와 인허가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 상용화 공급까지는 시차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부지 발표 주체별 구성을 보면 정부 국립연구소가 7곳으로 초기 개발을 견인하고 있다. 공공유틸리티 기업과 대학, 민간 SMR 개발사가 각각 5곳씩 참여해 긴밀한 산학연 협력 구조를 형성했다.
SMR은 발전 용량이 300메가와트(MWe) 이하인 소형 원자로로, 1000~1400MWe에 이르는 기존 대형 원전보다 크기가 작고 공장 제조가 가능하다. 송전망 인허가와 건설 지연이 심각한 전력 병목 지역에서 분산형 전원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한 특성을 지닌다.
헬륨 가스로 식히는 원자로… 데이터센터 자급형 모델 가능성 입증
미국 원전 스타트업 발라 아토믹스는 최근 기술적 가시성을 증명하는 성과를 냈다고 2일 하이제가 보도했다. 이 회사는 가스냉각식 고온가스로(HTGR)인 '워드 250'의 시연을 마치고 엔비디아 최신 AI 반도체인 '블랙웰'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내 수많은 원전 스타트업 가운데 실제로 전력을 생산해 AI 반도체를 구동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워드 250은 냉각재로 물을 사용하지 않고 헬륨 가스를 이용해 750도 고온에서 작동하는 비수냉식 원자로다. 핵심 전력 생산 계통에서 수자원 의존도를 극도로 낮췄다는 점에서 데이터센터 운영의 최대 취약점인 막대한 물 소비 문제를 완화할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이번에 시연된 원자로는 5메가와트(MW)급 소규모 발전 시설이다. 이는 통상 수백 MW급 전력을 소모하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와 비교하면 극히 작은 규모다.
그러나 상업적 용량을 완전하게 충당하기 전 단계에서, 데이터센터 인프라 바로 옆에 원전을 짓고 전력을 직결하는 '온사이트(On-site) 분산형·자급형 전력 모델'의 기술적 타당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해당 원자로는 캘리포니아에서 제작된 뒤 8개 모듈로 분할되어 유타주 시험장으로 이동됐으며, 최근 원자로가 안정적인 연쇄 핵분열을 유지하는 상태인 '임계'에 도달해 정상 작동을 인증받았다.
빅테크 덮친 전력망 병목… '실수요' 검증과 공급망이 변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원전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른 발전량 간헐성이 심하고, LNG는 탄소 배출 규제와 가격 변동성 리스크가 크다.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ESS)나 탄소포집·저장(CCS) 결합형 가스 발전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현 시점에서 대규모 전력을 청정하게 24시간 공급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는 원자력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원전 기업 탈렌 에너지의 데이터센터 플랜트를 인수하고 SMR 개발에 직접 투자하거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손잡고 스리마일섬 원전 가동 재개를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인 실례다.
그러나 차세대 원전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몇 가지 핵심 거시 변수를 넘어야 한다. 투자자와 정책 입안자들은 앞으로 시장 주도권의 향방을 가늠할 세 가지 지표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는 빅테크 기업들의 원전 PPA와 지분 투자 증가율이다. 이는 일시적인 붐을 넘어 원전 기반 전력의 실제 수요 규모를 검증하는 척도가 된다.
둘째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SMR 노형 인허가 심사 속도다. 아무리 뛰어난 설계라도 규제 당국 승인 시점이 늦어지면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발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
셋째는 SMR의 필수 연료인 고밀도저농축우란(HALEU)의 글로벌 공급망 자립도다. 현재 상업적 규모의 HALEU 공급망은 극히 제한적이며 여전히 러시아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남아 있다. 이 부문의 공급망 병목은 '우라늄판 반도체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 전쟁'과 같은 공급 제약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은 반도체 연산 능력을 넘어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 특히 차세대 원전 확보 경쟁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세 가지 축이 맞물려 해결되는 시점에 차세대 원전 기반의 AI 인프라 독주 체제가 굳어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