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심 GCAP, 46억 파운드 계약 체결… 캐나다·호주 우방국 연쇄 포섭
4.5세대 머문 KF-21에 직격탄… 완제품 판매 넘어선 ‘방산 연대’ 능력 시험대
4.5세대 머문 KF-21에 직격탄… 완제품 판매 넘어선 ‘방산 연대’ 능력 시험대
이미지 확대보기일본과 영국, 이탈리아 3국이 추진하는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인 글로벌전투항공프로그램(GCAP)이 초대형 장기 계약 체결을 기점으로 실전 배치를 향한 속도전에 진입했다. 이번 계약은 서유럽 경쟁 연합의 붕괴와 미국의 안보 고립주의 확산이라는 지정학 균열을 기회로 삼아 2035년 세계 방산 시장의 표준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동맹 기반의 6세대 네트워크 체계가 부상하면서 완제품 판매 중심에 머물던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수출 전선과 한국 방산의 공급망 전략에 전면적인 구조 전환 압박이 현실화됐다.
46억 파운드 투입해 2035년 배치 목표… 초기 개발 단계 진입
일본 공동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영국·이탈리아 정부와 방산 대기업이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을 위한 2027년 말까지의 초기 개발 단계 계약을 3일(현지시각)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국방부는 주요 요구 성능을 확립하고 엄격한 시험을 거쳐 전투기 설계를 다음 단계로 전격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재정난으로 예산 배정을 미루던 영국 정부가 지난달 30일 향후 10년 방위투자계획을 확정하고 전투기 사업에 4년간 86억 파운드(약 17조 5600억 원)를 할당하면서 장기 계약을 이끌어냈다. 4월에 맺은 단기 잠정 계약을 정식 본궤도에 올린 조치다.
미 고립주의 우려와 유럽 연합 자멸이 키운 반사이익
3국 동맹의 급진전은 국제 방산 시장의 구조 변화에서 비롯됐다.
첫째는 미국산 무기 체계에 대한 서방 동맹국들의 깊은 불신이다. 미 공군 차세대공중지배(NGAD) 프로그램 등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추진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방국 수출 무기의 성능 제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더글라스 배리 선임연구원은 미국제 무기 구매를 당연하게 여기던 국가들이 미국에 완전히 의존하는 구조의 위험성을 체감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서방 우방국들이 독자 노선을 다지게 만든 원동력이다.
둘째는 경쟁 관계였던 독일·프랑스·스페인 3국 연합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 계획이 지난달 공식 무산된 점이다. 유럽 내부의 주도권 싸움으로 강력한 경쟁 세력이 자멸하자 시장의 시선이 일본 중심의 GCAP으로 쏠린다. 실제로 계획이 좌초된 스페인과 벨기에는 벌써 일본 중심 연합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4.5세대와 6세대의 세대 격차… 기체 판매 넘어선 동맹 공급망 체계
GCAP의 본격적인 도약은 한국 방산의 핵심 자산인 KF-21에 치명적인 위협이다. 체계 자체가 노는 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향후 세계 전투기 시장은 고가·동맹형 6세대(GCAP·NGAD)와 중가·독립형 4.5~5세대(KF-21) 체제로 급격히 이원화될 가능성이 크다.
서방 우방국들이 단순한 기체 성능 비교를 넘어 어느 안보 동맹 네트워크에 탑승할지 선택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KF-21은 4.5세대 전투기로 분류된다. 추후 블록2 개발을 통해 제한적인 스텔스 기능과 내부 무장창을 갖출 예정이지만, 기본적으로 레이더 반사 면적을 줄인 가격 경쟁형 플랫폼이다. 반면 GCAP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유무인 복합 체계(MUM-T)와 무인 윙맨 드론 제어, 초연결 네트워크 중심전을 구현하는 완벽한 6세대 전투기다.
두 사업은 무기 체계의 판매 방식에서도 결정적인 격차를 보인다. KF-21은 구매국에 완제품을 판매하고 일부 기술을 이전하는 단품 수출 구조다. 반면 GCAP은 개발 단계부터 공동 투자를 유도하고 공급망을 공유하며 후속 군수지원(MRO) 네트워크까지 묶어 파는 동맹 기반 체계다.
싱가포르·호주 포섭 개시… 아시아·태평양 안보 지형의 재편
3국 연합은 이달 20일부터 24일까지 영국에서 개최되는 팬버러 국제 에어쇼를 활용해 본격적인 우방국 포섭에 나선다. 현재 캐나다가 차세대 전투기 개발의 참관국 자격으로 참여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캐나다는 전투기 도입에 필요한 핵심 기밀 정보를 공유받는 대신 보안 유지 의무를 지게 된다.
문제는 참관국 포섭 대상이 한국 방산이 공을 들이는 핵심 타깃 국가들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고성능 무기 체계와 미국 연계를 중시하는 싱가포르는 GCAP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오커스(AUKUS) 동맹의 한 축인 호주 역시 영국과의 결속을 바탕으로 GCAP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
인도네시아 분담금 미납 논란으로 KF-21 사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으나, 지난 2026년 6월 인도네시아가 조정된 분담금 6000억 원을 완납하고 현지 공동 생산 대신 완제품 도입 체제로 선회하면서 위기는 일단락됐다. 한국 방산 공급망의 가장 큰 불씨가 꺼짐에 따라, KF-21은 특유의 뛰어난 가성비와 무장 확장성을 무기로 삼아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인 해외 수출길을 모색하고 있다.
방산판 FTA 모델 도입과 6세대 조기 전환 시급
국내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한국 방산의 경쟁 축이 기술 자립에서 동맹 편입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시장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정책 담당자와 군 당국이 추진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KF-21 블록3 개념을 조기 제시해야 한다. 4.5세대 플랫폼에 안주하지 말고 AI 전투 지원 시스템과 유무인 복합 체계 기술을 빠르게 이식해 5.5세대 이상의 성능 개량 로드맵을 시장에 보여줘야 우방국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
둘째, 방산판 FTA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공동 개발 지분 참여, 정책 금융 패키지, 유지보수 투자를 결합한 묶음형 안보 파트너십을 제안해야 한다. 동남아시아 시장 수성을 위해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를 현지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는 글로벌 분업 구조 설계도 시급한 과제다.
팬버러 에어쇼·영국 예산·인도네시아 분담금이 향방 가른다
글로벌 전투기 시장의 재편 구도 속에서 한국 방산이 추적해야 할 핵심 지표는 이달 열리는 팬버러 국제 에어쇼의 참관국 확정 여부다. 캐나다 외에 호주나 싱가포르가 공식 옵저버로 이름을 올리며 GCAP 진영에 합류할 경우 아시아·태평양 시장의 주도권은 급격히 기울어질 수 있다.
여기에 3국 연합의 내부 엔진 역할을 하는 영국 노동당 정부의 재정 흐름과 86억 파운드 방위 예산의 실제 집행률도 사업 속도를 좌우할 핵심 동력이다. 동시에 미국이 우방국 수출 무기의 성능 하향 제한 카드를 실제로 강제하며 서방 진영 내 안보 불신을 자극하는지 지켜보는 일은 한국 방산 공급망의 미래 지도를 가름할 중대 이정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